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의 정원을 연상케 하는 연희동(延禧洞)은 휴식 같은 공간이다. 한가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느긋하게 마냥 걷고 싶은 동네라고 할까. 방문객들이 끝없이 몰려오는 연남동, 익선동과 달리 '점령되지 않은' 청정구역이다.
연희동은 연희궁(衍禧宮)이 있던 곳이다. 기존에 있던 별궁인 서이궁(西離宮)을 세종이 중건하면서 개칭했고, 동네의 이름도 연희동(衍禧洞)으로 붙여졌다. 세종이 직접 내린 이름인 셈이다. '복이 퍼지는 동네'라는 뜻이다. 지금의 연희동(延禧洞)이 된 건 문종 때라고 한다.
역사 공부(?)는 이 정도로 마치고, 본격적으로 오늘의 맛집을 탐구해 보자. 한적한 연희동에도 숨겨진 맛집이 제법 많다. 이번에 찾아간 곳은 바로 '호천(昊天)식당'이다. 하늘 호에 하늘 천, '넓고 큰 하늘'이라는 이름부터 포스가 느껴진다.
연희동 호천식당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4길 5
영업 시간 : 11:00~22:00, 브레이크타임 15:00~17:00 (첫째, 셋째 월요일 휴무)
주차장 : 있음(길가 병원 쪽에 4자리 정도)
단독 주택을 개조한 '연희소반(2011)'으로 출발한 호천식당은 이후 '연희동 민물장어', '연희소반 바베큐&장어(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바비큐'가 맞다)'를 거쳐 2016년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고 한다. 바뀐 상호명에서 알 수 있듯이 메뉴도 여러차례 갈아엎었던 것으로 보인다.
호천식당은 화학 조미료 없이 맛을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단짠'에 과도하게 길들여져 있는 사람들에겐 그 맛이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정갈하고 담백한, 그리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싶은 이들에겐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식당이다.
메뉴는 크게 '막국수'와 '(돼지, 소)불고기'가 있고, 사이드 메뉴로 '메밀만두', '메밀전병' 등이 있다. (옹심이 메밀칼국수에 대한 수요도 꽤 있어 보였다.) 솔직히 차림표가 차분하게 정리돼 있지 않아 메뉴를 고르는 데 살짝 애를 먹었다.
'정식을 하나만 시킬까, 따로 하나씩 시켜야 할까.', '정식만 시키면 막국수는 못 먹잖아.', '돼지불고기도 먹고 싶고, 소불고기도 맛이 궁금한데..' 아, 복잡하다! 결국 소불고기 정식(15,000원)과 메밀막국수 + 돼지불고기(12,000원)으로 결정했다.
최대한 다양한 음식을 맛보려면 이렇게 주문하는 게 가장 합당했다. 고기 쪽에 무게를 뒀다. 정식을 시켜야 된장찌개가 나온다는 점도 고려했다. (고기보다) 면을 더 좋아한다면 메밀칼국수 + a에 옹심이 메밀칼국수를 선택해도 괜찮을 것이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테이블은 모두 (횟집처럼) 비닐로 씌워져 있었다. 아무래도 보기에 썩 좋다고 할 수 없지만, 위생적으로 보면 효과적인 방안이다. 청소하기에도 한결 편할 것이다. 다만, 비닐 쓰레기가 많아진다는 점에선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밑반찬은 5개가 나왔다. 특별할 건 없었는데, 불고기와 먹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샐러드는 입맛에 딱 맞아서 리필을 해서 먹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본 메뉴들이 속속 도착했다. 주문 후 모든 메뉴가 서빙되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호천식당은 자가제면한 면을 사용하는데, 주문이 들어오면 즉시 면을 뽑는다고 한다. 100% 메밀면이라 특유의 식감이 살아있다. 메밀막국수를 먹어보면 호천식당이 확실히 조미료를 쓰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흥미 없는 맛이다.
불고기는 돼지와 소 모두 공히 맛있었다. 돼지불고기가 조금 저렴하지만, 맛은 결코 저렴하지 않았다. 고기의 특성이 다를 뿐이지 맛의 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파채와 함께 먹으면 밥 한그릇이 뚝딱이다. 된장찌개 역시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맛깔스러웠다.
만약 연희동을 들르게 됐는데, 든든하면서도 건강한 식사를 하고 싶다면 '호천식당'이 가보는 걸 추천한다. 담백한 음식들이 당신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줄 것이다. 또, 직원 분들이 친절해 맛있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넓진 않지만 주차장도 있다. 재방문 의사가 있냐고 묻는다면 무조건 'yes'이다.
맛 : ★★★★☆
친절도 : ★★★★★
청결도 : ★★★★★
분위기 : ★★★★
재방문 의사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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