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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아웃된 김경언과 이진영, 스피드업 룰에 문제는 없나?

너의길을가라 2015. 3. 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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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기다리고 기다리던 프로야구의 시즌이 돌아왔다. 신생팀 KT의 합류로 10개 구단 체제로 재편된 프로야구가 지난 7일 시범경기를 시작으로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비록 시범경기였지만 많은 팬들이 관중석을 가득 채웠고, 그만큼 치열한 경기가 펼쳐졌다. 한화와 LG의 경기가 펼쳐진 대전구장에서는 흥미로운 상황이 여러 번 연출돼 주목을 끌었다. '스피드업 룰' 때문에 벌어진 웃지 못할(사실은 엄청 웃었던) 장면들이었다.


"타자는 타석에 들어선 순간부터 최소 한 발은 타석 안에 두어야 한다(위반 시 투구 없이 스트라이크 선언)"


타자가 타석을 이탈할 수 있는 경우

▲ 타격행위를 한 후 중심을 잃었을 때

▲ 몸쪽 공을 피하기 위해 타석을 이탈하는 경우

▲ 양팀 벤치에서 타임을 요청할 때

▲ 폭투나 패스트볼이 일어났을 경우

▲ 투수가 투구 뒤 볼을 받고 마운드를 벗어났을 때

▲ 포수가 수비지휘를 위해 포수석을 벗어났을 때

▲ 부상 또는 선수의 몸에 이상이 생기거나, 배트교환 등 정당한 이유로 타석을 벗어났을 때

▲ 천재지변이나 그 외의 경우로 인하여 경기가 중단되었을 때

▲ 기타 주심이 인정하는 경우




한화가 3-0으로 앞선 3회말 무사 1루, 타석에 서 있던 김경언은 볼카운트 2-2에서 갑자기 아웃으로 선언됐다. 깜 짝 놀란 김경언은 심판을 쳐다봤지만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타석에 대기하던 김경언의 두 발이 '모두' 벗어났기 때문에 '스피드업 룰'에 의해 스트라이크가 선언됐고, 2-2였던 볼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가 하나 추가되면서 삼진이 된 것이다.



이번에는 LG의 차례였다. 4회초 2사 1루, 1-2의 볼카운트 상황에서 이진영도 똑같은 이유로 스트라이크가 추가돼 삼진 처리됐다. 순간 당황했던 이진영은 벤치로 돌아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시범경기가 아니라 정규시즌 그것도 긴장감 가득한 중요한 경기였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한 혹은 허탈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김경언은 이후에도 2번이나 더 '스피드업 룰'에 저촉되며 팬들에게 웃음(쓴웃음 포함)을 선물했다. 특히 볼카운트 2-2 상황에서 볼을 골라내고서 무심결에 뒷걸음질을 치다가 '스피드업 룰'이 머릿속을 스쳤는지 한 쪽 발을 타석 안에 넣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아무래도 김경언은 타격 연습이나 수비 연습 못지 않게 타석에 머무르는 연습을 해야 할 듯 싶다.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를 맞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스피드업 룰을 대폭 강화했다. 대표적으로 투수 교체시간이 2분 45초에서 2분 30초로 15초 줄었고, 타자가 볼넷이나 몸에 맞는 공으로 1루로 출루할 때는 무조건 뛰어가야 한다. 타자의 등장을 알리는 BGM은 10초 이내로 제한됐고, 타자는 음악이 끝나기 전에 타석에 들어와야만 한다. (이를 어기면 스트라이크가 추가된다.) 앞서 살펴봤던 타석에서 벗어날 경우 스트라이크가 추가되는 것도 스피드업 룰의 일부이다.



한화의 김성근 감독은 "야구가 재미없어지는 것 같다"면서 "라이맥스를 향해 가는데 삼진이 나왔다. 수비 입장에서는 좋지만 문제가 있다. 이진영 타석 때도 사실 어떻게 될지 몰랐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싶다. 1,2초를 줄이는 것보다 클리닝타임을 없애면 된다"고 비판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스트라이크보다 다른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지만, 이제와서 규정이 바뀔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김경언과 이진영의 사례를 통해 앞으로 선수들이 주의를 하겠지만, 긴장된 순간에 타자가 무심결에 타석에서 벗어나는 상황은 시즌 중에 빈번히 발생할 것이다. 대회요강에는 타자가 타석을 이탈할 수 있는 9가지 경우가 규정되어 있지만, 어느 정도는 심판의 재량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어쩌면 타석에서 벗어났는지 여부를 놓고 심판과 선수 간의 실랑이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기 시간을 단축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고, 이를 위해 다양한 방안들을 도입하는 것도 긍정적인 일이다. <스포츠동아>에 따르면, 실제로 타석에서 습관적으로 벗어나는 A 선수는 타석을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최형우에 비해 33초의 시간을 더 소모했다고 한다. 약간의 오차는 있겠지만, 한 경기 4타석(타석 당 공 5개)을 기준으로 하면 2분 이상을 더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타석을 벗어난다고 해서 스트라이크를 추가하는 것은 경기의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그렇다고 다른 대안을 찾는 것도 쉽진 않다. 투수들의 12초 룰처럼 차라리 타자들이 타격을 준비하는 시간 자체에 제한을 두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지금의 스피드업 룰은 뒤집어 생각하면 타석에 머물기만 하면 얼마든지 시간을 보내도 상관없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길어지는 야구 경기를 지켜보는 것(지난 시즌은 극심한 타고투저의 영향도 있었다)은 골수 야구팬의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경기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스피드업 룰을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중간에 새어나가는 시간만 줄여도 늘어지는 경기 시간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논란이 될 수 있는 규정들은 보류를 하고, 좀더 보완하는 시기를 거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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