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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와 결별한 전창진 감독, 그의 치열했던 도전에 박수를 보내다

너의길을가라 2015. 3. 19. 22:51

 

4강 PO(플레이오프)가 진행 중인 프로농구에 두 가지 이슈가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창원 LG의 데이본 제퍼슨의 무례(無禮)에 대한 비난 여론과 KT 소닉붐과 전창진 감독의 결별이 농구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데이본 제퍼슨이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스트레칭을 한 것에 대해서는 비판의 수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제퍼슨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꽤 있지만, 방금 전에 전해진 따끈따근한 소식을 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됐다. 게다가 필자는 전창진 감독의 오랜 팬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편향적인 글을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팬'의 입장이긴 하지만,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만큼 전 감독은 명암(明暗)이 뚜렷한 감독이다.

 

"내가 슬럼프에 빠진 것 같다. 다 내 책임이다. 외국인 선수 구성도 그렇고, 시즌이 끝나면 내가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다. 여러가지로 힘들다" (전창진 감독)

 

19일 KT 소닉붐은 보도자료를 통해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전창진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팀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구단의 판단에 따라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원주 동부에서 챔피언결정전 우승만 3번을 차지하는 등 이룰 것을 다 이루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만년 하위팀 KT로 옮겨온 지 6년 만에 팀을 떠나게 된 것이다.

 

 

KT로 옮겨온 전 감독은 단숨에 팀을 강팀으로 변모시켰다. 당시 이석채 KT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고, 전 감독은 그에 걸맞은 성적으로 보답했다. 첫 시즌인 2009년 팀을 정규리그 2위에 올려놓았고, 다음 해에는 41승 13패를 기록하며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무엇보다 반짝 성적이 좋았던 것이 아니라 6시즌 동안 4번이나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을 만큼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번에는 암(暗)을 들춰보자. KT는 엄청난 체력을 바탕으로 한 '무빙 오펜스'를 구사하는 팀이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떨어지는 만큼 조직력으로 승부를 보는 팀이었다. 우승을 차지했던 2010년에도 전 감독은 "우리 팀을 만만하게 생각한다"며 불만과 우려를 동시에 토로했었다. 역시 높이의 약점이 주는 '한계'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2009~2010시즌 29.3개 10위

2010~2011시즌 30.1개 10위

2011~2012시즌 31.9개 9위

2012~2013시즌 29.9개 10위

2013~2014시즌 30.4개 10위

2014~2015시즌 34.4개 8위

 

KT의 리바운드 순위는 매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우승권에 머물렀던 2009~2010(2위), 2010~2011(1위), 2011~2012(3위) 시즌에도 리바운드 순위는 10위, 10위, 9위에 불과했다. 높이의 절대적인 열세를 '무빙 오펜스'와 특유의 끈끈한 수비력과 전 감독의 용병술로 이겨냈지만, 선수층이 엷어지는 데 따라 조성민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등 총체적인 난국을 겪게 되고 말았다.

 

 

 

 

물론 선수 구성에 실패한 것은 전 감독의 책임이 크다. '자부심을 가질 만한' 포인트 가드에 대한 전 감독의 열망은 여러 차례의 트레이드를 야기했다. 지난 2012년 창원 LG에 김영환과 양우섭을 내주고 김현중과 오용준을 받는 2대 2 트레이드는 그 시발점이었다. 오용준은 KT에서 슈터로 자리매김했지만, 기대를 모았던 김현중은 부상으로 고생하다 결국 이광재를 받는 조건으로 김종범과 함께 트레이드 됐다.  

 

무엇보다 가장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트레이드는 오리온스와 있었던 4대 4 트레이드일 것이다. 앤서리 리처드슨, 김도수, 장재석, 임종일을 주고, 랜스 골번, 전태풍, 김승원, 김종범을 받는 대형 트레이드는 어느 쪽이 '남는 장사'를 한 것인지를 두고 한참동안 농구 팬들을 흥분시켰었다. 전 감독이 그와 같은 트레이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역시 '자부심을 가질 만한' 포인트 가드에 대한 열망(혹은 집착) 때문이었다.

 

 

추일승의 유산(遺産)이었던 '포워드 라인'을 트레이드로 소진한 탓에 선수 구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조성민 과부하라는 악순환으로 돌아왔다. '김현수, 윤여권, 전태풍, 조성민, 이재도, 이광재, 송영진, 오용준, 우승연, 김승원, 박철호, 찰스 로드'의 선수 구성을 놓고, 양심적으로 높은 성적을 기대한 KT 팬은 없었을 것이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하위권은 유력했다. 다만, 전창진 감독 특유의 카리스마와 전술로 어느 정도 '커버'를 할 수 있길 기대했을 뿐이다.

 

하지만 인천아시안게임에 차출됐던 조성민의 부상으로 전 감독의 시즌 구상은 망가진 채 리그가 시작됐다. 이재도의 발견과 김승원의 발전 등 젊은 선수들의 약진으로 꾸역꾸역 6강 싸움을 이어갔지만, 5라운드에 전태풍의 부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2승 7패의 부진에 빠진 것은 결정적이었다. 4라운드에서 6승 3패로 잘 버틴 것과는 대조적인 성적이었다.

 

 

6강 진출이 좌절되면서 KT 안팎에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올 시즌 계약이 끝나는 전 감독의 자리를 신선우 여자프로농구(WKBL) 총재직무대행이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당시 전 감독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런 저런 얘기가 들린다. 몇몇 선배들이 이곳에 오기 위해 노력하신다는 얘기도 들었다. 예전같으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전창진'이가 대단하진 않아도 '와서 막 밀어내면 밀려나는' 존재는 아니었다"면서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은 심정을 토로했다.

 

사실 이 시점부터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존심 강한 전 감독이 성적 부진(6강 탈락)의 책임을 회피하진 않을 것이 분명했고, 황창규 회장 체제로 바뀐 KT는 사장, 단장, 사무국장에 이르기까지 물갈이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전 감독이 떠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KT에서 182승 142패(통산 426승 306패)를 기록하며, KT를 끈끈한 조직력의 팀으로 변화시켰던 전 감독은 쓸쓸한 뒷모습을 남긴 채 떠나가게 됐다.

 

KT 측은 는 전 감독을 "KT가 명문 구단으로 도약하는데 기여했으며, 조성민과 이재도 등 새 인물을 선발하고 육성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팀 체질 개선'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과연 전 감독을 대체할 수 있는 감독이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벌써부터 농구 팬들은 KT와 삼성이 다음 시즌에 꼴찌 다툼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다혈질적인 성격과 돌발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지만, 그가 농구와 승부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강하다는 사실은 모두 인정하는 바이다. 또, '전창진이니까 이 정도 할 수 있었다'는 것을 KT 팬들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과로로 쓰러질 정도로 승부에 대한 열정과 팀에 대한 애정이 넘쳤던 전 감독에게 여섯 시즌동안 정말 고생이 많았다고 전해주고 싶다. 진심을 다해 깊은 박수를 보낸다.

 

P.S. 그런데 이게 웬일? 전 감독이 KT를 떠나면서, 응원할 팀을 잃어버렸던 필자에게 반가운(?) 소식이 눈에 띄었다. 이동남 감독 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렀던 KGC 인삼공사 측에서 전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고, 이변이 없는 한 계약서에 사인을 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아직까지 확정된 것이 없어 섣불리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국가대표급 선수진을 구성하고 있는 KGC와 전창진 감독의 만남은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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