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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견이 된 비글? 강형욱이 비글은 원래 그렇다고 말한 까닭

너의길을가라 2021. 8. 2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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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글미'는 '매우 활달하고 명랑한 모습'을 일컫는 신조어인데, 영국의 수렵견 비글에서 비롯된 말이다. 비글은 FCI 6그룹 센트하운드(scenthound)에 속하는 견종이다. '센트'는 후각, '하운드'는 수렵견을 뜻한다. 비글은 뛰어난 후각으로 사냥감을 추격했던 사냥개의 DNA를 가지고 있다. 운동 능력이 뛰어나고 에너지가 넘친다. 오죽 했으면 '지랄견', '악마견'이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강형욱 훈련사는 비글의 경우에 오히려 훈련 의뢰가 드문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유는 보호자들이 '비글은 원래 이렇구나'라고 체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1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 고민을 의뢰한 보호자는 강형욱의 도움이 절실해 보였다. 그들의 반려견 마루(수컷, 7개월)은 이른바 '가정폭력견'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심하기에 그런 별명까지 붙은 걸까.

활발하고 밝은 성격의 마루는 굉장히 영리했다. 기본적인 훈련은 모두 소화했다. 당연히 보호자들의 예쁨을 받았다. 문제는 쉴 새 없이 입질을 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한번 공격하면 멈추지 않는 집요함까지 갖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엄마 보호자와 딸 보호자의 몸에는 온통 상처뿐이었다. 블로킹으로 밀어내면 입질로 대응했다. 하지 말라고 밀치는 순간 입질의 강도가 세졌다.


틈만 보이면 달려들었다. 주로 체구가 작은 딸 보호자가 타깃이 됐다. 엄마 보호자는 마루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리려 했지만 생각처럼 될 리 없었다. 마루가 딸 보호자를 계속 위협했지만,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못하고 그저 말로 혼을 낼 뿐이었다. 흥분한 마루에게 그 말이 들릴 리 없었다. 각종 청소 도구에 집착하는 것도 문제였다. 특히 걸레에 집착했다. 막을수록 집요해졌다.

엄마 보호자는 지난 6월에 마루를 쉼터 같은 곳에 파양을 보냈었다고 털어놓았다. 살림살이를 다 망가뜨리고, 아이들을 다치게 해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마음이 힘들어 결국 하루 만에 파양을 취소했다는 보호자들은 평소 강형욱의 훈련 동영상을 챙겨 보며 공부하고 있었다. 마루와 함께 지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힘겨운 상황이었다.

수제자 이경규와 장도연이 먼저 마루를 만나보기로 했다. 당장 걸레를 꺼내자 마루는 달려들었다. 강형욱은 그동안 물건을 뺏으려 했기 때문에 다 강한 집착을 보였을 거라며 물건에 대한 관심을 간식으로 돌리는 방법을 추천했다. 상담을 하느라 방심한 사이 마루는 간식 주머니를 급습했다. 이경규가 뺏기 위해 접근하자 손을 콱 물어버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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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런 대답이 좀 실망스럽기도 하겠지만, 비글이 원래 그래요." (강형욱)

결국 강형욱이 출동했고, '개통령'을 만난 보호자 가족들은 하소연을 쏟아냈다. 강형욱은 '나 놀고 싶어 죽겠어!'라고 에너지를 발산하는 비글의 특성에 대해 설명했다. 문제는 그 에너지 레벨이 너무 높다는 것이었다. 강형욱은 하루에 수시로 산책을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밖에서 뛰어놀아야 할 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하다 보니 마루가 엄청 답답했을 것이라 설명했다.

마루의 경우 운동을 적어도 3시간은 시켜야 하는데, 이런 성품의 개를 감당하기 어려운 집안 환경이었다. 스트레스를 받던 마루는 보호자를 물면 그 반응이 재미있어 그것이 문제 행동이라는 걸 인식하지 못한 채 계속 그리했던 것이다. (7개월의 마루는 사람으로 치면 8살~12살의 어린이에 불과하다.) 또, 영리한 마루는 어떤 물건을 물면 보호자가 반응하는지 알고 있었다.

다시 말해 마루는 짜증을 부리는 게 아니라 재밌게 놀고 있었다. 강형욱은 이를 두고 '예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마루같이 에너지 넘치는 개를 컨트롤 하려면 강한 리더십이 필요한데, 보호자 가족의 경우 경험이 부족해 마루의 행동 하나하나를 걱정했던 것이다. 강형욱은 걱정이 반복되면 보호자가 겁내는 줄 알고 보호자가 만든 규칙을 무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물고 가면 그냥 줘요." (강형욱)


강형욱은 '집착 버리기' 훈련부터 시작했다. 강형욱은 마루가 어떤 물건을 물고 가면 그냥 줘버리라고 조언했다. 보호자가 뺏으려 하면 놀이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좋아하는 물건을 바로 주지 말고 함께 놀아주라고 덧붙였다. 놀아주면서 충분히 교육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침 마루가 슬리처를 물고 다가왔다. 다가온 이유는 100% 놀아달라는 뜻이다.

강형욱은 다른 물건(장난감)으로 관심을 유도하도록 했다. 그러자 마루는 반응했다. 슬리퍼를 포기하고 장난감에 몰두했다. 그 사이 슬리퍼를 제자리에 갖다뒀다. 평상시에는 술리퍼를 다른 곳에 보관하고 훈련할 때만 꺼내놓으라고 조언했다. 강형욱은 신발을 갖고 놀 생각이 없다는 걸 화내지 않고 설명해야 한다면서 이 훈련을 1~2주 정도 반복하라고 당부했다.

밀대로 달려드는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 방법이 있었다. 우선, 마루가 밀대로 달려들면 밀대를 바닥에 고정시키고, 발로 살짝 제지를 하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계속 문다면 조금 더 강하게 제지하면 된다. 이때 얌전히 앉으면 간식으로 보상하고, 밀대를 물지 않아도 보상을 하라고 설명했다. 칭찬이 포인트였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 보호자는 지적만 할 뿐 칭찬이 부족했다.


다음 훈련은 '리더로 인식시키기'였다. 마루에게 걸핏하면 공격받는 딸 보호자를 리더로 인식시켜야 했다. 우선, 간식 냄새를 맡게 하고 앉을 때까지 기다렸다. 간식을 주는 규칙을 만들어 보호자가 리더라는 것 인지시키는 과정이다. 어느덧 마루는 딸 보호자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강형욱은 태도가 변하면 자신감이 올라가기도 한다며 딸 보호자에게 어깨를 펴고 당당히 행동하라고 응원했다.

평소 마루에게 많이 물려 겁을 냈던 딸 보호자는 점차 두려움을 극복하고 마루를 편안하게 대했다. 태도가 바뀐 덕분이었다. 강형욱은 이번만큼은 주보호자를 따로 정하지 않았다. 마루는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비글이기 때문에 한 보호자에게 맡기기보다 당분간 공동으로 양육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개는 훌륭하다> 사상 처음 제안하는 파격적인 해결책이었다.

결국 마루는 놀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 욕구가 해소되지 않자 '놀아달라고' 물건을 물고 오고, 보호자들에게 달려들었던 것이다. 강형욱을 통해 마루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보호자는 마루에게 미안해 했다. 다양한 훈련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건 마루에 충분히 놀아주는 것이다.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겠다. 놀아줄 자신이 없다면 비글을 반려견으로 맞을 생각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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