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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대필 시장' 키운 법원 관행 꼬집은 '알쓸범잡2'

너의길을가라 2022. 2. 28. 12:19

지난 27일 방송된 tvN <알쓸범잡2>가 찾은 곳은 '법원'이었다. 비록 세트장이기는 했지만, 범죄와 맞닿은 잡학 수다를 나누기에 충분했다. 이번 편에는 반가운 얼굴, 시즌1에서 패널로 출연했던 '심리 박사'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교수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박지선은 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했던 '고유정 사건'을 재조명하며 '완전 범죄란 없다'는 엄중한 경고를 전했다.

'법 벅사' 서혜진 변호사는 8년의 법정공방 끝에 사형에서 무죄가 선고된 '치과의사 모녀살해사건'을 파헤쳤다. '과학박사' 김상욱 교수는 점점 지능화되고 있는 '보험 사기' 범죄들을 되짚었다. '범죄 박사' 권일용은 (허위 진술을 하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수사에 대한 실태와 문제점을 꼼꼼하게 다뤘다. '취재박사' 장강명은 취재차 법원을 방문했던 기자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본격적인 수다에 앞서 '에피타이저' 느낌으로 언급된 이야기가 눈길을 특히 끌었다. 서혜진 변호사는 요즘 들어 '반성문'에 관심이 생겼다며, 피고인이 법원에 제출하는 반성문에 대해 언급했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익히 접했던, 피고인의 구구절절한 반성문 말이다. 서혜진은 실형 선고를 받아야 되는데 반성을 했다는 사유만으로 형이 줄어드는 게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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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반성문으로 감형을 받은 대표적 사례에는 어떤 게 있을까. 수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정인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1심에서 무기징역을 받았지만 2심에서 징역 35년으로 감형됐다. 반성문을 32차례 내는 등 범행을 자책하고 후회했다는 이유에서 였다. 또, 인면수심의 극치 '어금니 아빠' 이영학도 지속적인 반성문을 제출한 끝에 결국 무기징역으로 감형받았다.

이런 감형이 가능한 까닭은 '진지한 반성'이라는 문구가 '대법원 양형기준'에 있기 때문이다. 양형 기준이란 법관이 판결을 선고할 때 법정형 내에서 감경할 수 있는 일정한 사유를 의미한다. 법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형량 차이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유형별로 지켜야 할 형량 범위를 대법원이 미리 정해둔 것이다. 실제로 90% 정도가 양형기준을 따르고 있다.

문제는 '진지한 반성'이 자수, 피해자에게 배상, 처벌 불원과 같은 양형 사유와 달리 주관적인 개념이라는 것이다. 반성은 인간 내면의 감정이라 제3자가 판단하기 어렵다. 본인만 알 수 있다. 또 한 가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반성할 대상이 틀렸다는 점이다. 가해자가 반성해야 할 대상은 피해자인데, 그 대상이 판사나 법원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때문에 많은 피해자들이 억울해한다.

서혜진은 특히 성범죄 사건에 감형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선고된 성범죄 중 진지한 반성이 적용돼 집행유예가 떨어진 케이스는 무려 63.8%에 달한다. 판단 기준은 반성문을 많이 냈거나 글을 잘 썼다는 것이다. 그렇게 반성문 제출은 재판 과정에서 하나의 절차이자 요식행위가 되어 버렸다. 씁쓸한 현실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먼저 판사님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한 가족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으로서 가족들에게 누를 끼치게 된 점에 대해 죄스러운 심정으로 자책하고 있는"
"음주 사실을 망각한 채"
"모든 역량을 다 해 나가겠습니다."


요즘 활성화되고 있는 시장 중 하나가 반성문 대필이라는 사실은 참담하기까지 하다. 법률전문가, 문예창작과 출신 등이 업계에 포진되어 있는데, 가격은 건당 5만 원에서 10만 원까지 형성되어 있다.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알쓸범잡2> 제작진은 '30대 남성', '부인과 아이가 있음', '세 번째 음주운전으로 보행자에게 상해 입힘' 등의 상황을 설정해 반성문을 의뢰했다.

반성문은 상투적 표현이 가득했다. 또,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이 많았다. 첫 의문은 '도대체 판사한테 뭘 잘못했다는 걸까'였다. 피해자와 피해자의 기족에 대한 반성보다 본인 가족만 걱정하는 대목에서는 헛웃음이 나왔다. 반성문인지 자기소개서인지 알 수 없는 문구들도 있었다. 문예창작과 출신이 작성한 반성문은 마치 소설처럼 사실이 아닌 내용이 창작되어 있었다.

박지선은 5만 원에 양심을 팔고 범죄자를 대필하는 이들에게 "본인의 글재주를 왜 낭비하"냐고 꼬집었다. 서혜진은 대필 반성문을 의뢰할 시간과 비용이 있으면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대필 시장이 형성된 것은 판결 관행의 문제도 있다면서 양형 기준에서 '진지한 반성'을 다른 방식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법원이 진지한 반성을 해야 할 때이다.

"예전부터 피고인의 호소를 잘 경청하고 선처를 잘 베푸는 법관은 '생불' 소리를 듣곤 했다. 반면 법정구속을 칼같이 하고 높은 형량을 선고하는 법관은 모질다, 모났다는 소리를 듣는다. 왜일까. 법관이 접하게 되는 사람들의 입장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검사는 사무적인데 반하여 피고인과 그 가족, 변호인 들은 목숨을 걸고 판사만 바라본다. 게다가 판사의 인간관계는 협소하다. 동료였던 법관도 언젠가는 변호사가 된다. 판사 주변에는 시간이 갈수록 변호사만 가득해진다. 그리고 변호사는 피고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들이다. 선처 잘하는 판사를 싫어할 변호사는 없다. '인간을 이해하는 법관', '생불'이라고 칭송하며 그 재판장에게 자기 사건이 배정되기를 바랄 것이다. 칭송에는 돈이 들지 않지만 판사의 선처는 변호사에게 돈이 되기 때문이다."

문유석, <최소한의 선의>, p. 155-156



그런데 정말 궁금하다. 법관은 왜 굳이 감형을 해주는 걸까. 반성문이 뭐라고 굳이 그걸 인정해 주는 걸까. 피고인이 흉악범인 경우에는 더욱 의문이 든다. 부장판사를 역임했던 문유석은 자신의 책 <최소한의 선의>에서 이 문제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피고인의 호소를 잘 경청하고 선처를 잘 베푸는 법관은 '생불' 소리를 듣"는 법원 문화를 소개했다.

또, "판사 주변에는 시간이 갈수록 변호사만 가득해"지는데, "변호사는 피고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관계는 결국 판사가 선처에 좀더 열려있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책에서 문유석은 법치주의 시스템이 자칫 온정주의로 치우칠 위험이 있다며 "피해자의 입장도 피고인의 입장만큼이나 충분히, 대등하게 대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쓸신잡2>를 통해 '진지한 반성'이라는 양형 사유가 얼마나 주관적인지, 또 얼마나 방만하게 적용되어 왔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잘못된 관행이 결국 '반성문 대필'이라는 시장까지 만들어 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해자에게 제대로 사죄하지 않는 가해자가 5만 원에 의뢰한 반성문으로 감형을 받을지도 모른다. 더 이상 이런 일이 없도록 법원의 진지한 반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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