사회를 듣는 귀

130명 중 46명만 공동성명? 세월호법 재협상, 헛된 기대 버려라

너의길을가라 2014. 8. 11.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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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여야 원내대표가 이끌어낸 '세월호 특별법' 합의(혹은 야합)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주장이 철저히 배제됐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세월호 유족들만의 주장이 아니다. 수사권이 없는 진상조사위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진상조사위 구성 비율을 어떻게 하면 유가족에게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구성해주느냐가 협상의 가장 큰 핵심이었다"며 협상의 배경을 설명했지만, 진상조사위의 구성은 '핵심'이 아니라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아무런 권한도 없는 진상조사위의 구성 비율이 뭐가 그리 중요하겠는가.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역구 사무실에는 대학생들이 세월호 특별법 합의 파기를 주장하면서 이틀째 농성을 하고 있다. 또, 서울 여의도 새정치민주연합 당사 앞에는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을 요구하는 시위가 있었다. 일부 여학생들은 경찰 기동대 버스 아래로 들어가 연좌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영화인들도 두 팔 걷고 나섰다. 지난 9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영화인 모임(가칭)은 서울 광호분 세월호 유가족 단식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식에 동참했다. 문성근, 류승완 감독, 정지영 감독, 장중환 감독을 비롯해서 심재명 대표, 강혜정 대표, 임창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양기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이사장 등이 참여했다.


세월호특별법 재협상을 촉구하는 의원단 (가나다 순)


강 기정 김경협 김기식 김상희 김성주 김영환 김용익 김태년 김현 남윤인순 노영민 도종환 박남춘 박수현 박홍근 배재정 백군기 부좌현 설훈 안규백 안민석 우원식 유승희 유은혜 은수미 이목희 이원욱 이인영 이학영 인재근 임내현 임수경 장하나 전정희 전해철 정청래 진성준 최규성 최동익 최민희 최원식 추미애 홍영표 홍의락 홍익표 홍종학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46명은 "지난 7일 여야 원내대표 간의 세월호특별법 합의는 유족과 국민의 여망을 담아내지 못했다"면서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을 촉구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당장 11일 의총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의원 46명이 함께 공동성명에 나섰다는 것은 박 위원장에게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과연 46명의 의원들의 외침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을까?



<한겨레>는 이러한 분위기를 십분 반영해서 새정치, 세월호법 다시 협상 나설듯 이라는 희망 섞인 제목의 기사를 썼지만, 실상은 이러한 기대와는 사뭇 다르다. 물론 앞으로 여야의 '추가 협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추가 협상이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문제를 다루게 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없다.


지난 7일,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 본관 앞 세월호 유가족들이 있는 농성장을 찾았다. 유가족이 "합의를 무효화할 뜻이 있느냐"고 묻자 "모든 분들이 원하면 무효화시켜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무효화가 유가족 전체 의견이라고 생각 안 한다.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로 (다른 의견을) 보내는 분들이 있다"고 대답했다.



박 위원장은 10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유가족들이 이야기하는 특검 추천 방식과 관련해 진지하게 노력해보겠다. 특검 추천에 관해서는 자세히 말은 못 하지만 논의할 구석도 조금 남아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 안팎의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뭔가 제스처를 취한 것인데, 이는 전면적 재협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실무 협상을 통해 특검 추천권을 재논의하겠다는 정도에 불과하다. '본질'은 둔 채 '곁가지'만 건드리겠다는 뜻이다.


물론 '특검 추천권'도 다시 협상을 해야 하는 부분인 것만은 확실하다. 여야가 합의한 대로라면 '기존 상설특검법'을 따르게 되어 있는데,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회장, 국회 추천 인사 4명)'에서 2명의 후보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 중 한 명을 임명하게 된다. 당연히 유족들은 반대 입장이다.


상식적으로 따져봐도 말이 안 된다. 지금의 특별검사호보추천위원회의 성격상 추천 후보 2명 중 1명은 정부와 새누리당에 유리한 사람으로 채워질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어떤 후보를 특검으로 임명할까? 대답은 뻔한 것 아닌가? 더구나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청와대와 정부도 조사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데,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이 눈치를 안 보고 진상규명을 할 수 있을까?



'추가 협상'이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수준의 전면적 협상이 될 수 없는 더욱 간단한 이유는 바로 새누리당이다. 애초부터 새누리당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에 반대했다. 아니, 반대 수준이 아니라 '절대 불가' 입장이었다. 지난 여야 원내대표 합의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이 관철된 마당에 굳이 이를 뒤집을 까닭이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출구 전략'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세월호 국조특위 증인 채택을 두고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호성 제1부속실 비서관에 대한 증인 채택이 관건이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은 청문회 증인채택과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패키지'였다고 주장하면서 새누리당을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다시 말해서 새누리당이 증인채택을 계속 거부하면 합의안을 지킬 수 없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는것이다.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의 입장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46명의 공동성명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의석 수는 130석이라는 사실이다. 무려 84명의 의원이 세월호특별법 재협상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에 참여하지 않았다. (물론 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에 대한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한 문재인 의원을 비롯해 몇몇 의원들은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84명의 의원들은 지금의 합의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 아닐까?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닐까? '지긋지긋'하다고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 이것이 바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실이다. 고작 46명이다. 그보다 훨씬 많은 의원들이 뒷짐만 진 채 상황을 방관하고 있다. 만약 130명의 의원이 죽기살기로 앞장서서 이 문제를 풀고자 노력했다면 어땠을까? 참으로 부질없는 질문이다.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은 실무적인 내용을 다루는 '추가 협상'에 그칠 것이고, 지금의 시민사회의 반발과 야당 의원들의 공동성명은 특검 추천 방식 정도에 대한 일정한 양보를 얻어내는 동력으로 활용되고 말 것이다. 그러니 너무 큰 기대를 갖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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