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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한 언론, 성급한 누리꾼, 무능한 협회가 이용대를 울렸다

너의길을가라 2014. 1. 29.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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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국가대표 이용대, 도핑 절차 위반으로 자격정지 1년 위기 <조선일보> 입력 12:35, 수정 16:54

배드민턴 국가대표 이용대, 도핑테스트 걸려 <한국일보> 입력 13:09, 수정 13:11


지난 28일 오후 1시를 전후해서 인터넷 포털에는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간판인 이용대 선수의 도핑테스트 관련 기사들로 도배가 됐다. 가장 먼저 기사를 쓴 건 <조선일보>였는데, 오후 16시 54분 수정을 한 것과 내용으로 봐서 전반적인 수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모든 언론은 <한국일보>의 것과 동일한 내용의 보도를 했는데, 그 내용은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 이용대(26·삼성전기·사진)가 도핑테스트에 걸려 자격정지 2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이었다. 



언론들은 앞다퉈 자극적인 기사들을 써내려가기 시작했고, 이용대 선수가 금지약물 복용으로 도핑테스트에 걸려 자격정지 2년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점차 진실이 되어갔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망설임 없이 이용대 선수를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최근 이용대 선수의 방송 활동에 대해 비꼬거나 그의 여자친구를 언급하는 등 저급한 말들을 늘어놓았다. 이런 댓글을 쓰는 사람이나 이런 댓글에 추천을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있을까?



오후 2시, 배드민턴협회의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고, 협회가 밝힌 진실은 기존에 알려졌던 것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도핑테스트에 적발된 것이 아니라 도핑 테스트를 받지 않았던 것이었고, 자격정지도 2년이 아니라 1년이었다. 물론 협회가 밝힌 진실도 온전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 또한 반쪽짜리에 불과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공식 입장 전문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지난 1월 24일 국가대표 이용대, 김기정 두 선수가 세계배드민턴연맹(BWF)로부터 약물검사(도핑검사)와 관련한 절차규정 위반으로 1년간의 자격정지 조치를 통보 받았음. 도핑규정 위반이라는 사안의 성격상, 마치 선수들이 금지 약물을 오남용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용대, 김기정 선수는 어떠한 금지 약물도 복용하지 않았으며 도핑 테스트를 거부하거나 고의로 회피한 적이 없음을 알려드림. 해당선수와 대한배드민턴협회는 규정위반과 관련한 사실 관계와, 관련 규정의 적용 과정 등 모든 것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법규상 정당한 항소 절차를 통하여 이번 조치가 과도하고 부당한 것임을 입증하고 선수와 협회의 명예 회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 대한배드민턴협회는 경위 여하에 관계없이 선수 관리를 소홀히 한 점을 통감하고, 스포츠를 사랑하는 국민들과 배드민턴 팬 여러분에게 걱정을 끼치게 되어 송구스러움. 국민 여러분과 배드민턴 팬 여러분의 이해를 구함.


세계반도핑기구(WADA) 측은 이용대 선수가 지난해 3월과 9월, 11월 3차례의 도핑테스트를 회피했고, 이에 따라 1년 자격정지를 내린다고 밝혔다. 실제로 WADA 측 검사관들은 지난해 3월과 11월에 태릉선수촌을 방문했다. 하지만 검사관들은 이용대 선수를 만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김용대 선수는 왜 도핑테스트를 '회피'했던 것일까? 아니, 정말 '회피'한 것이 맞을까? WADA 측이 태릉선수촌을 찾았을 당시, 이용대 선수는 대회에 출전하느라 태릉선수촌에 없었다. (3월 전주 대회, 11월 코리아 그랑프리) 문제는 배드민턴협회가 이용대 선수의 소재지를 태릉선수촌이라고 온라인 보고를 한 것이다. 심지어 9월에는 아예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회피'가 아니라 협회의 잘못된 보고 탓에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해프닝이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용대 도핑테스트'의 진짜 진실이 드러나자, 누리꾼들은 비난의 화살을 이용대 선수에서부터 배드민턴협회로 향했다. 물론 무능한 협회의 안일한 일처리는 비난받아야 마땅한 것이다. 그 부분은 굳이 지적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명확한 일이다. 성급했던 누리꾼의 태도와 그 비난의 수준도 낯뜨거운 것이었지만, 무엇보다 언론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들은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들로 채워진 기사로 '낚시'하기에 바빴다.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MK스포츠>에서 발췌 - 


배드민턴협회 측 "초보적 실수 인정, 차마 할말 없다" <뉴스엔>

협회의 무능, 韓 배드민턴 간판을 사지로 몰다 <조이뉴스24>


만약 협회가 이용대 선수의 소재지에 대한 온라인 보고를 제대로만 했다면, 이런 사단은 결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내막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번 일이 언젠가는 한번 터질 법한 일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협회 측의 말에 따르면, "어떤 선수들이 추가로 도핑테스트를 받았는지 알고 있는 바가 없다. 하지만 불시에 진행되는 도핑테스트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어떤 선수가 검사를 받았는지는 개인적으로 알리지 않으면 협회도 해당 내용을 파악할 수 없다"고 한다. 사실상 협회는 선수들의 도핑테스트와 관련해서 사실상 관리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 드러난 것이다. 협회의 존재 이유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 <조이뉴스>에서 발췌 - 


협회 측에서는 1년 자격정지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항소할 뜻을 내비쳤지만, 항소가 받아들여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협회는 선수 관리소홀 책임으로 벌금 2만 달러를 내게 됐고, 이용대 선수는 1년 동안 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글에서는 쓰지 않았지만, 김기정 선수도 똑같은 이유로 자격 정지 1년 징계를 받았다) 정말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제3자적 관점에서 지켜보고 있는 우리들의 심정이 이러한데, 당사자인 이용대 선수가 느끼는 허탈감은 얼마나 클까? 협회는 항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지만 도대체 무엇으로 책임을 진단 말인가?


이용대 선수의 포효하는 저 모습을 우리는 최소한 1년 동안을 볼 수 없게 됐다. 아니, 만약 이용대 선수가 이번 일로 선수로서의 회의감을 느껴 슬럼프에 빠지기라도 한다면 '자료화면'을 통해서만 접하게 되는 상상하기 싫은 일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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