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말, 유럽은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시즌에 돌입했다. 보통 한 달 전부터 떠들썩해지기 시작하는데, 각 도시마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한창이다. 그 시끌벅적하면서도 포근한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여행 일정(독일-스위스)을 부러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로 잡았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건 프랑크푸르트(Frankfrut)도 마찬가지. 뢰허 광장 주변에 다양한 상점들이 늘어섰다. 소시지, 추러스, 견과류, 맥주 등 음식은 물론 크리스마스 관련 소품(오너먼트)을 파는 노점상들이 빼곡하다. 사람들도 북적였다. 추운 날씨에도 생기가 넘쳤다. 이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바로 지금, 유럽에 온 것이다.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S반(S-bahn)을 타고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으로 이동했고(중앙역으로 가려면 S8 또는 S9를 타면 된다.), 중앙역 인근에 예약했둔 숙소(아디나 아파트먼트 호텔 프랑크푸르트 웨스트엔드, Adina Apartment Hotel Frankfurt Westend)로 향했다. 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져 있다.
뢰허 광장 등 중심가와는 거리가 조금 있지만, 카이저 거리 등 치안이 조금 걱정되는 곳에서 조금 떨어져 있고 싶었기 때문에 메세(Messe) 지역을 선택했다. 레지던스 호텔인데 방도 일반 호텔보다 넓고, 시설도 깔끔한 편이다. 숙소에 대해서는 또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겨울의 유럽은 5시만 되면 캄캄해지는데, 그래서인지 저녁 식사도 일찍하게 된다.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 조각 피자를 먹었는데도 금세 배가 고파왔다. 숙소까지 이동하느라 짐도 옮기고, 제법 긴장한 탓일 게다. 일단, 프랑크푸르트 여행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뢰허 광장 쪽으로 이동했다.
금요일 저녁에, 크리스마스 시즌까지 겹쳐서인지 뢰하 광장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처음 보는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에 시선을 빼앗겼지만, 그래도 식당을 찾는 게 우선이었다. 독일에 왔으니 전통 음식인 슈바인스학세(Schweinshaxe)를 먹어봐야 하지 않을까.
쾨테 생가 주변에 맛집이 있다길래 찾아갔지만, 예약이 꽉 찼다는 슬픈 대답이 돌아왔다. 서둘러 다른 곳으로 이동했지만, 역시 퇴짜를 맞았다. 아, 이럴수가.. 결국 한 군데만 더 가보기로 했다. 그곳에서도 먹을 수 없다면 간단히 저녁을 떼워야 할 판이었다.
마지막 희망은, 뢰허 광장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위치한 ‘Paulaner am Dom’였다. ’Frankfurt Cathedral‘ 근처이다. ‘Paulaner am Dom’은 나름 전통있는 식당으로, 나중에 찾아보니 많이 소개된 곳이었다. 아, 그런데 웬일인가. 식사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full.”이었다.
아, 망했구나. 망연자실했다. 그렇게 쓸쓸히 발길을 돌리려던 차에, 웬 젊은 외국 친구들이 식당을 찾아와 종업원에게 예약을 안 했는데 식사를 하고 싶다는 게 아닌가. 속으로 ’너희도 같은 처지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귀를 기울였는데, 그들은 바깥의 테이블에서리도 먹겠다며 사정했다.
종업원은 날이 좀 쌀쌀하고 비가 내릴 수도 있다며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어필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승낙했다. (’Paulaner am Dom‘에는 다른 노상 카페들처럼 난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틈새 발견! ”저기, 나도 밖에서 먹으면 안 될까?“
결국 'OK'를 받았다. 메뉴는 고민할 것도 없었다. 당연히 슈바인스학세와 슈니첼이었다. 맥주와 물도 각각 한 잔씩 주문했다. 잠시 후, 야채가 듬뿍 들어 있는 샐러드가 도착했고, 곧 이어 슈바인스학세와 슈니첼이 나왔다. 머릿속에 그려졌던, 정말 딱 독일스러운, 그야말로 전형적인 음식이었다.
슈바인스학세는 독일의 돼지고기 요리인데, 쉽게 생각해서 ’독일 족발‘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물론 돼지 발 끝부분을 사용하지는 않고, 감자나 자우어크라우트(sauerkraut, 양배추 절임)와 곁들여 먹는다는 점은 다르다. 대부분 사진과 같은 비주얼이고 직접 칼로 썰어 먹는데, 소스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생각만큼 고기가 잘 썰리지 않아서 포크로 확실히 고정시킨 다음에 자르는 게 좋다. 잘못하면 튕겨 나갈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래도 고기는 제법 부드럽고 특유의 소스와 함께 먹으니 부담스럽지 않았다. 함께 나온 감자는 식감이 독특했는데, 씹을 때 쫀득쫀득한 느낌이 좋았다.
슈니첼은 오스트리아의 전통 음식이다.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고기를 얇게 펴서 튀긴 요리이다. 그런데 왠지 익숙한 비주얼이다. 그렇다, ’돈까스‘다. 슈니첼이 프랑스로 전파되면서 포크 커틀릿(Pork Cutlet)이 되었고, 이후 일본으로 전해져 돈까스가 됐다고 한다.
‘Paulaner am Dom’의 슈니첼은 튀긴 돼지 고기 위에 계란 후라이와 베이컨을 올려 놓고, 감자를 곁들여 제공됐다. 슈바인스학세 소스에 찍어 먹으니 그야말로 돈까스 그 자체였다. 슈니첼은 이미 원조를 먹어본 적이 있어서 아쉬움은 없었다. 오스트리아 빈의 유명한 맛집인 ’Figlmüller‘의 맛과 분위기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맛에 대해 총평을 하자면, ‘흠, 독일 현지 음식을 먹어본 걸로 만족한다.‘ 정도일까. 독일이 음식으로 특별히 유명한 것도 아닌 만큼, 음식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독일에 있는 (독일 음식이 아닌) 다양한 맛집을 찾는 게 목표였다. 따라서 슈바인스학세를 먹은, 체험을 해본 걸로 만족이다.
'버락킴의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락킴의 독일 여행기] 3. 프랑크푸르트 뢰머 광장에서 중세 독일을 만끽하다. (feat. 크리스마스 마켓) (0) | 2022.12.03 |
---|---|
[버락킴의 독일 여행기] 2. ‘카이저 거리’ 피해 고른 ‘아디나 레지던스 호텔’, 만족스러웠던 4박 5일 (0) | 2022.11.30 |
통영과 거제의 밤, 반드시 가야 하는 카페(카페녘, 온더선셋) (0) | 2022.10.07 |
바다 전망과 히노끼탕, 거제 '바람의언덕 리조트'가 제공하는 완벽한 휴식 (0) | 2022.10.05 |
'신축의 맛' 통영 스탠포드 호텔, 여행이 행복해졌다 (0) | 2022.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