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오래된 공책

버락킴's 오래된 공책 (8)

너의길을가라 2014. 4. 20.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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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은 말을 멈추고 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키는 빗소리를 등진 채 조용히 세실의 말을 길다리고 있었다. 

「혼자 듣는 봄밤의 빗소리 사이로 들려오는 것이라고 하겠어」

키의 눈꺼풀이 조금 꿈틀거렸다. 하지만 세실은 그것을 보지 못한 채 계속 말했다.

「9 다음에 10이, 99 다음에 100이 오게 하는 그 엄청난 힘이라고 하겠어. 더 이상의 <왜>가 필요해지지 않는 최초의 <그래서>라고 하겠어. 불꽃의 무게만한 마음의 무게로 가장 무거운 우주를 지탱하게 하는 지지점이라고 하겠어. 사람이 볼 수 있는 가장 먼 것을 바로 그 눈동자 앞에 감추어 놓은 자라고 하겠어. 하늘과 땅을 최초로 열어버린 그 무신경함이라고 하겠어」

세실의 가슴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러지 않아도 좋을 때와 장소에서도 나를 끝없이 안타깝게 만드는 것이라고 하겠어」


- 이영도, 『폴라리스 랩소디』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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