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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 아동성범죄 사건, 프로파일러 권일용은 분노했다

너의길을가라 2022. 2. 15. 22:10

지난 13일 방송된 tvN <알쓸범잡2>는 광주를 찾았다. 이번 회에서도 범죄를 주제로 다양한 사건사고를 다뤘다. 윤종신, 권일용, 김상욱, 장강명, 서혜진 등 출연자들은 '미래법'에 대한 이야기부터 지난해 6월 발생했던 학동 붕괴 참사와 올해 1월 아파트 붕괴 사고, 광주를 떠올리면 결코 잊을 수 없는 5·18 민주화 운동까지 굵직한 주제를 놓고 심도깊은 대화를 나눴다.

이날 방송에는 <알쓸범잡1>에 출연했던 정재민 법무심의관이 참석해 현재 도입 준비중인 '인격권'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인격권을 침해한 대표적 사례로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언급했다. 교직원들이 청각장애 학생들을 수차례 성폭행 했던 사건으로, 소설과 영화를 통해 알려지면서 온 국민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이 사건을 통해 근본적인 법 개정이 이뤄지며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정 심의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던 권일용의 표정은 유독 어두웠다. 그는 안타까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아동 성범죄 '고종석 사건'에 대해 입을 열었다. 우선, 아동성범죄와 관련한 통계부터 확인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2019년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 30.8%가 13세 미만으로 나타났다. 2016년 23.6%에서 증가한 수치다.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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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용 프로파일러는 먼저 아동성범죄자들의 대표적인 특징에 대해 설명했다. 그건 피해자와 가까이 살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아동성범죄의 경우 일반 성범죄처럼 다른 지역과 지방을 돌아다니며 범행 대상을 물색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놀랍게도 아동성범죄자는 대부분 (피해자) 주변의 이웃이다. 2012년 나주에서 발생했던 고종석 아동성범죄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사건의 전말을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자. 8월 29일, 고종석은 피해자 A(7세)의 어머니를 동네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는 "아이들은 잘 지내죠?"라고 인사를 건넨 후 곧바로 A양의 집으로 향했다. 고종석과 피해자 A의 집은 단 250m 거리로 굉장히 가까웠다. 말 그대로 '이웃 사람'이었다. 고종석은 새벽에 A양의 집에 침입해 마루 끝에서 자고 있던 A양을 이불째 납치했다.

고종석은 "삼촌이야, 괜찮아."라며 놀란 A양을 안심시키고, 가까운 다리 밑으로 데려가 성폭행했다. 그는 A양이 자신의 얼굴을 기억할 것이 우려돼 목을 졸랐다. 이후 A양이 기절하자 사망한 줄 알고 도망쳤다. 하필 그날은 태풍이 불어닥친 때였는데, A양은 비바람 속에서 반나절이나 버려져 있었다. 의식이 돌아온 A양은 맨발로 다리 위로 기어 올라왔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다시 기절했다.


권일용은 피해자의 아픔이 떠올라 말을 쉬이 잇지 못했다. 자신이 참여했던 사건이기에 더욱 생생한 기억이 떠올랐던 모양이다. 피해자 진술 등을 근거로 경찰의 수사가 진행됐고, 35시간 만에 고종석은 순천의 한 PC방에서 검거됐다. 당시 고종석은 '나주 성폭행범' 뉴스를 검색하고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범행이 얼마나 드러났는지, 피해자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경찰에 붙잡힌 고종석은 뭐라고 말했을까. 그는 "술감에 그랬다."며 우발적인 범행임을 주장했다.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형량을 줄이려는 꼼수였다. 또, 원래 A양의 언니를 노렸던 것으로 밝혀졌는데 "그 아이가 그날 거기 있었던 것이 운이 없었던 겁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권일용은 수많은 범죄자를 만났지만 고종석 같은 극악무도함은 드물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무서워요. 그 아저씨가 저 또 데리고 가지 못하게 많이 많이 혼내주세요." (피해자 A양이 재판장에게 쓴 편지 중)



권일용은 고종석은 살해 의도를 감추려는 일말의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자신의 행위로 타인이 고통받는 것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높은 인물이었다. 재판 결과, 고종석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또, 한국 최초로 화학적 거세 명령을 받았다. "가학적이고 잔인한 성폭력 범죄를 다시 범할 개연성이 매우 높은 점"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동성범죄자들은 왜 아동을 상대로 이와 같은 범행을 저지르는 걸까. 권일용은 아동성범죄자들이 적절한 이성 관계나 사회적 교류를 하지 못하며, 실수나 실패에 비정상적인 두려움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반복된 실패로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거절을 하지 못하는 아동을 선택하고, 마음대로 통제하는 범행을 통해 자존감을 채우는 것이다. 참으로 딱한 인간들이 아닌가.

문제는 이런 아동성범죄자들이 '착한 이웃'을 가장해 우리 주변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2007년 안양 초등학생 유괴 살인사건의 경우 범인의 집은 불과 150m 거리에 있었다. 또, 2008년 조두순 아동성범죄 사건의 경우에도 불과 6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2km 미만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무려 54%에 달한다. (박충기, 아동 성범죄자의 지리적 프라파일링 연구)

또, 범행 후 범죄자가 출소한 후에도 문제가 이어진다. 현행법은 가해자가 출소 후 해당 사건의 피해자에게 100m 내 접근을 금지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허점이 존재한다. 출소 후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미 피해자와 100m 내에 있는 경우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 가해자의 거주 이전을 강제하는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견디다 못한 피해자가 이사를 가는 현실이 발생한다.

실제로 조두순이 출소했을 때 그의 집은 피해자와 같은 동네에 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는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결국 피해자 가족이 떠나게 됐다. 피해자 아버지는 "오죽하면 떠나겠습니까. 피해자가 떠나야 한다는 선례를 남기기 싫어서 발버둥을 쳤는데.."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가해자는 집에 돌아왔지만, 피해자는 터전을 떠나야만 했다.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아동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권일용은 강력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치료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약물치료와 함께 심리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거로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을 미이수한 집단의 재범률은 62%에 달했지만, 이수 집단은 39%로 낮아졌다는 점을 들었다. 범죄 예방을 위해 치료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또,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현실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변했다. 아이들이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는 건 배웠지만, 왜 따라가면 안 되는지 모른다는 얘기였다. 아동 성범죄자의 가장 흔한 수법은 '도움 요청'로 아이들의 도덕심을 유발한다. 권일용은 "아이한테 어른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 다른 어른한테 도와달라고 해.'라고 가르치는 게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더 이상 고종석 사건과 같은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어른들의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통해 재범률을 낮추는 한편, 취약 구약에 치안 시설과 도시환경설계로 아이들이 걱정없이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우리 사회가 온 힘을 다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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