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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

새해에는 우리 솔직해지자, 평생 어긋났던 '그와 그녀의 목요일' 본문

버락킴의 공연기

새해에는 우리 솔직해지자, 평생 어긋났던 '그와 그녀의 목요일'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9. 1. 7. 22:07



연극 예매율 상위권은 어지간하면 변동이 없는 편이다. 판 자체가 기본적으로 안정적이다. 애초에 작품 수가 많(기가 쉽)지 않고, 그런 만큼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하지도 않다. 대개 기존에 상위권에 있던 작품들이 계속해서 우선순위를 점한다. 생동감(?)이 넘치는 영화계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이렇게 말하면 혹자들은 '잔잔해 보이는 호수 아래에서 어떤 일이 있어나는지 알기나 해?'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연극은 영화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진다. 영화를 보고 싶으면 동네의 멀티플렉스를 찾으면 그만이지만, 연극의 경우는 연극의 메카 '대학로'를 찾아야 한다. 참고로 KOBIS(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가입되어 있는 영화관의 수는 526개다. 아무래도 서울 친화적인(?) 예술이다. 예술의 전당이 있는 지역이라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시청 등 관공서에서 상연하는 경우도 더러 있으나 제한적이다. 


영화 한 편을 보는 일과 연극 한 편을 보는 건 무게부터 다르다. 그러다 보니 관객의 입장에서 실패의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큰마음을 먹고 움직였는데, 굳이 실망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영화와 달리 데미지가 훨씬 크다. 그럴 때 소비자는 평점이나 리뷰, 입소문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 '이 작품이 1등이래!', '이 작품의 평점이 제일 높아!' 따라서 관성이 세게 작용한다. 어제의 1위가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1위일 가능성이 현저히 높아진다. 



물론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 왔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방증이다. (이런 경우의) 다수의 관성은 옳다. (돈과 시간을 많이 쓴) 관객들은 (그만큼 더) 솔직한 법이다. 그런데 반골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그럴 때 반대로 튄다. 뭐랄까, 베스트셀러 도서가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와중에도 숨을 고르며 읽는 걸 잠시 보류하는 기분이랄까. '네가 1등에서 내려오면 그때 읽(어주)겠어!' 괜한 호기 같은 심정 말이다. 


현재 연극 예매율은 '(로맨틱) 코미디' 계열이 강세다. 대학로의 창작 연극들이 관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아무래도 웃음이 빵빵 터지는 연극들이 누군가와 함께 보기에 부담이 없기 때문일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끌리지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해를 맞이한 시점에 뭔가 묵직한 느낌의, 여운이 오래 남는 연극을 보고 싶었다. 반드시 웃길 필요는 없었다. 스크롤을 제법 내렸고, <그와 그녀의 목요일>이 눈에 들어왔다. 


예그린 씨어터로 들어가려면 주차장을 거쳐야 한다. 



제목부터 흥미로웠던 <그와 그녀의 목요일>(황재헌 작·연출)은 내용도 독특했다. 친구이자 형제였고, 연인이자 천적이었던 50대의 두 남녀 연옥(윤유선/우미화)과 정민(성기윤/성열석)은 매주 목요일마다 토론을 벌이기로 한다. 두 사람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관계이다. 부부는 아니지만, 이경(백수민/정승혜)의 부모이기는 하다. 그들은 어떻게 그와 같이 애매한 사이가 된 걸까? 


연옥은 국제분쟁 전문기자다. 평생을 분쟁지역을 떠돌아 다녔다. 그는 현장을 누볐다. 언제나 역사 속에 존재했다. 그러던 어느날 연옥은 위암을 선고받는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에게 정민이 불쑥 찾아온다. 정민은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교수다. 그는 학식이 뛰어날 뿐더러 언변 또한 훌륭하다. 그는 분석하고, 해석한다. 그에게 역사는 '학(學)'으로 존재할 뿐이다. 




역사에 대한 관점의 차이는 곧 그들이 삶에 임하는 태도의 차이이기도 했다. 언제나 역사의 일부분이고자 했던 연옥은 자기 객관화를 할 여력이 없었고, 외부자의 시선으로 일관했던 정민은 무책임했다. 두 사람은 30년째 평생선을 달려왔다. 서로에게 평생 진실되지 못했던 두 남녀가 비겁함, 역사, 죽음 등의 주제로 어떤 대화를 펼쳐나갈지 궁금했다. 단손한 토론은 아닐 듯했다. 


그들의 토론 속에서, 그들의 주장 속에서, 그들의 논법 속에서, 그들의 열띤 대립 속에서 드러날 복잡미묘한 심리를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과연 그들은 끝내 솔직할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예그린씨어터로 향했다. 배역은 더블 캐스트였고, 이번 회차의 배우는 우미화와 성열석이었다. 우미화라는 이름은 낯설었지만, 그의 얼굴은 익숙했다. 누군지 모르겠다면, JTBC <라이프>에서 산부인과 과장을 떠올려 보자. 


그래도 가물가물하다면 JTBC <SKY 캐슬>에서 예서 엄마(염정아)에게 꼼짝 못하고 당했던 도훈 엄마를 떠올려 보자. 이젠 기억이 났을 것이다. 우미화는 안정적인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아나갔다. 대사 전달력뿐만 아니라 감정 전달도 훌륭했다. 드라마에선 짧은 호흡의 연기밖에 볼 수 없었는데, 이번 연극을 통해 그가 연기력이 탄탄한 배우라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참고로 우미화는 2017년 SACA 최고의 연극배우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룹에이트, ㈜스타더스트


성열석은 엄청난 양의 대사를 속사포처럼 쏟아내는데, 그 암기력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연극을 볼 때마다 '배우의 발견'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와 그녀의 목요일>에서는 성열석이 돋보였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40대의 배우들이 50대의 배역을 연기하는 탓에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졌다. 그 간극을 웃음으로 넘기지만, 몰입하기까지 시간이 좀 필요하다. 또, 극의 구성이 단순한 편이라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다소 지루한 느낌이 없지 않다.


관객은 많은 편이 아니었다. 앞의 3~4줄에만 관객들이 들어찼다. 소극장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배우들은 관객과 직접 아이 콘택트를 하며 연기를 했는데, 그 때문에 몰입도는 확실히 올라갔다. 곱씹을 만한 연극임에 틀림없다. 여운도 제법 남는 편이다. 연옥과 정민은 목요일의 토론을 통해 서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었을까? 그것이 궁금하다면, 지금 예매를 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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