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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웅 하차와 옥순의 정체, ‘출연자 리스크’ 제작진 책임이 크다!

너의길을가라 2023. 3. 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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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일반인’, 그러니까 ‘비연예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출연자 검증’이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다. 프로그램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리스크가 되기 때문인데, 예나 지금이나 뾰족한 해법은 없다. 출연자의 ‘사생활’에 해당하는 영역이라 본인이 입을 꾹 닫고 말하지 않으면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러다보니 제작진도 속수무책이다. 그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제작진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파악할 수 있는 사안이라면 어떨까. 또, 제작진이 뒤늦게라도 그 사실을 파악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때도 ‘우리는 몰랐다’고 발뺌하면서 어영부영 넘어가는 게 용인될까. 그건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제작진이 나서서 책임져야 하는 순간이 있는데, 그 타이밍을 놓치면 모든 것이 어그러지기 마련이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MBN ‘불타는 트롯맨’, ENA PLAY ‘나는 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피지컬: 100’ 모두 출연자 이슈로 어려움을 겪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사람의 일인지라 문제가 발생하는 건 이해할 수 있으나, 후속적인 대처가 아쉬웠다. 이 사안은 앞으로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똑같이 반복될 여지가 있어 일정한 가이드 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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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트롯맨’은 상해 전과가 밝혀진 황영웅에 대한 안일한 대처로 도마 위에 올랐다. 2월 22일, 황영웅에게 폭행 피해를 입었다는 피해자의 폭로가 있었고, 25일 황영웅은 ”본인의 부족함과 잘못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깊이 사죄드“린다며 가해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과거의 잘못이 무거우나 새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출연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제작진은 황영웅의 의사를 받아들여 출연을 강행했다. 하지만 황영웅에 대한 폭로(‘학창시절 자폐증을 앓는 학생 등에게 학교 폭력을 저질렀다’, ‘전 연인에게 데이프 폭력을 가했다’)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이 결정은 무리수였다. 결승 1차전에 나선 황영웅은 1위에 올랐지만, 황영웅의 전과 사실을 인지하고도 출연시킨 제작진들이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저는 이제 불타는 트롯맨 경연을 끝마치려 합니다. 결승에 들어간 상황에서 저로 인해 피해를 끼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지난 방송에 참여하면서 너무나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황영웅)


결국 황영웅은 결승 2차전을 앞두고 하차를 선언했다. 열성적인 팬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결승 1차전에서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제작진과 자신을 향한 비난과 질타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의 하차는,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논란이 불거지고 당사자도 인정했지만, 제작진은 황영웅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적극적으로 상황을 타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보다 뒷짐을 지고 관망했다. 제작진은 황영웅을 퇴출시키기보다 시청자의 판단에 맡기겠다며 결승전 출연을 강행했다. 황영웅이 1위를 차지하긴 했으나, 본인에게도 상처뿐인 승리였으며, 다른 출연자에게도 유쾌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제작진이 좀더 신속하게 판단하고 결정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바람잘 날 없는 ‘나는 SOLO’는 13기의 경우 ‘성병 폭로’와 ‘옥순의 방송 경력’이 문제가 됐다. 2월 16일, 익명의 폭로자는 “‘나는 SOLO' 출연한 남성으로부터 헤르페스 2형에 감염되는 피해를 입었”다며 산부인과 검사 결과지를 공개했다. 글이 올라온 시점이 13기 방속 직후였던 점, 폭로자가 상대방을 ‘의료계에 종사하는 전문직’이라고 특정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추려졌다.

“앞으로 제작진은 시청자 여러분이 '나는 솔로'를 시청하시는데 있어서, 불편을 느끼는 일이 없도록 더욱더 신중하고 사려 깊게 프로그램을 만들겠습니다.” (‘나는 SOLO' 제작진)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나는 SOLO’ 제작진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22일, 폭로자에게 지목된 13기 출연자는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제작진은 “더욱더 신중하고 사려 깊게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사과는 했지만 편집은 없었고, 오히려 ‘주인공몰이’에 나서 불편함을 자아냈다.

물론 제작진 입장에서도 나름대로 할 말은 있을 것이다. 13기 출연자가 뒤늦게 입장을 밝힌 탓에 대응 타이밍을 놓쳤을 수 있고, ‘사생활’의 영역으로 볼 여지가 있어 조치를 취하기 고민스러웠을 수 있다. 하지만 6일이나 지난 시점이라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 출연자의 입장만 대변한 사과는 무성의했고, ‘어떻게’가 빠져 있어 공허하기만 했다.


또, ‘옥순의 방송 경력’ 논란에는 아예 침묵으로 일관했다. 네티즌들은 옥순이 출연한 방송 콘텐츠를 언급하며, 옥순의 출연 목적이 홍보가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옥순은 2021년 지상열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취중 데이트를 즐겼고, 2020년에는 ‘울산고래TV' 승무원 편이 출연했다. 또, 2017년 TV조건 ’며느리 모시기‘에도 승무원 며느리로 등장했다.

’나는 SOLO'의 생명은 진정성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출연자들과 관련한 논란들은 상당히 치명적이다.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사안이야 어쩔 수 없더라도, 옥순의 방송 출연 여부는 간단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제작진의 대응은 아쉽다. 물론 옥순이 원하지 않는다면 다른 출연자들에게 알릴 필요는 없지만, 의문을 제기하는 시청자에게 팩트를 설명하는 건 제작진의 몫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피지컬: 100‘도 출연자의 학교 폭력, 데이트 폭력 등으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렸다. 이 경우는 이미 촬영이 끝난 후에 제기된 일이라 제작진이 개입할 여지가 적었다고 감안하더라도, 애초에 섭외 단계에서 ‘로이더(근육 성장에 도움을 주는 약물을 사용하는 사람들)’까지 포함시킨 건 의아하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에도 제작진은 함구했다.

최근 들어 비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대부분 출연자 검증에 관련된 문제다. 결국 제작진의 대처가 핵심이지만, 방송사를 가릴 것 없이 ‘알맹이 없는 사과’와 ‘강행’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것이 하나의 매뉴얼로 자리잡는 중이다.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 보다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고, 두루뭉술한 사과보다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 후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

또, 문제가 된 출연자의 퇴출 등 좀더 강력한 조치들이 필요하다. ‘시청자의 선택을 받겠다’와 같은 미적지근힌 태도는 결국 더 큰 화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수많은 출연자를 일일이 관리해야 하는 제작진의 어려움을 이해하나, 그 또한 제작진의 역할이자 책임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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