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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질 심한 유기견 포기 안 한 임시 보호자, 강형욱은 감동했다

너의길을가라 2021. 8. 3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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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가 고향인 몰티즈의 역사는 기원전 4세기까지 고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됐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당시의 견종 목록을 만들었는데, '카니스 멜레테(canes melitensete)'라는 라틴어로 몰티즈의 특징을 묘사했다. 또, 몰티즈는 로마 귀부인들의 사랑을 듬뿍받았고, 르네상스 시대를 거쳐 19세기까지 패션의 일부처럼 여겨졌다. 굉장히 오랫동안 예쁨을 받아왔던 견종인 셈이다.

몰티즈는 한국에서도 푸들, 포메라니안과 함께 3대 인기 견종이다. 강형욱 훈련사는 "거의 국견이에요."라고 표현했다. 똑똑하고 애교가 많고, 다른 소형견에 비해 용감하고 잘 짖는 특성이 있다. 큰 개 앞에서도 당당한 모습을 보인다. 다만, 감정 표현이 세서 싫은 표현을 과장되게 하는 경향이 있다. 또,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행패를 부리기도 해 어릴 때부터 엄격한 훈련이 필수이다.

"머리가 좋은데 안 한단 말이에요. 집에서 예절 교육과 사회화 교육을 많이 해야지 그렇지 않고 예쁘니까 귀하게만 키우면 사회화될 기회를 못 얻는 개들이 꽤 있어요." (강형욱)


지난 30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고민견은 몰티즈 베니(수컷, 5살 추정)였다. 베니는 유기견이었다. 남매 보호자는 자신들을 '임시 보호자'라고 칭했는데, 임시 보호자가 <개훌륭>에 출연한 건 출연한 건 최초였다. 애견 카페에서 근무하며 유기견 봉사 활동을 몇 차례 다녀온 동생 보호자는 좁은 케이지 안에 너무 많은 강아지들이 갇혀 지내는 걸 보고 안타까웠다고 털어놓았다.

이경규는 한 해에 유기견이 10만 마리나 나온다는 통계를 언급했다. 엄청나게 많은 숫자에 부끄러움이 앞선다. 한편, 전국의 유기견 보호소의 수는 280개에 불과하다. 유기견 수에 비해 보호소의 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제대로 관리를 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전체 유기견 중 30%는 새로운 보호자를 만나 입양되지만, 20%는 안락사되고 25%는 자연사하고 만다.


사람의 욕심에 의해 태어나 고통받는 강아지를 한 마리라도 더 살리고 싶은 마음에 유기견 임시 보호를 시작했고, 1년 5개월 전에 베니를 데려왔다. 입양 가족을 찾을 때까지 맡는다는 생각이었지만 벌써 상당히 긴 시간이 흘렀다. (일반적인 임시 보호는 2~3개월이다.) 강형욱은 여전히 임시보호라고 말하는 게 마음에 든다고 했다. 보호자의 말에서 강한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보호자는 기본적인 훈련도 잘 시켜두었고, 앞으로의 임시 보호를 위해 반려견 공부까지 충실히 하고 있었다. 정말 바람직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어 강형욱에게 도움을 요청했을까. '입질' 때문이었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공고 글이 올라왔을 때 입질이 있다고 했지만, 막상 데려와보니 생각보다 심각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시작된 입질은 통제가 힘들었다.

가족들은 이미 물린 경험이 있고, 아빠의 경우에는 응급실로 가서 일곱 바늘을 꿰매야 했다. 외부인에 대한 경계도 심했다. 제작진을 만난 베니는 엄청난 기세로 짖어댔다. 맹견 못지않은 공격성이었다. 한번 들끓으면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문제는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베니는 강아지나 다른 동물에게 공격성을 보였고, 아이들이나 유모차를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렇듯 입질과 공격성 때문에 입양이 쉽지 않았다. 베니의 변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임시 보호자는 방문 훈련도 3~4번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간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나아지기는커녕 입질이 심해져서 결국 훈련소 입소까지 시켜야 했다. 4개월간 훈련을 진행했지만, 베니의 입질은 계속 됐다. '개통령' 강형욱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과연 베니는 달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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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 있는 개들은 식탐이 없어요." (강형욱)


규 제자와 장도연이 먼저 베니를 만났다. 처음에는 역시 맹렬히 짖었지만, 간식 앞에서 금방 온순해졌다. 임시 보호자가 없을 때도 차이가 없었다. '앉아'와 '엎드려'를 곧잘 수행했고, 간식을 손에 쥐고 있는 상태에서 얼굴을 만지는 데도 별다른 공격성을 보이지 않았다. 분명 훈련을 받은 티가 역력했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기질은 바뀌지 않은 상태였다. 짖는 행위를 도구처럼 사용해 왔던 것이다.

