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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잃은 장금이 사장님, 정말 '골목식당'이 독이 된 걸까? 본문

TV + 연예/[리뷰] '백종원의 골목식당' 톺아보기

웃음 잃은 장금이 사장님, 정말 '골목식당'이 독이 된 걸까?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20. 6. 4. 13:15


다들 자신이 로또에 당첨되는 꿈을 꾼다. 당첨금을 받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 나름대로 청사진을 그리며 행복한 미래를 상상한다.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아가길 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의 삶을 추적한 방송과 뉴스를 보면 그들의 삶이 '불행'이라는 단어와 좀더 긴밀히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삶의 균형을 잃고 점차 나락으로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를 '로또 1등의 비극'이라고 부른다.

엄청난 금액의 당첨금이 오히려 독이 됐다고 할까? 당장 눈앞에 나타난 돈에 정신이 팔리는 순간 모든 게 흐릿해지기 시작한다. 평생 다져 왔던 삶의 패턴에도, 줄곧 유지해 왔던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임해 왔던 자신의 일에도 시나브로 독이 스며든다. 그러다 결국 모든 걸 망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로또 1등의 비극'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에서도 목도하게 된다.

2018년 1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골목식당>은 총 23곳의 골목을 방문해 87개 식당을 솔루션 했다. 그 과정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전반적으로 솔루션은 성공적이었다. 대부분의 식당들이 백종원의 진두지휘에 따라 '맛집'으로 탈바꿈했다. 가게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메뉴를 선정했고, 치열히 고민했던 레시피에 따라, 친절하고 성의있게 장사를 이어갔다. 또, 잃어버린 채 살았던 초심도 떠올리기도 했다.

설령 시청자들로부터 욕을 먹었다고 하더라도 어찌됐든 방송에 출연했던 식당들은 '대박'이 터졌다. 이후 손님들이 물밀듯 밀려왔고, 당연히 매출도 급증했다. 한마디로 돈방석에 앉은 셈이다. 꿈꾸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새로운 삶이 열렸다고 할까? 그러나 이쯤에서 한 가지 생객해 봐야 할 포인트가 있다. 그동안 <골목식당>을 보면서 하지 않았던 질문이다. 과연 사장님들은 이전에 비해 더 행복해졌을까?


<골목식당>은 '여름특집 2020'으로 그동안 솔루션 했던 식당들에 대한 재점검에 나섰다. 목적지는 '서산 해미읍성'이었다. 최초로 형제 가게가 탄생했던 곱창집은 장사를 잘하고 있을까? A to Z 눈높이 솔루션이 진행됐던 불고깃집, 우연한 만남이 인연으로 발전한 호떡집은 어떨까? 장금이 사장님의 돼지찌개집은 초심을 잘 유지하고 있을까? 방송 후 많은 화제가 됐던 곳이었던 만큼 궁금했던 곳이었다.

SNS 후기를 살펴보기 전에 3명의 MC들은 잘하고 있는 식당과 그렇지 못한 식당을 예상해 보기로 했다. 백종원과 김성주, 정인선 모두 사장님의 성격이 너무 강했던 곱창집과 처음부터 끝까지 가르쳐줘야 했던 불고깃집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돼지찌개집에 대해선 확고한 신뢰를 보였다. 특히 백종원의 믿음이 굳건했다. 유독 정인선만 돼지찌개집에 손님이 워낙 많이 몰려서 난항을 겪었을 거라 짐작했다.

실제로 살펴본 돼지찌개집에 대한 SNS 후기는 혹평 일색이었다. 찌개는 물을 탄 것처럼 싱겁고, 양도 적었다는 평이 많았다. 글과 함께 올라온 사진만 봐도 확실히 내용물이 적어 보였다. 어리굴젓에 대해서도 휴게소에서 먹었던 게 더 맛있었다는 평이 있었다. 1년 전 신선하고 맛있었던 6첩 반찬은 4가지로 줄어 있었고, 맛도 별로라는 실망이라는 글이 수두룩했다. '혼자만 알고 싶은 집'이라던 백종원의 극찬이 무색해졌다.


"방송이 독이 된 거네."

제대로 점검을 해보기 위해 제작진이 관광객인 척하고 돼지찌개집을 방문했다. 그러나 주방과 홀 어디에도 사장님은 보이지 않았다. 음식은 다른 직원이 만들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손님의 입장에선 '다른 가게에 왔나?'라고 생각할 법 했다. 사장님은 어디에 있는 걸까? 제작진은 사장님이 바깥에 있는 걸 확인했다. 매일마다 반찬을 만들며 행복해하고 줄곧 주방에 붙어 있던 사장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애당초 어리굴젓은 제공되지도 않았는데, 그 이유는 최근에 어리굴젓을 먹고 탈이 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를 지켜보던 백종원은 한 가지 메뉴가 빠졌으면 다른 메뉴로 채워넣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치찌개를 주문한 제작진은 한 입 먹어보더니 돼지고기 냄새가 너무 나서 비리다며 결국 뱉어버렸다. 간도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 싱겁고 매웠다. 완전히 다른 식당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사장님이 변해 있었다. 그는 손님을 보고도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예전처럼 손님을 반기지도 않았고, 친근하게 인사를 하거나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다. 잠시 음식을 만들더니 테이블에 던지듯 놓고 다시 밖으로 나가버렸다. 계산을 요구한 손님은 몇 분을 기다리고 난 후에야 겨우 결제를 할 수 있었다. 1년 전의 장금이 사장님이 아니었다. 사장님의 얼굴에서 환한 웃음이 사라져 있었다. 아예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이번 주 방송분만 가지고는 지난 1년 동안 장금이 사장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길이 없다. 무엇이 문제인지는 다음주가 돼야 공개될 것이다. 다만, 조심스레 짐작해 본다면 혹시 '로또 1등의 비극'이 도래했던 건 아닐까. 방송의 효과로 손님들은 밀려왔고 돈도 많이 벌었지만, 정작 자신의 삶의 균형이 무너져버린 건 아닐까. 꿈꾸던 식당의 번영은 이뤘지만, 반대급부로 일상의 소소한 행복도 잃어버린 건 아닐까.

실제로 <골목식당>에 출연하는 건 로또에 당첨되는 것 같은 행운이다. 망해가던 식당이 단박에 맛집으로 부활한다. 빚더미에 앉아있던 사장님도 돈방석에 앉게 된다. 그러나 87개의 식당 사장님들은 모두 행복해졌을까? 방송에 출연한 후 그들은 자신의 삶에서 웃음을 지켜나가고 있을까? 이런 그저 배부른 고민에 불과한 것일까? 도대체 행복이란 무엇일까? <골목식당>을 보면서 많은 질문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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