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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리포트’ 아동성추행 논란, 오은영도 침묵했나

너의길을가라 2022. 12. 2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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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이하 ‘오은영 리포트’)‘을 즐겨 보지 않는다. 방송 초기만 해도 ’오은영의 부부 상담‘이라는 새로운 시도에 흥미를 느꼈다. 또, ‘어느새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 부부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부부 갈등의 고민을 나’눈다는 기획 의도에도 공감했다. 하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본래의취지가 퇴색됐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오은영 리포트‘에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부부들이 등장하는데, 그 중에는 (제작진이 ‘악마의 편집’을 한 게 아니라면) 방송에서 다루기에 부적합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놓인 케이스도 더러 있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방송용 일회성 솔루션이 아니라 전문적인 기관을 통한 장기적인 상담이었으리라. 게다가 냉정하게 말하면 공권력이 개입해서 풀어야 할 문제들도 있었다.

문제는 가정폭력 등 사실상 범죄에 해당하는 심각한 사안들을 자극적으로 전시하고, 이에 대해 순진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여기는 제작진의 안일함이다. 아무리 오은영 박사가 인상을 찌푸리고 단호하게 혼을 낸들 사정은 나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오은영의 한계를 드러내는 꼴이다. 이를 지적하는 쓴소리를 무시한 결과 결국 사달이 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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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저를 아동학대로 신고했어요.”


지난 19일 방송된 ‘오은영 리포트‘에는 결혼 2년차 재혼 부부(남편은 초혼, 아내는 재혼)가 출연했다. 두 사람은 아내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7세 딸을 키우고 있었는데, 두 사람은 ’양육관 차이‘로 갈등을 겪는다고 했다. 하지만 아내가 남편을 ‘아동학대’로 신고한 적이 있었을 만큼 양육관 차이라는 일상적 표현으로 갈음하기에 사안은 가볍지 않아 보였다.

사연은 이러했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아이가 실수로 남편의 안경을 밟자, 이에 화가 난 남편이 아이에게 욕을 하고 안경을 던졌다고 한다. 아내는 "'지금은 안경을 던지지만 나중에는 무엇을 또 던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돼서 멈춰야 한다고 생각“해서 신고하게 된 것이라 설명했다. 남편의 폭력적 행동을 예방하기 위해 아동학대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장면은 약과에 불과했다. 부부는 아이와 놀아주는 방식으로 의견 대립을 보였다. 남편은 아이가 너무 예쁘다며 다리 사이에 꽉 끼고 끌어안았다. 아이는 당하게 불편함을 호소했지만, 남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사 놀이’를 빙자해 엉덩이를 찌르는 장난을 쳤다. 아이는 싫다며 놓아달라고 소리쳤고, 아내는 괴롭히지 말라며 말렸다. 그럼에도 남편은 애정 표현이라고 맞섰다.

지켜보기가 불쾌할 정도였다. 아내는 “아이가 ‘엄마 도와달라’하는 소리가 괴롭게 들“린다며 안타까워 했고, 그럴 때마다 남편을 저지하면 ’왜 친해질 방법을 박탈하냐‘며 항변한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오은영 박사는 "유난히 촉각이 예민한 아이들이 있“는데, ”불편한 행동을 반복해서 하면 아이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며 남편의 태도를 조심스럽게 지적했다.

“늘 아이들에게 팬티 속은 절대로 남의 걸 만지면 안 되고 내 걸 보여주지도 말라고 해요. 만 다섯 살이 넘으면 이성의 부모가 목욕할 때 아이의 생식기 부위를 직접 만지지 말라고 합니다. 친부여도 조심해야 할 부분이고 새아빠는 더욱 조심해야 해요.” (오은영 박사)


방송 직후, MBC 시청자 소통센터 게시판'에는 시청자들의 항의 글이 빗발쳤다. 아동성추행을 인지하지 못한 채 방송에 내보낸 제작진을 성토하고,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소극적으로 대처한 오은영에 대한 불만이었다. 결국 제작진은 해당 장면을 다시보기 서비스에서 삭제했다. 하지만 논란의 장면은 따로 편집돼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계속해서 이슈가 되고 있다.

방송 초창기부터 ‘오은영 리포트’의 문제점은 도드라졌다. 일년 내내 술만 마시고 폭언과 욕설을 일삼는 남편 등 심각한 가정폭력, ‘내가 널 사왔다’고 말하는 국제결혼 부부 등 방송으로 내보내기에 부적절한 내용들이 별다른 경각심 없이 다뤄졌다. 이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음에도 제작진은 모르쇠로 일관했고, 무슨 까닭인지 오은영도 침묵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는 사이 ‘오은영 리포트’는 계속해서 선을 넘었고, 급기야 ‘아동성추행’을 방송의 소재로 활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시청률와 화제성을 위해 다욱 자극적인 내용을 좇게 된 것이다. 시청자들은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제작진이 대답할 차례이다. 오은영은 어떤 입장일까. 정말 문제가 없다고 여기는 걸까. 한계를 인정하는 것도 전문가의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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