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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로윈의 비극’의 잘못된 대답, <그것이 알고 싶다>의 일침!

너의길을가라 2022. 11. 7. 10:32

10월 29일 밤, 핼러윈 축제가 열린 용산구 이태원에서 충격적인 참사가 발생했다. 메인 거리인 H 호텔 부근의 골목에서 156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을 입었다. 최악의 압사 사고였다.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한 믿을 수 없는 참사에 수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고, 깊은 트라우마에 빠졌다. 하지만 슬픔조차 쉽사리 허용되지 않았다. 잘못된 ‘대답(변명)’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첫 번째 대답은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고,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다는 것이다. 하지만 참사 당일 이태원에는 무려 10만 명의 인파가 몰렸고, 이는 ‘특별히 우려할’ 만한 숫자가 분명했다. 따라서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했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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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대답은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 (...) 이태원 핼러윈 행사는 주최 측이 없어 ‘축제’가 아니라 ‘현상’으로 봐야”(박희영 용산구청장) 한다는 것이다. 주최 측이 없는 행사는 지자체에서 관리할 수 없다(내지 관리하지 않는다)는 논리는 ‘국가와 지자체는 재난이나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해야 한다’는 재난안전법 4조 앞에 고개를 들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가 참사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정황(참사 발생 전 다수의 112 및 119 신고가 접수됐다)이 속속 밝혀지면서 책임을 회피하고자 했던 정부와 서울시, 용산구, 경찰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시민의 생명을 안전을 책임지는 서울시장으로 이번 사고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깊은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오세훈 서울시장) 갑작스러운 사과 모드였다.

“군중의 안전을 실제로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로부터 시선을 돌리기 위해 희생양을 찾는 일은 지속적으로 있어 왔습니다.” (폴 워테이머, 군중안전 전문가)

하지만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고, 오히려 더 진창으로 밀어넣어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작업’도 계속됐다. ‘놀러 가서 사람들이 죽었는데 참사라고 불러야 하냐’, ‘핼러윈 축제에서 죽은 사람들을 희생자라고 불러야 하냐’는 비아냥이 상처를 후벼팠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악마화‘하는 가짜 뉴스도 횡행했다. 걷잡을 수 없이 퍼져가는 루머에 많은 이들의 가슴은 피멍이 들었다.

상황이 악화됐다고 여긴 이들은 세 번째 대답을 꺼냈다. 바로 ‘토끼 머리띠를 한 남성’이었다. 경찰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근거로 압사 사고의 원인을 ‘토끼 머리띠’로 지목했다. 그가 “밀어, 밀어!“를 외치며 뒤에서 사람들을 밀었다는 것이다. 과연 ’토끼 머리띠를 한 남성‘이 압사 사고의 원인일까. 경찰력을 총동원해 수사에 나섰지만, 결국 잘못된 희생양 만들기였음이 밝혀졌다.


지난 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 ‘핼러윈의 비극 외면당한 SOS' 편은 제대로 된 질문을 통해 제대로 된 대답을 찾고 싶었던 것 같다. ‘10·29 참사, 그러니까 이태원 압사 사고가 왜 발생했는가’라는 질문 말이다. <그알> 제작진은 이태원 압사 사고의 범인으로 지목된 ‘토끼 머리띠를 한 남성‘을 인터뷰했고, 그가 참사 이전에 현장을 떠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무엇보다 압사 사고 당시의 ’쏠림 현상‘은 개인 몇 사람이 미는 행위만으로 발생할 수 없는 거대한 물리적 힘이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완전히 꽉 막혀서 그 시간이 지속되면 압력이 계속 증가”하게 되고, “한 영역에서 압력이 집중되면 그 지점에서 압사 사고”가 난다면서 이를 “임계 군중압력“이라는 물리 용어로 설명했다.

군중 밀도가 일정한 정도를 넘어서면, 다시 말해 ’임계 군중압력‘에 이르면 군중은 마치 고체와 같은 상태가 돼 움직일 수 없는 현상이 발생한다. 군중 밀도 계산법에 따라 1제곱미터 안에 6, 7명이 있을 때는 움직이는 게 가능하지만, 9명이 넘으면 쏠림 현상이 발생해 공간 안에 갇히게 된다. 그때부터는 개인의 의지에 따라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게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그알> 제작진은 당시 사고 지점이 있는 T자 공간에 1만800여 명 정도의 군중이 밀집했다는 사실을 다양한 사진 자료, 영상, 생존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확인했다. 당시의 군중 밀도는 1제곱미터에 16명 수준이었다. 상상 그 이상의 군중이 밀집해 있던 상황이었다. 제작진은 같은 조건에서 실험을 실시했고, 군중 밀도 자체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힘을 두눈으로 목격했다.

결국 골목 윗부분인 삼거리에서 내려오는 사람들과 이태원 역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의 동시 유입이 ‘임계 군중압력’을 발생시켰고, 그 힘의 균형이 순간적으로 깨지면서 연쇄적 압사가 발생했던 것이다. 참사의 원인으로 제기됐던 수많은 루머와 가짜 뉴스를 걷어내고,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데 성공한 <그알>은 다음 질문을 던졌다. “어째서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지 않았던 걸까.”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이런 종류의 사고는 보통 원인이 비슷합니다. 모인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실패하는 거죠. 올해 이태원 핼러윈 행사 규모가 클 것이라는 건 다들 알고 있었잖아요. 그런데도 신경을 쓰지 못한 겁니다.” (폴 워테이머, 군중안전 전문가)


과거에 끔찍한 압사 사고를 경험했던 해외의 재난 관리 전문가들의 생각은 어떨까.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모인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슈는 “재난은 형태의 얼굴만 다른 것뿐이지 여기저기 전국적으로 반복되는 이유는 다 똑같“다며, ”재난관리 시스템이 형식적으로만 있지 작동을 안 한“것이라고 지적했다.

핼러윈 축제는 대한민국 이태원에서만 열렸던 게 아니다. 홍콩과 일본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핼로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하지만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곳은 우리와 무엇이 달랐을까. <그알>은 홍콩과 일본의 핼러위 축제의 모습을 보여줬다. 홍콩 란콰이펑과 일본 시부야에서는 경찰이 주체가 돼 도로를 통제하고 인파를 관리함으로써 사고를 미연에 방지했다.

다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째서 예상할 수 있었던 위험을, 대한민국 정부와 서울시, 그리고 용산구는 사전에 방지하지 않았던 걸까. 10월 29일 이태원을 충격과 공포로 몰고갔던 ‘공백’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정부가, 서울시가, 용산구가, 경찰이 ‘제대로’ 대답해야 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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