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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계속할 이유가 된 곱창집, 백종원은 겸허히 고개를 숙였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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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계속할 이유가 된 곱창집, 백종원은 겸허히 고개를 숙였다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20. 6. 18. 13:25

 

"난 정말 사람 못 봐."

사실 서산 해미읍성의 '곱창집'은 백종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주저없이 '잘하지 못하는 식당'에 포함시켰다. 큰 기대를 하지 않은 건 김성주와 정인선도 마찬가지였다. '센캐' 김춘옥 사장님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었다. 워낙 강한 성격 탓에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까? 자신의 고집을 내세워 백종원이 강조했던 부분들을 무시하고 에전의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백종원의 '원픽'은 단연 '돼지찌개집'이었다. '서산의 장금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충기 사장님에 대한 두터운 신뢰 때문이었다. 물론 그건 백종원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김성주와 정인선도 돼지찌개집만큼은 초심을 지키고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매일마다 반찬을 새로 만들 정도로 부지런했고, 식재료 관리에도 철저할 뿐더러 단골손님들을 살뜰히 챙겼던 사장님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자 완전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2020 여름특집'의 1등은 곱창집이었다. 직접 식당을 방문했던 손님들이 남긴 SNS 후기를 들여다 봤더니 곱창집은 칭찬 일색이었다. 곱창 구이와 전골 둘다 합격점이었는데, 맛뿐만 아니라 서비스(응대)까지 모두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백종원은 자신의 예상과 다른 결과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반면, 돼지찌개집은 가장 나쁜 평가를 받았다. 지깨에 들어간 고기에선 잡내가 났으며, 간이 맞이 않아 싱겁다는 후기가 줄을 이었다. 전체적으로 음식의 맛에 의문을 제기하는 손님들이 많았다. '서산 장금이'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을 거란 점을 감안해도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이라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백종원의 표정은 심하게 일그러졌다. 믿는 도끼에 발등찍힌 격이었다.

"기분이 묘한 게 이런 거네요." (정인선)
"함부로 판단하는 게 아닙니다." (김성주)

제작진은 곱창집에 대한 호평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손님인 척하고 식당에 잠입했다. 가게로 들어서자 사장님이 반갑게 맞이했다. 보통 직원들 두고 사장님은 뒤로 빠져 있거나 부재한 경우가 많은데 곱창집은 그렇지 않았다. 김춘옥 사장님은 곱창을 직접 구워주면서 손님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또, 소스에 찍어먹는 법 등을 안내하며 적극적인 응대에 나섰다.

손님으로 분한 제작진은 사장님에게 "백종원 어때요?"라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김춘옥 사장님은 잠시 고민하더니 냉철하기도 하지만, 인간적인 면이 많다며 칭찬을 시작했다. 백종원은 민망해하면서도 싫지 않은 눈치였다. 그 문답이 인상적이었던 까닭은 사장님이 말을 지어내거나 허풍떨지 않고, 경험했던 부분만을 차분히 전달했기 때문이었다. 사장님의 성품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곱창집을 맨 아래로 봤던 백종원은 "난 정말 사람 못 봐"라며 크게 자책했다. 가장 못할 거라 생각했던 곱창집이 오히려 초심을 지키며 꿋꿋하게 장사를 해왔던 것에 감동을 받았던 것이다. 정인선은 기분이 묘하다며 섣불리 판단했던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김성주 역시 겸허히 "함부로 판단하는 게 아닙니다"라고 맞장구쳤다. 그 순간 아마 수많은 시청자들이 깊은 상념에 잠겼으리라.

입으로는 '선입견을 갖지 말라'고 말하지만, 실상 우리의 수많은 판단들은 어쭙잖은 선입견에 기초한 경우가 수두룩하다. 차분히 숙고하기보다 얕은 경험에 근거해 섣불리 결론을 내려버리곤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곱창징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던 게 비단 백종원(과 두 명의 MC)뿐이었을까. 방송을 지켜봤던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당시 같은 생각을 했었다.


'드센 성격 탓에 장사를 잘 못할거야.'
'성격이 워낙 세서 백종원이 가르쳐 준대로 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그런 예상들은 선입견이 만든 착시에 불과했다. 남편 김수철 사장님은 한결같이 새벽에 나와 곱창을 손질하며 초심을 지켜왔고, 김춘옥 사장님은 1년 내내 변함없이 밝은 에너지를 내뿜고 있었다. 그들의 강단 있는 성격은 초심을 다잡는 데 버팀목이 됐다. 주변의 여러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줏대를 지켜올 수 있었다. 또, 그들은 감사한 마음을 잃지 않고 있었다. 실패할 수 없는 식당이었다.

'샴푸 향'은 이제 옛날 얘기였다. 김춘옥 사장님은 손님들이 잊지 않도록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오래 방송해 달라고 부탁했고, 백종원은 골목식당을 계속해야 할 이유를 이 곳에서 찾았다며 고마워했다. TV를 보고 있던 시청자들의 마음도 같지 않았을까. 사장님이 '찐'이라는 걸 몰라봐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사장님 덕분에 힘이 난다고, 정말 고맙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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