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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범잡2'가 되짚은 '밀양 집단 성폭행'의 끔찍한 2차 피해

너의길을가라 2022. 2. 7. 13:44

지난 6일 방송된 tvN <알쓸범잡2>는 경남 창원 특례시를 찾았다. 특례시는 올해 새롭게 도입된 지방 행정모델로 광역시 수준의 재정&행정 권한이 부여된다. 인구 백만 이상을 기준으로 선정한다. 창원은 2010년 마산, 진해를 병합하면서 기준에 부합하게 됐다. 이로써 기계 산업과 로봇의 산실이자 탄탄한 산업 기반을 보유한 통합 창원시는 비수도권 가장 큰 기초자치단체가 됐다.

'호기심 박사' 윤종신을 비롯해 권일용, 김상욱, 장강명, 서혜진 등 4명의 박사들은 창원과 관련된 다양한 범죄와 사건들을 시청자에게 소개했다. '과학 박사' 김상욱 교수는 제24회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을 맞아 '올림핑 도핑 스캔들'을 이야기했다. 이어서 '취재 박사' 장강명 작가는 2017년 거제와 통영에서 일어났던 '프로포폴 과다 투여 시신 유기 사건'을 언급했다.

'범죄 박사'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진주에서 벌어졌던 '안인득 사건'을 끄집어냈다. 2019년 4월 17일 안인득은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후 계단으로 이동해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다. 당시 안인득은 5명을 살해하고 17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이후 안인득이 오랫동안 조현병을 앓고 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한국 사회는 이른바 '조현병 포비아'를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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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용은 조현병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편견에 대해 지적했다. 실제로 정신장애범죄자 비율은 0.6%밖에 되지 않고, 조현병 환자의 범죄율은 0.04%에 불과하다. 다만, 문제는 재범률이 높다는 것이다. 대체로 고립되어 혼자 생활하고, 치료가 중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권일용은 입원 치료가 최선의 방법이라며 국가와 공동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욱 교수는 1991년 발생한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의 전말을 알렸다. 당시 구미 공업단지 안의 두산전자에서 두 차례에 걸쳐 페놀이 유출됐다. 대구 지역의 상수원으로 사용되는 다사취수장으로 유출된 페놀이 유입되면서 수돗물이 오염됐고,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하던 대구 시민들은 악취로 고통받았다. 민원이 빗발치자 취수장 직원들은 염소 소독제를 대량 투입해 사태를 악화시켰다.

페놀과 염소가 만나면 '클로로페놀'이 생성되는데, 독성이 강해지고 악취도 몇백 배 증가하기 때문이다. 충격적이게도 그전에도 페놀을 계속 방출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부족했던 것이다. 이 사건으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졌고, 생수 시장이 열리게 됐다. 이 사건을 각색해 제작된 영화가 바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다.


'법 박사' 서혜진 변호사는 2004년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에 주목했다. 고등학생 가해자 44명이 약 1년 동안 여자 중학생을 집단 성폭행하고,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영상을 촬영해 협박한 사건이다. 18년 전 사건이지만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국민적 공분이 컸고, 영화 '한공주', 드라마 '시그널'의 소재로 사용되기도 했다.

"10대들에 의한 용서하기 어려운 범죄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있지만,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성폭력 피해자에게 가해졌던 각종 2차 피해 사건으로 볼 수 있거든요." (서혜진 변호사)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은 '2차 피해'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 (2019년부터 2차 피해의 개념이 법으로 규정됐다.) 성범죄 자체를 1차 피해라고 한다면, 그 이후 수사 과정이나 일상에서 겪는 차별과 정신적 고통 등을 2차 피해라고 한다. 피해자에 대한 무분별한 인신공격을 가한다거나 오히려 피해자에게 문제가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하는 것이 모두 2차 피해에 해당한다.

당시 참다 못한 피해자가 이모와 엄마에게 피해 사실을 고백했고, 이들은 경찰에 비공개 수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2주가 채 되지 않아 대대적인 언론보도가 시작됐다. 경찰이 기자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다. 거기에는 상세한 피해 내용과 피해자의 이름과 나이, 사는 지역까지 적혀 있었다. 그리고 기자들도 관행대로 경쟁적으로 자극적인 보도를 이어갔다. 결국 피해자는 도망치듯 살던 곳을 떠나야 했다.

"딸자식 교육을 잘 시켰어야지. 그러니까 잘 키워서 이런 일이 없도록 만들어야지." (피의자 학생 어머니)



수사 과정에서도 2차 가해가 벌어졌다. 경찰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지 않았고, 44명의 가해자가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범죄 사실을 진술하게 했다. 그 자리에는 가해자의 부모들도 함께 있었는데, 그들은 모든 것이 마치 피해자의 탓인양 비난을 쏟아냈다. 피해자에게 엄청난 고통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권일용은 "그건 조사도 아니에요, 폭력이에요!"라고 분개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경찰들의 모욕적인 발언이었다. 사건과 관련도 없는 형사는 피해자에게 "너네가 밀양 물 다 흐렸다.", "(가해자들은) 앞으로 밀양을 이끌어갈 애들인데 어떻게 할 거냐.", "내 딸이 너처럼 될까 봐 걱정이다." 등의 끔찍한 폭언을 내뱉었다고 한다. 윤종신은 "2004년이 이 정도로 야만의 시대였나요?"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과거보다 법제도는 좋아졌지만,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나 부정적 인식도 나아졌을까. 서혜진은 아니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 이유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통념 때문이다. '젊은 여성이 밤늦은 귀갓길에 생면부지의 남성에게 성폭력을 당하고, 피해 종료 후 울면서 바로 경찰서에 뛰어갔을 것.'이라는 소위 '완벽한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너무 깊이 뿌리박혀 있다는 것이다.


서혜진은 극단적인 상황은 실제로 많이 없다면서 '완벽한 성폭력'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피해자를 보호해주지 않는 현실을 꼬집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호소인'이라는 단어를 들고 나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저질렀다. 또, 광역단체장 3명이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지만 여전히 제대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육석열 후보의 아내 김건희 씨는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투'와 관련해 발언하면서 "나랑 아저씨는 되게 안희정 편"이라고 말해 논란을 야기했다. (물론 이를 방송으로 내보낸 MBC 측의 잘못이 크지만) 특히 성범죄에 있어서 피해자를 비난하고 가해자를 옹호하는 잘못된 인식이 만연한 것이 현실이다. 재판에서 이미 유죄 판결이 났음에도 말이다.

피해자를 움츠러들게 만들고 가해자가 오히려 어깨를 펴고 다니게 하는 성범죄와 관련한 잘못된 인식들이 언제쯤 바뀔 수 있을까.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지 1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라고 물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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