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이 참석할 것인가. 정우성은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지난 29일, 대한민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축제 '제45회 청룡영화상'이 열렸다. 영화 배우와 팬들, 관계자들이 모여 지난 한 해의 영화를 기념하고 축하하는 자리였으나 포커스는 온통 '정우성'에게 맞춰졌다. 30년간 청룡을 지켜왔던 김혜수의 후임으로 결정된 한지민에 대한 관심도 정우성을 넘지 못했다.
처음에는 정우성의 참석 여부를 두고 시끌벅적했고, 참석이 확정된 후에는 그가 과연 어떤 발언을 할 것인지를 두고 왁자지껄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정우성이 자신이 모델 문가비가 올해 3월 출산한 아들의 친부라는 사실을 인정하며 "아이의 양육 방식에 대해서 최선의 방향으로 논의 중이며 아버지로서 아이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영화가 빛나야 할 순간인 만큼 개인적인 문제인 혼외자 출생 이슈와 관련해 침묵할 거라 예상했고, 혹자는 시상식에 모습을 드러내기로 한 이상 무슨 말이든 할 거라고 추측했다. 정우성의 입에 청룡영화상이 가려졌다. 마침내 정우성은 황정민과 함께 '최다관객상' 시상자로 등장했다. 황정민의 농담에도 정우성은 잔뜩 굳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출연한 '서울의 봄'이 호명됐다.
김성수 감독과 제작자인 김원국 하이브 미디어코프 대표가 함께 무대에 올라 차례대로 소감을 발표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정우성은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모두가 주목했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는 "저는 오늘 '서울의 봄'과 함께했던 모든 관계자에게 제 사적인 일이 영화에 오점으로 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발언을 이어갔다.
"모든 질책은 제가 받고 안고 가겠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로서 아들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다할 것입니다." (정우성)
소속사 차원에서 밝혔던 입장을 반복하는 수준의 발언이었지만, 당사자인 정우성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입을 통해 직접 발언하는 장면이라 임팩트가 클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최우수작품상을 어떤 영화가 탔는지보다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파장은 묘하게 튀틀려서 이제는 정우성이 발언할 때 어떤 배우는 환호를 했고, 어떤 배우는 정색했는지로 와글와글하다.
그런데, 그 사이 청룡이 잊은 한 배우가 있다. 바로 지난 10월 25일 작고한 故 김수미다. 1982년 '화순이'를 시작으로 영화계에 발을 디딘 그는 2003년 '오! 해피데이' 이후 2015년까지 매해 영화에 출연했다. 보는 관점에 따라 김수미가 작품성 있는 작품에 출연한 배우가 아니라고 볼 수는 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코미디 영화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미디 영화의 붐이 일었던 당시 영화계 분위기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이기도 했고, 배우로서 김수미의 존재감이 확연했던 시기였다. 게다가 흥행에 성공한 작품도 제법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나친 홀대가 아닐 수 없다. 아니, 홀대가 아니라 무시에 가깝다. 마파도(263만 명), 가문의 위기(452만 명), 맨발의 기봉이(200만 명), 위험한 상견례(259만 명) 등은 관객을 웃고 울린 영화들이었다.
정우성이 세간의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건 분명하다. 청룡영화상 측도 제어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으리라. 그렇다고 해도 정우성과 김수미를 모두 챙길 수는 없었을까. 고인이 된 배우를, 그것도 같은 업계에서 챙기지 않은 건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고 부끄러운 일이다. 다른 영화상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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