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공연기

"사람 거미에 반한 순간" 거미(GUMMY) 투어 콘서트 2023 <LOVE> 서울 후기

너의길을가라 2023. 12. 1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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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남지 않은 2023년, 연말을 뜻깊게 보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공연을 감상하는 것 아닐까. 최근에는 뮤지컬을 보러가곤 했는데, 올해는 특별히 콘서트를 즐겨보기로 했다. 고민 끝에 선택한 가수는 바로 거미(GUMMY)였다.

GUMMY 투어 콘서트 2023 <LOVE>
일시 : 2023. 12. 15. (금) 20:00
장소 : 올림픽 공원 올림픽홀

항상 TV와 음원으로만 듣던 거미의 노래를 직관할 수 있다니! 생애 첫 콘서트인 만큼 설렘 가득한 기다림이 이어졌다. 더구나 약 3000석(고정 2,452석, 플로어 500~600석)에 달하는 대형 공연장이라 기대가 컸다.

콘서트의 분위기를 잘 몰라서 4, 50분 정도 넉넉하게 도착했다. 근처에서 저녁('고모네원조콩탕북어탕'에서 굉장히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올림픽 공원 쪽에서 공연을 볼 예정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식당이다.)을 먹고, 스타벅스에서 잠시 쉬어도 제법 시간이 남았다.

애당초 정해진 좌석이 있어서 줄이 길게 늘어서는 일은 없었다. 다들 여유있게 도착해서 공연장 근처에서 일행들과 사진을 찍고, 로비에서 거미 사진을 배경으로 촬영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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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은 가 구역 10열. 가 구역은 사진의 왼편인데 꽤나 앞쪽이다. VIP석임에도 플라스틱 의자라 조금 실망스럽긴 했지만, (이건 플로어가 있는 모든 공연장이 마찬가지인 듯하다.) 앞쪽이라는 메리트가 이를 상쇄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만 해도 좌석이 많이 비어 있어서 이 큰 공연장이 다 채워질까 싶었다.

시간이 지나자 점점 좌석이 채워졌다. 열기가 무르익기 시작했다. 뒤쪽은 의자가 편하고 시야가 뻥 뚫려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멀 수밖에 없다. 공연이 임박하자 공연과 관련한 주의사항(비상구, 공연 중 촬영 금지 등)도 안내됐다.

공연 시간이 임박했을 무렵에는 거짓말처럼 관객이 꽉 들어찼다. 공연장 밖은 날이 제법 쌀쌀했는데, 내부는 사람들이 가득 찼기 때문에 온기가 가득했다.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됐을 때는 땀이 나서 외투를 벗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행복하세요'로 문을 연 거미는 'LOVE'라는 주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다. 다양한 연령층의 팬들의 다양한 층위의 사랑, 그리고 팬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다는 의미였다. 그의 대표곡이 주로 이별을 다루고 있지만, 결국 바탕은 사랑이리라! 데뷔 20주년이라는 시점도 큰 의미가 되었던 모양이다.

초반 무대는 쿨(혹은 조정석)의 '아로하', 김범수의 '보고 싶다' 등 다른 가수의 사랑 노래로 채워졌다. 20주년 콘서트에 남편 조정석이 출연했던 이야기도 꺼내면서 오늘은 출연하지 않는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무대 중간중간 하는 코멘트에 위트가 가득해서 객석은 웃음꽃이 쉴 새 없이 피었다.

공연 중 사진 촬영 금지라고 안내됐지만, 사연 이벤트 중에는 거미가 추억을 기록할 시간을 주기도 했다.

금요일 늦은 저녁 공연에 대한 부담이 있었을까. 계속 농담을 던지고 장난을 치며 긴장해 있는 혹은 일상으로 지쳐있는 관객들의 참여를 이끌어냈고, 자연스럽게 공연에 몰입시켰다. 이어 텐션을 끌어올리는 신나고 강렬한 무대가 이어졌다. 발라드의 여왕 거미의 공연이라고 발라드만 듣고 올 거라는 생각은 완전히 오산이다!

뉴진스의 'hype boy' 등 아이돌 노래를 재해석해 부르기도 하고, 관객들을 모두 일으켜 세운 후 이효리의 '치리치리 뱅뱅',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 다이내믹 듀오의 'smoke'를 열창했다. 누가 거미를 발라드 가수라고 했던가! 깜짝 놀랄 만큼 강력한 카리스마였는데, 역시 YG출신다웠다!

노래 순서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사랑했으니.. 됐어' 등 감성을 자극하는 노래들이 흘러나왔고, 이어 사연 이벤트가 진행됐다. 노래를 열창하는 가수 거미의 모습도 너무나 매력적이었지만, 사연을 소개하고 팬들과 소통하는 모습에서 사람 거미의 온기와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노래할 때와는 완전 딴판이 귀여운 말투와 능수능란한 인터뷰 진행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유쾌했던 현대해상 팀원들(무려 16명), 연애 5년차 돌싱 커플, 거미 노래를 들으며 학창시절을 보낸 친구들의 사연도 소개됐다. 그 중 한 명은 임신을 한 상태였는데, 거미가 직접 영상편지를 보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 모습들이 하나같이 예쁘고 아름다웠다.

앵콜 곡이 끝나고 관객들과 인사를 나누는 거미

'사랑했으니.. 됐어',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 등 감성적인 발라드가 이어졌고, 무반주 신청곡을 부르는 시간도 있었다. 미리 5곡(1.기억해줘요 내 모든 날과 그 때를 2. 따끔 3.통증 4. 아니)을 뽑아서 부른 후 즉석에서도 신청곡을 받았다. 2시간의 무대가 모두 끝나고 앵콜 무대가 이어졌다. 'You Are My Everything'를 듣는 순간은 정말 황홀했는데,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다.

마지막 앵콜 곡은 '그댈 위한 노래'였다. 이 자리에 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 줄 안다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던 거미는 팬들을 위해 만든 노래라며 '그댈 위한 노래'를 들려줬다. 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노래를 들려드리는 것뿐이라는 그의 진심어린 말이 감동적이었다.

관객들 대부분이 빠져나갈 때까지 인사를 건네고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그의 모습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노래 부르는 거미의 가창력과 감성, 카리스마에 반했지만, 그보다 사람 거미의 따뜻함과 선함에 더 매료된 것 같다. 생애 첫 콘서트는 너무 행복했고, 그게 거미의 공연이라서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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