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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분 교수 가혹행위, 김상욱이 짚은 권력형 범죄의 잔혹성

너의길을가라 2022. 3. 1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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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1번지, tvN <알쓸범잡2> 10회의 촬영 장소는 (중구와) 종로였다. 과연 종로에서는 어떤 범죄 이야기가 펄쳐졌을까.  '취재 박사' 장강명은 피해자가 수천 명에 달했던 'G쇼핑몰 분양사기 사건'을 언급했다. '법 박사' 서혜진은 건국 이래 최악의 화재 참사로 기록된 '대연각 호텔 화재 사건'을 되짚었다. 범죄 박사' 권일용은 '엄여인 사건'을 통해 프로파일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



'과학 박사' 김상욱은 중구와 종로구에 대한민국의 권력 기관(청와대, 정부종합청사)이 모여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권력과 관련된 범죄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권력은 인간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동물의 왕국' 등을 통해 익히 봐왔던 것처럼) 실제로 동물 사이에도 권력이 존재한다.

김상욱은 암탉을 예로 들었다. 처음 보는 암탉들을 모아 놓고 모이를 주면 처음에는 먼저 먹기 위해 싸우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서열이 생긴다는 것이다. 순서가 정해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가재도 서열이 있다. (서열이 낮은 개체는 싸움을 피하고 좋은 것들을 전부 빼앗긴다.) 권일용은 파리도 서열이 있다며 권력이 센 개체가 먼저 알을 낳고, 나머지는 주변으로 밀려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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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서열을 나누는 것에 어떤 이익이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정해진 서열 없이 매번 모두와 똑같은 경쟁을 치러야 한다면 어떨까. 약간의 부상도 생존에 치명적인 상황에서 죽음을 불사하고 경쟁에 나서는 건 진화적이지 않다. 상대가 나보다 강하다는 것을 미리 알 수 있다면 복종하는 동물도 생존에 도움이 된다. 서열을 통해 직접 분쟁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서열이 늘 아름다운 결과를 가져올까. 일본의 마카크 원숭이는 온천욕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한데, 안타깝게도 온천에서 따뜻하게 겨울을 나는 원숭이는 최고 권력자 원숭이와 그 가족들뿐이다. 서열이 낮은 원숭이들은 추위에 떨며 겨울을 나야 한다. 몰래 온천에 들어갔다가 걸리면 엄청난 보복을 당하게 된다. 이처럼 권력은 불평등과 착취를 유발하기도 한다.

권력과 서열에 대한 일반론을 통해 예열을 마친 김상욱은 권력과 관련된 심각한 범죄인 '인분 교수 가혹 행위 사건'을 언급했다. 경기도 소재의 미대 교수 장 씨가 회사 직원이자 제자 A씨를 학대한 사건이다. 학대에는 장 씨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합세했다. 장 씨는 '일을 시키면 제대로 못 한다.', '너를 보면 혐오감이 든다.'는 이유로 A씨를 야구방망이로 상습적으로 구타했다.


폭력의 강도는 점점 심해졌고, A씨는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됐다. 하지만 장 씨는 더 교묘한 방법으로 학대를 이어갔다. 손발을 묶어 입에는 걸레를 물리고, 구멍 낸 비닐 봉투를 얼굴에 씌운 상태에서 호신용 스프레이를 40여 번 분사하며 괴롭했다. 권일용은 학대를 넘어 고문이라며 분개했다. 장 씨는 텀블러에 인분을 넣어 A씨에게 먹이는 끔찍한 짓도 서슴지 않았다.

