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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자고 했을 뿐인데.. '알쓸범잡2' 교제 살인을 짚었다

너의길을가라 2022. 4. 18. 12:43

17일 방송된 tvN <알쓸범잡2>는 '친밀한 사이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장강명 작가는 10년지기 생매장 사건에 대해 들려줬고,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공개수배'의 중요성에 대해 조명했다. 서혜진 변호사는 친족 성폭력 문제를 파헤쳤다. 코로나19 확진으로 자가격리 중인 김상욱 교수를 대신해 출연한 박지선 교수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교제 살인'에 대해 언급했다.

2021년 신상이 공개된 '악질' 강력 범죄자 10명이 공개됐는데, 그 중 절반인 5명이 스토킹 및 교제 살인범이었다. 교제 살인은 사랑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저지르는 범죄라는 점에서 더욱 끔찍한데,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가족들까지도 위험에 빠뜨리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범죄이다. 박지선 교수는 2012년 울산에서 발생했던 '김홍일 교제 살인 사건'을 먼저 언급했다.

'김홍일 교제 살인 사건'은 김홍일이 23살, 27살 자매를 살해한 사건이다. 당시 김홍일은 27살 언니와 교제 중이었는데, '우리 그만 헤어지자'는 문자를 받게 된다. 이별 통보였다. 김홍일은 미련을 갖고 설득에 나섰으나 거절당했고, 이 때문에 앙심을 품게 된다. 새벽 3시, 김홍일은 미리 구입한 흉기를 가지고 피해자 자매와 부모님이 함께 거주하고 있는 다세대 주택에 찾아갔다.

주차장에 부모님 차량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김홍일은 가스 배관을 타고 2층으로 침입했다. 그리고 거실에서 자고 있던 동생의 목을 찔러 살해했다. 동생의 비명을 듣고 방에서 언니가 나오자 베란다 밖으로 뛰어내려 도주했다. 하지만 1분 만에 다시 돌아와 언니마저 여러 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범행 후 도피 생활을 하던 김홍일은 산불감시원의 신고로 55일 만에 부산의 함박산에서 검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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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심정 어떻습니까?" (기자)
"아무렇지 않아요." (김홍일)
"잡히고 나서 홀가분했다고 진술했다던데?" (기자)
"(웃음) ..." (김홍일)


김홍일은 어떤 인간일까. 그를 파악할 수 있는 몇 가지 키워드는 '거짓말'과 '집착'이다. 김홍일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거짓말을 일삼았는데, 우선 자신의 범행이 우발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19 신고 녹취 기록 등을 통해 거짓이 확인됐다. 또, 범행 동기가 피해자가 자신과 가족들을 무시하며 욕을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두 사람이 주고 받은 문자를 통해 거짓이 밝혀졌다.  

김홍일은 교제 당시에도 거짓말을 밥 먹듯 했는데, 학력과 수입 등 기본적인 정보마저 속였다. 열등감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집착도 심했다. 피해자가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과 만나거나 인사하는 것조차 싫어했다. 또, 밤마다 피해자의 집과 직장 앞에서 기다리는 등 집요하게 스토킹했다. 피해자는 이별을 통보하기 1년 전부터 매우 힘들어 했다고 한다.

김홍일은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됐지만,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으로 확정됐다. 감형 사유는 '본인의 범행에 대해서 비교적 솔직히 시인했다'는 점과 '전과가 없다'는 것이다. 김홍일 사건이 일어난 지 10년이 지났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여전히 교제 살인은 발생하고 있다. 2022년 1월, 천안의 한 원룸에서 이별을 통보한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조현진 교제 살인 사건' 말이다.


일주일 전 이별한 조현진은 자신의 짐을 가져가겠다며 피해자의 원룸을 방문했다. 그는 집에 (피해자의) 어머니가 계시니 둘이 얘기하자며 화장실로 유인했다. 그리고 준비해 왔던 흉기로 피해자를 수 차례 찔러 살해했다. 딸의 비명소리를 들은 어머니가 화장실 문을 두드리자, 조현진은 문을 열고 어머니를 밀치고 달아났다. 조현진은 1심 법원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았다.

박지선 교수는 김홍일과 조현진 두 사람이 전과가 없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평소에는 반사회적 행위를 한 적 없는 사람이 갑자기 잔인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교제 살인을 저지르기까지 전조 증상은 없을까. 박지선 교수는 타인에게 거절당하는 걸 두려워하고, 자기반성보다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을 보이는 사람에게 교제 범죄이 위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연구된 교제 범죄의 요인으로 '자기애'를 꼽았다. 자기애적 성격이 강하면 자신의 중요성을 과장해서 인식해서 자신이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착각하게 된다. 자기애적 성격 중 공격성과 관련된 요소는 바로 '특권 의식'이다. 즉,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다. 이런 경향이 강한 사람은 거절을 당했을 때 분노와 원한을 느껴 폭력으로 대응한다.

자기애의 또 다른 공격적 요인으로는 '착취성'을 들 수 있다. 사람을 도구로 보고 통제와 조종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다. 예를 들면 '네가 감히(나한테 헤어지자고 말해)?"로 요약할 수 있다. 착취성이 비대한 사람은 상대를 동등한 관계로 보지 않는다. 오로지 통제하고 다룰 수 있는 대상으로 생각한다. 이런 식의 사고방식이 결국 보복과 공격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보면 된다.

우리는 흔히 자기애와 자존감을 거의 같은 개념이라고 인식하고는 하는데, 박지선 교수는 두 가지가 전혀 다른 가념이라고 지적했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박지선 교수는 자기애는 자신이 남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이고, 자존감은 자신이 소중한 만큼 타인도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격 특성에 대해서도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물여섯 살의 당신은 얼마나 반짝거렸을까요? 당신이 누리지 못한 서른이 마음에 걸립니다. 그녀들은 헤어지자고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죽었습니다." <헤어지자고 했을 뿐입니다> 중


최근에 '안전 이별'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안전 이별이라는 게 뭘까. 바로 '물리적, 정신적 폭력을 당하지 않고 사귀는 사람과 헤어지는 일'을 뜻한다. 언어는 현실의 적극적 반영인데, 이런 말이 생겨났을 만큼 (스토킹, 감금, 폭력, 협박 없이) 자신의 안위와 자존감을 보전한 채 이별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안전 이별은 어떻게 해야 할까. 쉽지 않은 질문이다.

박지선 교수는 "사람을 보고 이 사람이 이별 통보에 돌변할 사람인지 어떻게 알겠어요."라며 예측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전제하면서 설사 예측하지 못했더라도 자책할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또, 교제 범죄 뉴스에 '그러게, 진작 헤어지지.'라는 어이없는 댓글이 많이 달린다며, 교제 범죄의 피해자가 처한 상황을 자세히 모른다면 피해자를 손가락질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종신은 교제 범죄를 사랑으로 미화해서는 안 된다고 분개했고, 서혜진 변호사는 "교제살인과 같은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에 대해서 법원이든 검찰이든 경찰이든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더 이상 헤어지자고 했을 뿐인데 죽임을 당해야 하는 사례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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