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

‘한국은 용서 쉽지 않아’ 학폭 두둔한 추신수, ‘더 글로리’ 동은 잊었나

너의길을가라 2023. 1. 23. 17:01
반응형

“사과하지 마. 사과받자고 10대도, 20대도, 30대도 다 걸었을까. 넌 벌 받아야지. 신이 널 도우면 형벌, 신이 날 도우면 천벌.”


‘학교폭력’을 주제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 피하자가 어른이 되어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극중에서 연진(임지연)을 비롯한 가해자들은 동은(송혜교)에게 끔찍한 물리적 · 정신적 폭력을 가한다. 뜨겁게 달군 고데기를 이용해 몸을 고문하기도 한다. 드라마 속에서 가장 참혹한 장면으로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이다.

<더 글로리>의 ‘고데기 온도 체크’ 장면은 너무 참담해서 (작가의) 상상의 산물일 거라 생각하고 싶은데, 사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바로 2006년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벌어졌던 ‘고데기 학교폭력 사건’이다. 당시 가해자들(3학년 학생 3명)은 동급생인 피해자에게 돈을 요구했고, 피해자가 응하지 않으면 집단구타를 가하고, 고데기를 이용해 팔에 화상을 입혔다.

김은숙 작가의 필력과 송혜교를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상기시키는 한편, 청소년 범죄를 넘어 한 사회의 문제로 확장했다. 또, 그 영향력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는데, 태국에서는 피해자들이 ‘타이 더 글로리’ 캠페인을 통해 자신의 피해를 알리고 있다. 태국 배우 파앗 칫사왕디는 자폐증을 앓는 학생을 괴롭혔다는 의혹에 사과했다.

반응형

“안우진이 분명히 잘못된 행동을 했다. (...) 제3자로서 들리고 보이는 것만 보면 안타깝다. 어떻게 보면 박찬호 선배님 다음으로 잘 될 수 있는 선수다. 한국에서 야구를 하고 있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너무 많다. 어릴 때 잘못을 저질렀지만 지금은 뉘우치고 있고 출장정지 징계도 받았다. 그런데도 국가대표로 나갈 수가 없다. 할 말은 정말 많다.” (추신수)


그런가 하면 ‘학교폭력’에 안이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21일, SSG 랜더스 추신수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지역 한인 라디오 방송 'DKNET'에 출연해 3월 개최되는 WBC 한국 대표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김현수, 김광현, 양현종 등 베테랑 선수들을 언급하며 “당장의 성적보다는 미래”를 봐야 한다면서 어린 선수들이 대표팀에 많이 포함되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추신수가 직접 언급한 선수의 이름은 바로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이다. 안우진은 지난해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30경기에 출전해 15승 8패 평균 자책점 2.11을 기록했다. 탈삼진도 224개를 기록하며 투수 2관왕을 차지했다. 또,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성적만 놓고보면 국가대표팀에 뽑히는 게 당연해 보인다. 문제는 안우진이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것이다.

휘문고 재학 시절 안우진은 학교폭력을 저질러 한국야구소프트볼협회(KBSA)로부터 자격정지 3년의 징계를 받았다. 그에 따라 KBSA가 참가하는 국제대회 참가 자격이 영구적으로 박탈됐다. 물론 WBC는 KBSA가 아닌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참가하는 국제대회이므로 대표팀 발탁에 규정상의 문제는 없지만, KBO는 안우진의 징계 이력을 고려해 선발하지 않았다.


추신수는 이러한 사정에 대해 잘 알고 있음에도 안우진을 발탁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고, “안우진을 감싸주기보다는 (한국은)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며 두둔하는 발언까지 했다. 이후 추신수의 발언이 알려지며 논란이 벌어졌는데, 팬들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냉담하기만 하다. 안우진의 경우에는 피해자 측으로부터 완전히 용서를 받지 못한 상황이라 더욱 그러하다.

연예계에도 학교폭력과 관련한 폭로들이 많았고, 당시 여러 스타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자숙에 들어갔다. 작품에서 하차하거나 아이돌 그룹에서 탈퇴하는 식이었다. 혹자는 (추신수처럼) 말한다. ’철없던 시절의 문제이다.‘, ’이미 잘못을 뉘우쳤다.‘, ’죗값을 받았다.‘ 연예계와 스포츠계에 유독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많은데, 이들은 자숙과 징계 등을 통해 ’용서를 받았다‘고 여기는 듯하다.

너무 쉬운 생각이다. 용서는 피해자가 하는 것이기에 그들이 몸담고 있는 집단에서 어떤 처분을 받았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할 수 없다. 추신수의 발언은 이와 같은 맥락을 무시한 것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용서를 말하는 경향이 있다. <더 글로리>의 동은을 떠올려보자. 단 하루도 잊지 못하고 웃음조차 잃은 채 흉흉한 날들을 살아야 했던 피해자의 고통을 말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