장 씨는 월급도 제때 지급하지 않았고, 오히려 벌금을 물려 돈을 뜯어냈다. 그 금액이 자그마치 4천 만 원이나 됐다. 또, 1억 3천만 원에 달하는 채무 이행 각서를 쓰게 만들었고, 빚을 갚으라며 식당 아르바이트를 종용했다. A씨는 아르바이트 동료에게 자신의 처지를 털어 놓았고, 동료의 설득에 폭행 증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결국 동료의 신고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법원은 장 씨와 폭행에 가담한 제자 3명의 행위를 '정신적 살인 행위'로 규정지으며 장 씨에게 징역 8년, 제자 3명에게 1년 6개월에서 4년의 징역을 선고했다. 아무래도 형량이 적어 보인다. 이쯤에서 또 다른 질문이 떠오른다. A씨는 왜 계속 당하고 있었을까. 제3자의 입장에서 흔히 쉽게 하는 질문이다. A씨는 대학 교수가 꿈이었고, 폐쇄적인 학계에서는 지도교수의 역할이 지배적이다.

김상욱은 폐쇄된 공간에서 누군가에게 권력이 주어진다면 어떤 이들은 끔찍한 짓을 벌일 수 있다면서 "각자의 일이 단순히 밥벌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인생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일하기도 하는데 부당한 일을 겪어다 해서 쉽게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이 문제를 풀려면 학생들에게 불리한 구조와 시스템을 바꾸고, 학생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권력형 범죄는 스포츠계에도 비일비재하다. 대표적 사례로 '경주시청 철인3종경기 팀 집단 가혹행위 사건'이 있다. 2020년 고(故) 최숙현 선수가 가혹행위를 당한 끝에 극단적 선택을 했던 사건이다. 감독 김 씨를 필두로 동료들이 가담했다. 선배 장 씨는 앞장 서서 최 선수를 폭행했고, 동료들에게 폭행을 사주했다. 팀 닥터 안 씨는 의사 자격증도 없었고, 마사지를 핑계로 성추행까지 일삼았다.

최 선수가 회식 자리에서 탄산음료를 시키자, '체중 조절도 못하면서 무슨 탄산 음료야'라면서 빵 20만 원어치를 강제로 먹였다. 최 선수는 먹다가 토하기를 반복해야 했다. 또, 어느 날은 최 선수가 아침에 복숭아를 먹자 따귀를 20회 이상 때렸다. 최 선수가 가혹행위를 못 이겨 숙소에서 도망쳤던 날에는 부모님이 보는 앞에서 폭행했고, 심지어 부모님에게 직접 때리라고 하기도 했다.

견디다 못한 최 선수는 외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경주 시청, 검찰,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 협회 등에 호소했지만, 어느 단체도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았다. "원래 운동이 다 그래."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최 선수를 가장 좌절하게 만들었던 건, 가해자들이 가혹행위를 당했던 동료들을 협박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내용이 진술서를 작성하게 만들었던 일이다.

결국 최 선수는 극단적 선택을 했고, 그제서야 진상 규명이 시작됐다. 물론 가해자들은 발뺌했다. 입을 닫았던 최 선수의 동료들이 마음을 고쳐먹고 증언을 하기 시작하면서 진상을 밝혀졌다. 장 선수는 징역 4년 형을 선고받았다. 서혜진은 이 사건을 계기로 스포츠윤리센터가 만들어져서 체육인 인권 보호, 스포츠 비리 등을 직접으로 조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권력형 범죄 이야기를 대한민국 중심부에서 하고 있는데 사회 곳곳에 권력이 있죠. 권력이 생기는 것은 동물의 본능에 가까운 것일 수 있는데, 권력은 사회를 어느 정도 안정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 어느 정도 이상의 선을 넘기 시작할 때에는 우리가 거부해야 하는 것이고,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죠." (김상욱)

앞서 살펴봤던 것처럼, 권력은 동물의 본능에 가까운 것일 수 있다. 사회를 안정화시키는 데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폐쇄적인 구조에서 적정선을 넘기 시작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피해자가 생긴다. 그때 우리는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물론 시스템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약자의 처지일 때 그와 같은 단호한 태도를 취하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세심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서혜진은 먹거리의 경우 생산 과정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만, 체육 경기나 문화 예술 작품, 학계 논물들은 어떤 과정을 만들어졌는지 관심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성과만 우선시되는 게 현실이다. 권력형 범죄를 그런 분위기를 자양분으로 삼는 게 분명하다. 권력형 범죄는 어느 곳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우리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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