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다음(DAUM)의 5 · 29 모바일 개편, 아고라의 운명은?

너의길을가라 2014. 5. 31.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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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고라 운영자입니다. 5월 29일, 다음 모바일 개편으로 모바일 '아고라'도 새단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보다 다양한 주제의 아고라 글을 보고 싶으셨던 분들, 이제 스토리 '톡' 에서 '아고라'의 최신글과 인기글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공지] 5월 29일, 모바일 개편 '아고라' 새단장 안내


지난 5월 29일, 다음 모바일 개편이 있었다. 쉽게 말해서 스마트폰으로 '다음'에 접속했을 때 볼 수 있는 첫 화면이 바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아고라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기존의 아고라 이용자로서는 그다지 만족할 만한 변화는 아니다. 그 내용을 짚어보기에 앞서, 과거 다음 모바일 화면은 어떠했었는지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2009년 3월의 다음 모바일 화면이다. 당시에는 view · 티스토리카페 · 블로그아고라 · 미즈넷이 각각 하나의 큰 카테고리를 형성하고 있었다. 참고로 (이미 공지가 된 것처럼) view 서비스는 6월 30일을 끝으로 종료된다. 지난 5월 24일에는 티스토리 측은 블로거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고, 그 자리에서 토론한 내용을 27일 공개했다. 여기에는 '티스토리 홈의 역할과 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 (view 종료에 대한 대안)'는 내용 등 커뮤니티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요구가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블로거로서는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다시 아고라에 집중하기로 하자. '아고라'는 2008년 촛불집회 등의 사회적 이슈를 선도하면서 '공론장'으로서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떨쳤다. 당시 아고라를 통한 누리꾼들의 유입과 트래픽 증가는 눈에 띌 정도였다. 2008년 4월 14일~20일 동안 5,849만 6천 건에 불과하던 다음 아고라 페이지뷰는 6월 16일~22일 동안 2억 4,881만 4천 건까지 급증했다. 무려 325.4%가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아고라 효과'로 다음도 덩달아 상승 효과(6억 4,039만 2,000건 → 10억3100만1000건)를 누렸다. 


당시에는 '아고라 효과'가 다음을 먹여 살린다는 이야기도 나오기도 했다. 물론 유입 수와 트랙픽 증가에 비해 광고 클릭 등 경제적 효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어쨌거나 다음이 잘나가는 '아고라'에 카테고리를 제공하고, 메인 화면에 배치하는 등 지원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5월 29일 개편이 있기 전까지의 다음 모바일 화면이다. 아직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화면이다. 이제 아고라는 스토리-엔터-웹툰-아고라-미즈넷-공감 과 함께 배치되는 신세로 한 단계 격하됐다. 이는 아고라의 쇠퇴 및 이용자 층의 노령화와 맞물려 있는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지난 2013년 7월을 기준으로 아고라는 디시인사이드(487만 명), 네이트판(438만 명), 뽐뿌(303만 명)에 이어 방문자 수 4위를 기록했다. 이 정도 순위라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숫자는 2년 전, 400만 명을 오르락내리락했던 때에 비해 큰 폭(약 40%)으로 줄어든 것이다. 



한편, 모바일에서의 아고라는 지난 7월 기준 월평균 모바일 방문자 수가 180만명 수준이다. 다른 주요 커뮤니티에 밀려 있고, 성장세 또한 정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가장 최근의 자료를 인용하면 일베는 80만 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아고라는 세월호 참사 이후 진실에 목 마르고 공론의 장이 갈급했던 사람들이 찾게 되면서 부풀어 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아고라의 하향세는 지속됐고, 특히 모바일에서의 공략 실패가 이번 5월 29일 개편을 가져온 큰 이유일 것이다. 자, 이제 새롭게 바뀐 다음 모바일 화면을 살펴보도록 하자. 


1. 


2. 


3. 


이제 아고라의 글을 찾고 읽기 위해서는 위의 사진에서처럼 3단계를 거쳐야 한다. 아고라 이용자들의 불만 중의 하나는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2009년에는 독자적인 카테고리를 부여받아 한 번에 찾을 수 있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2번의 단계를 거치면 됐던 것이 이제는 3단계를 거쳐야만 하는 데 이르렀다. 게다가 (미즈넷 이용자들에겐 죄송한 말이지만) 미즈톡에 밀려 그 하단에 배치된 '시사톡'의 처지란.. 


아고라 이용자들이 갖고 있는 또 다른 (오히려 가장 민감한) 불만은 '아고라'라는 이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제 '톡'이라는 이름이 '아고라'를 대신하게 됐다. 이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의 합병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미즈넷도 '미즈톡'으로 이름이 바꼈다. 이러한 변화에 아고라 이용자들이 불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아고라'라는 이름에 대한 상징성과 그 기능과 역할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아고리언들로서는 박탈감과 실망감을 느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독자적인 카테고리를 박탈하고, 더불어 '아고라'라는 이름까지 뺏는 것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국가안천처를 신설하면서 소방방재청을 해체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앞으로 국가안전처는 소장본부와 해양안전본부 등 5개의 본부를 갖출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각 본부장은 1급이므로 청장이 차관급이었던 소방방재청은 '강등'이 되게 된다. 모바일에서의 '아고라'의 운명도 이와 같지 않은가?



- <연합뉴스>에서 발췌 - 


그렇다면 다음은 왜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 역시 '카카오'와의 합병으로 인해 새로운 유입층이 생긴 것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 모바일을 통해 유입될 젊은 층을 공략하고자 하는 의도, 그래서 카테고리의 이름도 '톡'으로 통일해서 '카카오톡'을 이용했던 이들에게 친숙한 느낌을 주고자 한 것 같다. 


또, 다음은 '아고라'라는 이름이 노출되는 것에 장점보다는 단점이 크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장점이라면 기존 아고라 이용자들의 접근성은 높아진다는 점이지만, 단점은 새로운 이용자가 유입되는 데 불리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아고라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아고라는 진보적인 성향의 누리꾼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도 그러하다. 


이러한 선입견이 강하게 깔려 있는 상태에서 '아고라'라는 이름이 노출되는 것은 새로운 이용자 유입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결국 개편 전후로 아고라로의 유입된 누리꾼들의 수, 트래픽 증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다음이 자료를 공개한다면 말이다. 정리하자면, 다음의 이번 모바일 화면 개편은 기존의 이용자들을 위한 조치라기보다는 카카오와의 합병으로 인해 새롭게 다음으로 유입될 이용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이용자 입장에서는 서운한 일이지만, 만약 이러한 시도와 변화를 통해 새로운 이용자 유입이 활성화된다면, 그래서 아고라를 찾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진다면 이는 오히려 반가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다음이 '아고라'라는 이름을 완전히 버리는 수순을 밟진 않을까 하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모바일에서 '시사톡'을 클릭해도 '아고라'로 연결이 되어 있고, PC 버전에서는 여전히 '아고라'가 남아 있다. 하지만 다음이 언제까지 '시사톡'과 '아고라'라고 하는 이원적 체계유지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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