강형욱은 보호자에게 베니를 교정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기질을 인정하고 어떤 사람이 입양해야 하는지 설명할 계획을 밝혔다. 베니의 공격성은 '겁' 때문은 아니었다. 위축된 행동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위협을 하다가 간식을 내밀자 180도 돌변했던 걸 보면 알 수 있다. 강형욱이 포착한 건 '결핍'이었다. 베니는 보호자의 팔, 다리를 핥았는데, 이는 불안함에 보호자를 소유하고 싶은 욕구였다.

이어서 강형욱은 행동 교정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선언했다. 마치 닭의 쪼는 행동을 없앨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베니의 선천적인 기질 탓이다. 강형욱은 우선 무덤덤하게 관심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때 갑자기 베니가 짖기 시작했도, 강형욱이 목줄을 건네받았다. 물러서지 않고 통제하는 법을 가르쳐주기 위해서였다. 잠시 휴전 상태가 이어졌다.

베니는 강형욱이 줄을 잡았다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을 예뻐해 주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예뻐해 달라며 협상을 시도하려 했다. 강형욱은 한번 협상에 응하면 앞으로도 계속 그런 행동을 반복할 것이라 경고했다. 그것이 베니가 사는 방식이었다. 베니는 보호자를 향해 낑낑대며 도움을 오청했다. 갈수록 더 애처롭게 울었다. 하지만 강형욱은 애정을 주는 걸 금지했다.

"베니의 문제 행동이 커지고 강해진 이유가 있을 겁니다. 저는 학대 중의 학대는 가정 파괴라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 잘 정착하지 못했던 개들은 뭐가 정착인지 몰라요. 안정적인 가정이 있고 뿌리를 내려본 경험이 있는 개라면 지금처럼 이렇게 집착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요." (강형욱)


기본 훈련은 역시 '블로킹'이었다. 강형욱은 냉소, 냉담하기를 강조했다. 다가오면 가만히 있되 점프를 하면 밀치라고 설명했다. 베니가 원하는 건 보호자와 친밀감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보호자가 차갑게 대하자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애처로운 표정을 짓고 몸에는 힘을 쭉 뺐다. 일종의 '가짜 눈물'이었다. 강형욱은 그것이 베니의 전략이라고 설명하며 보호자의 마음을 다잡았다.

오늘의 성공 목표는 베니가 위축돼서 축 처진 모습을 보이도록 하는 것이었다. '에이, 마음대로 안 됐네.'라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했다. 강형욱은 그런 상황을 며칠 동안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그리되면 베니는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보호자가 하자는 대로 하면 된다고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강형욱은 그 사이에 발을 닦아주거나 몸을 만지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훈련은 계속 이어졌다. 베니는 블로킹하는 보호자에게 장난을 걸며 상황을 전환하려 애썼다. 강형욱은 보호자에게 목줄을 밟으며 강하게 압박하라고 지시했다. 새 보금자리를 찾아 떠날 베니를 위해서 흔들림 없이 강한 압박으로 행동 교정을 해야만 했다. 강형욱은 이 시간이 정말 소중한 시간이라며 훈련을 통해 흥분하는 빈도나 강도가 낮아질 거라 설명했다. 또, 최악의 상황으로 빠지지 않도록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드디어 베니의 온몸에 힘이 빠졌다. 그것이 베니가 취해야 할 행동이었다. 보호자를 한번 쳐다보고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 침대 밑으로 숨었다. 베니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대화를 단절하는 스타일이었다. 만약 사회성이 좋은 개였다면 보호자에게 다가와서 살며시 소통을 시도했겠지만, 베니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다른 개들과도 어울리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다음은 산책 훈련이 이어졌다. 다른 강아지를 만난 베니는 어김없이 공격성을 보였다. 강형욱은 사소한 공격성에도 강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통제가 이뤄지자 베니의 공격성도 사라졌다. 강형욱은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나갈 때는 줄을 짧게 잡고 베니를 자신의 왼쪽 갓길로 걷게 했다. 공격성을 보이면 곧바로 통제했다. 몇 차례 반복되자 사람이 지나가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어서 외부 소리에 예민한 베니를 위해 둔감화 훈련을 실시했다. 베니는 평소 택배, 초인종 등에 예민했다. 많은 반려견들이 그러할 것인데, 이를 교정하기 위해 일부러 소리를 나고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칭찬과 함께 간식을 주는 훈련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예민하게 반응했던 베니는 교육을 통해 확연히 달라졌다. 이제 외부 소리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됐기 때문이다.

유기견의 임시 보호자를 자처한 보호자의 따뜻한 마음씨는 귀감이 됐다. 또, 입양자를 찾기 전까지 포기하지 않는 책임감도 돋보였다. 보호자의 노력은 분명 베니를 변화시킬 것이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건 흐뭇한 일이었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굉장히 무거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유기되는 개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기견 10만 마리. 반려동물1000만 시대에 우리가 꼭 되새겨야 할 숫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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