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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인즈 솜방망이 징계, 전례에 집착한 KBL의 안일한 태도

너의길을가라 2013. 12. 16.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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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 사이에선 '영구 제명'까지 언급됐다. 물론 KBL에 그 정도로 단호한 조치를 취할 거라고 '믿었던' 순진한 농구 팬은 없었을 것이다. 결국 KBL은 헤인즈에게 2경기 출전금지에 벌금 500만원이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다. SK와 헤인즈는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팬들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 <스포츠경향>에서 발췌 - 


문경은·헤인즈 “김민구에게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 <마이데일리>


16일, KBL 사옥 5층 대회의실에서 SK의 문경은 감독과 애런 헤인즈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괴문을 발표했다. 


문경은 감독 


지난 KCC전서 헤인즈의 불미스러운 행동에 대해서 KCC와 허재 감독, 김민구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다. 김민구 선수의 빠른 복귀와 정상적인 플레이를 기원하겠다. 앞으로 SK 선수들은 정정당당한 플레이로 보답하겠다.


애런 헤인즈 


내 행동에 대해서 KCC 구단, 허재 감독, 김민구, KBL 팬, SK 팬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 김민구가 회복해서 코트에 빨리 나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난 6년간 한국에서 생활을 하면서 내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인지하고 있다. 다시 한번 사과 드린다. 김민구를 보면 개인적으로 꼭 사과를 하겠다.



내용은 뻔했다. '김민구에게 어깨를 부딪힌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헤인즈는 "경기가 과열되면서 신체접촉이 있었다. 도저히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 거듭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분명치 않은 답변이다. '경기가 과열되면서 신체접촉이 있었다'는 대답으로는 당시의 상황이 설명되지 않는다. 그만큼 악의적인 반칙이었다. 오죽했으면, '헤인즈 후폭풍'으로 새가슴이 된 심판에 의해 석연치 않게 퇴장을 당한 전자랜드의 리카드르 포웰이 "봤다. 명백한 바디체크(body check)였다. 난 헤인즈와 다르다. 그런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을까?



- <노컷뉴스>에서 발췌 - 



KBL, 헤인즈에 2경기 출전금지 ‘솜방망이 징계’ <OSEN>


2경기 출전금지에 벌금 500만원. 


도대체 KBL은 왜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징계를 내린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전례(前例)' 때문이다. 프로농구 역사상 가장 강한 징계를 받은 케이스는 경기 중 주먹으로 선수의 얼굴을 가격한 경우다. 지난 2002년 12월 3일, 최명도(당시 인천 SK빅스 소속)는 김승현(당시 오리온스)의 얼굴에 주먹을 휘둘렀고, KBL로부터 3경기 출전금지 및 제재금 500만 원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KBL로서는 주먹으로 얼굴을 때려도 3경기 출전금지였는데, 보디체크에 그 이상의 징계를 내릴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KBL 관계자는 "비신사적인 행위에 대한 상벌 규정이 명확히 마련돼있고 지난 사례들을 참고했다. 비디오 판독을 통해 자세히 검토했고 헤인즈에 대한 팬들의 비난 여론도 모두 감안해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KCC 허재 감독은 "신체를 부딪치며 뛰는 운동인 농구에서 한 번 상대를 해코지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시즌 54경기 중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 정도 징계로 가볍게 넘어가면 어떻게 사고를 막을 수 있겠는가"라며 징계에 불만을 표시했다. 한 농구인은 "KBL이 공청회 등을 통해 외부의 의견을 경청해야 하는데 그런 소통이 전혀 안된다. 일부 사람만의 생각으로 결정하고 밀어부치는 등 시대착오적인 모습을 보인다"며 KBL을 비판했다.



- <OSEN>에서 발췌 -


헤인즈 중징계 하랬더니…‘휴가’ 준 KBL <스포츠경향>


KBL이 내세운 논리의 핵심은 전례다.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중징계를 내렸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전례가 당시에도 '솜방망이 징계'였다는 데 있다. '솜방망이 징계'라는 전례에 비추어 그보다 약한 징계를 내렸으니, 도대체 얼마나 가벼운 징계를 내린 것인가? <스포츠경향>의 기사 제목이 참 통쾌하다. 


헤인즈 선수가 정말 진심으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헤인즈는 '코트에서 최선을 다해서 뛰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지만, 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그것이 '기만'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차라리 KBL에 제대로 된 징계를 내렸다면, SK와 헤인즈에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멍청한' KBL 덕분에 헤인즈의 입장은 더욱 악화됐다. 


거듭되는 심판들의 자질 논란(문제의 장면을 본 심판이 한 명도 없다?)과 KBL의 안일한 운영 및 행정은 농구 팬들을 지치게 만들고 있다. "팬심도 모르고, 징계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다"는 한 농구팬의 탄식이 판단력을 잃은 KBL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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