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 방식은 최선의 방향으로 논의 중이다. 아버지로서 아이에게 끝까지 책임을 다할 것이다." (정우성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 측)
집채만 한 파도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느낌이다. 아직까지 그 여파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발단은 '디스패치'의 24일 보도였다. 해당 기사는 모델 문가비가 지난 3월 출산한 아들의 친부가 배우 정우성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2022년 한 모임에서 알게 됐으나 연인 사이는 아니었다. 지난해 6월, 문가비는 정우성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고, 정우성은 양육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알려진 사실은 여기까지지만, 이슈를 불나방처럼 좇고 조회수를 욕망하는 일부 언론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 결혼을 거부한 정우성을 단죄하기도 하고, 난민 보호를 외쳤던 그가 위선자였다고 비아냥냈다. 이젠 양육비가 얼마인지 따지고 들고 있다. 결혼과 출산을 하나의 패키지로 여기는 전통적인 가족관을 지닌 사람들은 정우성의 행동에 분노했다.
반면, 디시인사이드 '정우성 갤러리' 측은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사례를 들며 정우성을 지지하고 나섰다. 정우성이 비록 문가비와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아버지로서의 책임은 끝까지 다할 것이라 약속했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판단은 개인의 몫이지만, 명백한 건 개인의 사생활이라는 점이다. 그들의 선택에 대해 왈가왈부할 여지가 없다.
다만, 우리가 각잡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지점이 있다. 바로 '혼인외 출생자'에 대한 사회적 논의이다. 우선, 통계부터 살펴보자. 통계청의 '2023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외 출생자의 수는 1만 90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출생아(23만 명)의 4.7%에 해당한다. 2022년 6,900명, 2021년 7,700명, 2022년 9,800명에 이어 3년째 증가세이다.
숫자로 접하니 '이렇게 많았어?'라는 반응이 나온다. 물론 이 케이스들이 모두 '정우성-문가비 사례'는 아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동거하는 사실혼 관계에서 출산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 등 정책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소득 기준 등 대출 조건이 혼인 부부에게 불리하다는 판단 하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부부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통계청 조사 자료에서 20~29세 중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이 무려 42.8%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분명한 변화가 감지된다. 이런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친 건 방송인 사유리 씨의 비혼 출산일 것이다. 사유리는 2020년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 젠을 출산했고, 이 사실을 당당히 밝혀 많은 박수를 받았다. 새로운 가족 형태를 보여준 것이다.
최근에는 배우 김용건의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김용건 역시 혼외자 늦둥이를 본 케이스인데, '낙태 종용' 이슈로 고소장이 제출되는 등 논란이 있었으나 지금은 채널A '아빠는 꽃중년'을 통해 아빠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정우성의 사례까지 더해지면 다양한 결혼과 출산 방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혼외 출생률 41.5%에 달한다. 프랑스 62.2%, 영국 49%, 미국 41.2%, 호주 36.5%이다. 유럽은 다양한 출산 형태를 포용해 왔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지원도 갖 갖춰져 있는 편이다. 김민정 한국미혼포가족협회 대표는 "정우성과 문가비 같은 사례가 (...)비혼 출생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완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출생률이 점점 더 쪼그라들면서 국가 소멸까지 거론되는 저출산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정우성에 대한 단죄도 아니고, 그들의 사생활을 파헤지는 것도 아니다. 가십을 좇는 일은 더더욱 아니다. 이제 '혼인외 출생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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