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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자가 바뀌었다? ‘피지컬: 100’ 결승전 논란, 무편집 공개가 답일까

너의길을가라 2023. 2. 28.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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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질의 남녀 100명을 불러 놓고 야심차게 출발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피지컬: 100’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2023년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출연자들의 학교 폭력, 데이트 폭력 등 논란으로 한참 삐걱댔다. 일각에서는 출연자에 대한 검증이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제작진은 출연자들이 “정신과 검사도 받고 까다로운 선정 과정을 거“쳤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출연자 논란에는 “확인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물론 출연자가 개인사를 언급하지 않으면 파악이 어려운 측면이 있겠으나, 적어도 논란이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마치 국가수사본부장 인사에 실패한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떠올리게 한다.

온갖 잡음이 이어진 끝에 ‘피지컬: 100’의 우승자는 우진용으로 결정됐다. 그런데 결승전이 끝난 후 앞선 논란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터졌다. 바로 ‘우승자가 바뀌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소문의 실체는 우진용과 정해진(경륜)의 결승(무한 로프 당기기)에서 방송 장비 문제로 결승이 세 번 치러치는 바람에 우승자가 바뀌었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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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최선을 다해준 모든 참가자들의 명예를 훼손 시키는 일이 지속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피지컬: 100’ 제작진)


승부의 세계에서 공정성은 생명과도 같은데, 그에 대해 의혹이 제기됐다는 건 치명적인 일이다. 과연 결승전 당일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선, 제작진의 해명부터 들어보자. 지난 26일, 제작진은 장문의 글을 통해 “최종 결승에서 수차례 재경기가 있었다는 루머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된 논란 자체를 ‘루머’라고 규정하면서 분명히 선을 그었다.

다만, 경기 초반에 오디오 이슈가 있었던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여기에서 오디오 이슈란 ‘도르래가 돌아가면서 발생하는 소음이 참가자들의 마이크에 타고 들어가는’ 것을 뜻하는데, 이를 체크하기 위해 ‘일시 중단’했다는 점도 시인했다. 제작진은 ”종료된 경기 결과를 번복하는 재경기나 진행 상황을 백지화 하는 일은 없었“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더군다나 ”두 참가자가 모두 동의한 방식으로, 기존의 자리와 밧줄이 격차를 그대로 유지하는 조건으로 경기를 진행하“였기 때문에 공정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의 말마따나 “관계자 수백 명이 지켜보는 환경”에서 제작진이 자의적으로 경기 결과를 바꾸려는 시도를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으리라. 무엇보다 참가자들도 현장에 있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정해민의 입장은 달랐다. 정해민은 “경기를 시작했는데 차이가 크게 났”다면서 그 속도 차이가 “(다른 참가자가 보기에는) 3배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방송에서도 초반에 정해민은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했다. 그는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우진용 님이 손을 들”어 경기가 중단됐는데, “제작진에게 ‘소리가 너무 많이 난다’며 기계 결함을 주장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서 정해민은 ”우진용의 항의로 로프 장력 강도를 낮췄“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만약 로프 장력 강도를 낮췄다면 제작진이 경기에 개입한 것이고, 그에 대한 합당한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잠시 후 경기가 재개됐고, 정해민이 승리를 확신한 순간에 제작진이 갑자기 경기를 중단하고 자리를 옮길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아마도 제작진이 언급했던 ‘오디오 이슈’ 때문이었으리라. 정해민은 제작진이 오디오 사고 때문에 방송에서 영상을 못 쓰게 됐다며 ‘해민 씨가 허락만 해준다면 줄을 잘라내고 다시 해주겠다’고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정해민은 힘을 다 써서 안 되겠다고 거부했고, 제작진은 ’쉬는 시간을 가져도 좋고 내일 해도 된다. 원하는 건 다 해주겠다‘는 입장을 취했다고 한다.

물론 쉬는 시간을 갖거나 내일 재경기를 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정해민은 “수백 명을 세워놓고 내일 다시 오라는 말이 차마 안 나”왔다며 결국 경기를 재개했다고 설명했다. 압박감이 생겼을까, 아니면 과한 긴장 때문이었을까. 정해민은 “내가 이기고 있는 만큼 줄을 잘라줬다고 했는데 줄을 잘라줬는지는 모르겠”다며, “내가 힘이 떨어졌는지 안 당겨”졌다며 패배 이유를 밝혔다.  

“내가 1등을 하고 싶다거나 재경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지도 않다. (...) 내가 왜 패배했는 지만 방송이 된다면 나는 재경기든 뭐든 다 납득하고 추억으로 남길 수 있다.” (정해민)


정해민이 바라는 건 무엇일까. 패배를 번복하고 싶은 걸까. 그는 제작진에게 자신이 진 이유와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참가자는 편집에 관여할 수 없”다는 냉정한 대답을 들어야 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또, 체육인으로서 전후사정이 빠지고 그냥 허무하게 진 것처럼 나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피지컬: 100’ 제작진과 정해민 사이에는 일정한 견해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장비 문제로 경기 중단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분명 제작진의 실수이다. 연속적인 경기로 체력의 한계를 경험해야 했던 결승전에서 이 중단은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로 작용했을 수 있다. 물론 이 조차도 경기의 일부라는 의견도 존중하지만, 그렇다고 아쉬움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더군다나 제작진은 ‘종료된 경기를 번복하는 재경기’, ‘진행 상황을 백지화 하는 일’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이는 지나치게 투박한 설명이다. 정해민 등이 문제 삼는 건 ‘번복’이나 ‘백지화’가 아니라 결승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경기가 일시 중단됐고, 그 때문에 승부의 흐름이 미묘하게 바뀌었다는 것이다. 또, 그 과정을 방송을 통해 정확하게 짚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아무런 문제 없이 결승전이 치러진 것으로 나왔고, 시청자들은 이러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나중에야 접할 수 있게 됐다. 당연히 말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제작진은 “최선을 다해준 모든 참가자들의 명예를 훼손 시키는 일이 지속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참가자들을 방패로 내세웠지만, 정작 참가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게 누구인지 의문스럽다.

결국 상금 3억 원과 자존심이 걸렸던 세기의 대결은 찜찜함을 남긴 채 끝이 났다. ‘피지컬: 100’은 솔직하지 못했다. 결승전에서 발생한 문제를 편집한 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만들었다. 당사자가 동의했다 하더라도, 그 판단이 100% 자의적인지 좀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했다. 무엇보다 논란에 대처하는 제작진의 태도가 두고두고 아쉽다.

당사자가 직접 의문을 제기한 만큼 (지금처럼 윽박지르는 것이 아니라) 보다 진지한 태도로 전체적인 상황과 제작진의 입장을 설명하고, 아무런 의문이 남지 않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 차라리 무편집 편을 공개해서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게 한다면 어떨까. 만약 지금처럼 계속해서 ‘문제없다‘며 무마하려 든다면 이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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