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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아닌 '성폭행'이 목적! 신종 유괴 범죄, SNS를 조심하라

너의길을가라 2022. 3. 7. 11:29

지난 6일 방송된 tvN <알쓸범잡2>는 용인 교통 박물관을 방문했다. 이날 윤종신, 권일용, 김상욱, 서혜진, 장강명은 전국민을 분노하게 했던 '크림빵 뻉소니 사건'부터 시작해서 '연쇄 범죄', '사진작가 살인 사건' 등 일상 속의 다양한 범죄들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그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주제는 '법 박사' 서혜진 변호사가 소개한 '아동 유괴 범죄'였다.

87년 12월 범인 함효식 아동 유괴 살해
90년 8월 범인 김무경 아동 유괴 살해
90년 6월 범인 홍순영 아동 유괘 살해

유괴 범죄는 1990년대에 빈번하게 발생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그놈 목소리>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유괴 범죄의 양태를 잘 담아냈고, 그로 인해 피해 가정이 얼마나 참담한 고통을 겪는지 그려냈다. 과거 유괴 범죄는 주로 부모에게 돈을 받아내려는 목적에서 이뤄졌다. 대체로 범인이 아이를 유괴한 뒤, 집에 전화로 부모에게 돈을 요구하는 식이었다.  

당시 빈번하게 유괴 범죄가 일어나다보니 교육부는 '실종 유괴 어린이 찾기 및 예방지도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거기에는 어린이들이 따라야 할 지침(이웃 친구끼리 등하교하기, 낯선 사람의 차 동승하지 않기, 검소한 옷 입기)이 정리되어 있었다. 그 중 '검소한 옷 입기'가 눈에 띄는데, 부유한 집 어린이일 경우 큰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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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진 변호사는 1997년 8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발생했던 '전현주 유괴 사건'을 언급했다. 범인이 만삭의 임신부라 더욱 충격적이었던 사건이다. 사건의 개요는 이러하다. 학원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초등학교 2학년 박OO이 20대 여자에게 유괴됐다. 상황을 파악한 엄마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전화기에 위치 추적장치를 살치하고 유괴범의 전화를 기다렸다.

3시간 만에 범인 전현주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하지만 '아이는 잘 있다'는 내용만 전달한 채 끊어졌고, 위치추적을 하기엔 통화가 너무 짧았다. 다음 날,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요구 사항은 '2000만 원을 갖고 명동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통화 장소를 추적할 수 있었다. 전화가 걸려온 곳은 명동 거리에 위치한 공중전화였다. 경찰은 공중전화에서 범인의 지문을 채취했다.

같은 날 밤 9시 다시 한번 전화가 걸려왔다. 범인이 통화하는 동안 발신 위치를 파악한 경찰은 현장인 카페를 급습했다. 당시 그곳에는 13명의 손님(여자 12명, 남자 1명)이 있었다. 누가 봐도 임신부의 모습이었던 전현주는 뱃속의 아기가 놀란 것 같다며 병원에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주변 사람들도 임신부는 내보내줘야 한다고 웅성거렸다. 결국 경찰은 전현주의 지문만 채취하고 내보냈다.

뚜렷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경찰은 결국 범인 검거에 실패했다. 실종 5일 만에 공개 수사로 전환됐고, 전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됐다. 수업이 끝난 학생들은 유괴 용의자의 수배 전단을 손에 쥐고 거리로 나섰고, 서초구민들은 긴급 반상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없이 시간만 흘러갔다. 피해 아동의 부모는 절망감에 신음했고, 경찰도 피가 바짝바짝 말라갔다.


유괴 13일째, 중년 남성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범인의 아버지였다. 딸이 며칠째 집에 들어오지 않고, 집 앞에 형사들이 머무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경찰에 제보한 것이다. 경찰은 범인 목소리를 들려줬고, 부친은 딸이 범인임을 확신했다. 또, 공중전화에서 채취한 지문도 전현주와 일치했다. 드디어 범인이 특정됐다. 전현주는 실종 14일째 신림동의 한 여관에서 체포됐다.

그렇다면 아이는 어떻게 됐을까. 안타깝게도 아이는 유괴 당일 밤 이미 세상을 떠났다. 범인이 돈을 요구하고 있을 때도 이미 세상이 없었다. 경찰은 전현주가 카드빚을 갚지 못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또, 남편이 운영하던 극단은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고,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던 전현주는 낭비벽과 사치가 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법원은 전현주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씁쓸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윤종신은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서혜진 변호사는 실종 사건의 골든 타임은 '3시간'이라고 설명했다. 3시간 내에 아이를 찾으면 생존 확률은 75%이지만, 3시간을 넘기면 사건이 장기화될 뿐 아니라 유괴 대상의 생존 확률도 현저히 낮아진다. 피해 아동의 엄마가 빠르게 신고를 했음에도 아이의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이런 식의 아동 유괴 사건은 자주 일어나지는 않죠. 그런데 유괴의 방식이 바뀌고 있어요." (서혜진 변호사)

어쩌면 '유괴 사건'은 과거의 일처럼 느껴질 수 있다. 90년대에 빈번하게 발생했던 사건이고, 최근에는 돈을 목적으로 아동을 유괴하는 일이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혜진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최근 유괴의 방식이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바로 SNS를 이용한 신종 유괴 범죄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SNS로 먼저 접근해서 아이를 유인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서혜진 변호사는 두 가지 사건을 언급했다. 2021년 10월, SNS로 자신을 15세 여중생으로 정체를 속인 채 피해자(9세 여아)와 친분을 쌓은 가해자는 피해자를 만나 유괴했다. 아이가 학원에 오지 않자 선생님이 엄마에게 알렸고, 신고를 받은 경찰은 짧은 시간 안에 범인을 검거했다. 이것이 최근 늘어난 유괴 수법이다. 경찰은 미성년자 약취 유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다.

또 하나의 방식은 직접 데려가는 게 아니라 아이가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다. 2021년 12월, 20대 남성 2명은 SNS를 통해 피해자(13세 여아)를 오피스텔로 유인했다. 그리고 11시간 동안 감금하고 성폭행했다. 범인들은 합의 하에 성관계 했다고 주장했고, 피해자가 고등학생인 줄 알았다고 변명했다. 이렇듯 신종 유괴 사건의 목적이 돈이 아니라 아동 성폭행을 목적으로 변질됐다.


서혜진 변호사는 셰어런팅(sharenting)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며 부모의 SNS도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셰어런팅은 공유(share)와 양육(parenting)의 합성어로, SNS에 양육 상황이나 아이에 대한 정보를 업로드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일종의 육아일기라고 볼 수 있는데, 실제로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SNS를 아이의 성장앨범 수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셰어런팅 때문에 아이들이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괴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고, 신분 도용에 쓰일 수도 있다. 또, 학교폭력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어린 시절의 부끄러운 사진을 공유하면서 아이를 놀리거나 따돌리는 일이 빈번해졌다. 서혜진 변호사는 "SNS상 정보 공개는 최소화하고 불특정 다수에 대한 정보 공개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아이를 보호하는 방법도 바뀌어 가야 한다. 관련 법률(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도 강화해야 하고, 지문 사전등록제도(2012년 시행)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서혜진 변호사는 "아이들 안전과 보호 문제는 조금 과해도 괜찮"다며 아이들의 관점에서 생각해보고 아동 관련 제도에 대해 함께 고민해 봐야 한다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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