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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한 심정” 오은영의 해명, 시청자 마음 되돌릴까?

너의길을가라 2022. 12. 2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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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이하 ‘오은영 리포트‘)’는 ‘아동 성추행’ 논란으로 시청자들을 경악시켰다. 새아빠가 의붓딸의 신체를 만지는 장면이 불쾌감을 자아냈는데, 딸과 놀아준다는 명목으로 명백히 거부하는 딸을 끌어안고, 손가락으로 엉덩이를 찌르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더욱 기가 막혔던 건 오은영 박사의 느슨한 태도였다. 많은 시청자들이 제작진의 대답을 요구했다.

21일, ’오은영 리포트‘ 제작진이 입을 열었다. 공식 사과였다. 제작진은 “(방송을 보고) 해당 부부의 딸을 걱정하셨을 모든 분들에게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입장 발표가 다소 늦어진 까닭에 대해 설명했다. “출연자들의 방송 후 상황과 입장을 파악하고 관련 내용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었다는 게 이유였다. 그리고 ’고스톱 부부‘편의 기획 의도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했다.

“이혼이라는 아픔을 겪은 아내와 그 상처까지 사랑하기로 결심한 남편이 만나 아내의 전혼 자녀인 딸아이와 함께 가정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생긴 갈등의 원인을 찾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되었습니다. 아내는 남편을 아동 학대로 경찰에 신고한 상태였고 남편은 그런 아내의 행동에 수긍하지 못하고 있어 갈등의 골이 깊었습니다. 이에 제작진은 해당 가정의 생활 모습을 면밀히 관찰하고 전문가 분석을 통해 ’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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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의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드물다. 제작진의 말처럼, 어려운 상황에 처한 가정에 “전문가 분석을 통해”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을 것이다. 관건은 기획 의도를 반영하는 태도이다. 결과적으로 “부부의 문제점 분석에만 집중한 나머지, 시청자 분들이 우려할 수 있는 장면이 방영되는 것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 제작진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납작 엎드렸다.

제작진은 남편의 행동에 대해 온정적인 입장을 취한(것처럼 편집된) 오은영 박사에 대한 시청자들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제작진은 “오은영 박사는 약 5시간 동안 진행된 녹화 내내 남편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매우 단호하게 비판하고 변화를 촉구”했지만, “상당 부분 편집”된 탓에 ”남편의 행동에 온정적인 듯한 인상을 드린 것“이라며 불찰에 대해 사과했다.

결국, 부부의 문제점 분석에 초점을 맞추느라 ‘아동 성추행’ 장면을 소홀히 다뤘고, 이 과정에서 오은영의 단호한 모습도 상당 부분 덜어냈다는 것이다. 한편, 시청자들의 폐지 요구에 대해서는 “제작진을 믿고 일상의 관찰을 허용해 준 가족들의 신뢰를 무겁게 마음에 새겨 그분들의 실질적인 행복에 기여하고 모든 시청자가 수긍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저는 오래전부터 체벌을 절대 반대해 왔습니다. 아동학대, 폭력, 성추행과 성폭력에 대한 저의 생각은 지금까지 써 온 책들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대단히 단호합니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되며,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것들이 사람의 영혼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입히는 줄 알기 때문입니다.”



제작진의 사과가 있은 지 이틀 후인 23일, 오은영이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 “무엇보다 대단히 송구하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참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또, “해당 방송분에 제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저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된 부분이 있”다며 해명에 나섰다. 그는 체벌을 비롯한 아동학대, 폭력, 성추행, 성폭력에 대한 단호한 입장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했다.

또, ‘고스톱 부부’ 편을 촬영할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오은영은 자신도 해당 장면을 보고 “많은 우려를 했”기 때문에 남편에게 “아이의 몸을 함부로 만지거나 아이의 의사에 반하는 문제 행동들을 하는 것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고 “강하게 지적했”다고 밝혔다. 다만, “5시간이 넘는 녹화 분량을 80분에 맞춰 편집하”느라 “많은 내용들이 포함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오은영은 논란이 됐던 몇몇 표현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우선, ‘촉각이 예민한 아이’에 대해서는 인반론이었을 뿐 “출연자 부부의 딸이 그렇다는 설명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또, ’남편이 가엽다‘고 한 부분은 “과거 어린 시절의 불행한 경험을 했던 것에 대해 말한 것이지 ”현재의 문제 행동과 과거에 있었던 남편의 불행을 연결시켜서 정당화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오은영은 ”촬영 시간 동안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아동 학대 교육의 언장선으로 ’아이가 싫어하는 신체 접촉을 강압적으로 하지 말라‘는 내용을 여러 번 강조“했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마치 아동 성추행을 방임하는 사람처럼 비춰진 것에 대해 대단히 참담한 심정“이라며 ”향후에는 제 의견이 보다 더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더욱더 유념하겠“다고 밝혔다.

공식입장문에서 잘 드러난 것처럼, 오은영의 진정성을 의심할 필요까지는 없어 보인다.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가 방영된 후 약 17년 동안 오은영이 했던 발언과 보여준 모습 등에서 전문성과 일관성, 그리고 아이들을 향한 진심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보면, 안일한 태도로 임한 제작진 쪽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는 게 타당해 보인다.

일단, ’오은영 리포트‘의 ’아동 성추행‘ 논란은 제작진과 오은영의 사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내는 게 맞을까. 역시 마음에 걸리는 건 ’제작진‘이다. 물론 무조건 ’폐지‘라는 극단적인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재발 발지를 위한 제작진의 고심이 필요하다. 이전에도 논란이 될 만한 사연들이 많았다. 하인리히의 법칙은 여기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시청률과 화제성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제작진은 매운 맛을 넘어 마라 맛을 좇기 마련이다. 이때 제작진의 욕심을 제어할 ‘장치’가 있다면 어떨까. 또, 오은영의 전문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여러 전문가로부터 크로스체크하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도 있다. 편집권을 가진 제작진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상파, 그것도 공영방송으로서의 책임감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오은영도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에 좀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워낙 많은 방송과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어 힘에 부친다는 인상을 주던 차에 터진 논란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정을 관리하는 건 그의 몫이다.) 과거 백종원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에서 제작진과 긴밀히 소통했던 것처럼, 오은영도 그런 적극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오은영 리포트’ 제작진은 “이번 일을 계기로 좋은 의도만큼이나 제작 과정의 세심함과 결과물의 올바름 또한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는데, 과연 환골탈태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 지금까지 숱하게 제기됐던 지적에 침묵했던 것으로 미뤄보면 변화의 가능성은 다소 회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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