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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 연예/[리뷰] '우리 이혼했어요' 톺아보기

진정성 안 느껴지는 '우리 이혼했어요'의 유일한 교훈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20. 11. 28. 21:11

미련이 남았던 것일까. 기대를 품었던 것일까. 어쩌면 둘 다 였을까.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에 출연한 선우은숙은 전 남편 이영하와의 재회를 앞두고 많은 감정에 휩싸였다. 그 중에는 설렘도 포함돼 있었다. "나를 여자로 보겠어?"라는 말에는 나를 여자로 봐줬으면 좋겠다는 속마음이 비쳤고, 13년 만에 마주 앉은 이영하에게 "시간이 아쉽지 않아?"라고 묻는 심정에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다음 날, 선우은숙은 이영하와 커피를 마시며 다시 대화를 시도했다. 그는 결혼 생활에서 섭섭했던 기억들을 꺼내놓았다. 아마도 풀고 싶었던 매듭이었던 모양이다. 첫째를 출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플랫폼에서 이영하를 기다리고 있던 선우은숙은 이영하가 한 손에는 캐리어를, 다른 한 손에는 여배우의 손을 잡고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졌었다고 털어놓았다.

더 기가 막혔던 건 그 여배우를 집까지 데려다 주게 됐는데, 이영하가 너무 익숙하게 길안내를 했다는 것이다. 선우은숙은 '남편이 얼마나 자주 여길 와봤기에 길을 이토록 잘 알고 있을까'라는 생각에 오랫동안 속앓이를 했었다고 얘기했다. 이영하는 그럴 리 없다며 발끈했지만, 정황에 따른 해명일 뿐이었다. 게다가 선우은숙의 상처난 마음도 위로하지 못했다. 그저 화제를 돌려 상황을 모면하려 했다.


기분 전환을 위해 야외로 나간 두 사람은 첫 데이트 장소였던 두물머리를 찾았다. 함께 걷고 셀카도 찍으며 조금은 가까워진 듯했다. 이영하는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랑시를 읊어주더니 추어탕을 먹으러 가자고 제안했다. 식당에서 선우은숙은 이영하에게 신혼여행이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는지 물었다. 1박 2일의 짧은 일정에도 친구들과 술판을 벌인 것에 대한 서운함 때문이었다.

이영하는 선우은숙의 감정에 호응하기보다 당시에는 다 그랬다며 변명하는 데 급급했다. 성과 없는 언쟁이 이어지던 중 느닷없이 이영하의 지인이 도착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영하가 청평에 살고 있는 친한 동생을 부른 것이다. 선우은숙은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었다. 신혼 여행의 기억이 오버랩 됐다. 둘만의 시간은 또다시 깡그리 사라졌다. 불편해진 선우은숙은 화장실에 간다며 자리를 피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이영하는 자신의 지인과 함께 계속 술을 마셨다. 선우은숙은 한참 동안 차 안에서 기다렸고, 술에 만취한 이엉하는 옆자리에 타더니 금세 골아떨어졌다. 운전을 하는 선우은숙의 얼굴에는 씁쓸함이 가득했다. 만약 재결합을 하게 된다면 이번에는 술을 배워 같이 마셔볼까 생각했다던 선우은숙은 자신의 말을 주워담고 싶었을 것이다. 변한 것 없이 13년이 지났다.

 


"이게 뭐지? 이 사람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어서 여길 왔는데, 내가 예전에 경험했던 상황들이 다시 고스란히 재연이 되네? 내가 이 느낌을 받으려고 여기를 왔나."

<우리 이혼했어요>는 이혼한 부부가 출연한다. 그들은 3박 4일이라는 제한된 기간 동안 함께 살아보며 이혼 전후로 몰랐던 새로운 부부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거기에는 물론 재결합에 대한 옅은 바람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자극적인 설정 덕분에 <우리 이혼했어요>는 방영 전부터 엄청난 화제를 모았고, 첫회 시청률도 8.923%(닐슨코리아 기준)로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기대감과 달리 '몰랐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뿐이었다. 최고기와 유깻잎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미련이 남아 보였던 최고기는 전 아내에게 이성 친구에 대한 질문도 서슴지 않았고, 스킨십에 대해서도 과감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이혼한 부부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편한 대화였다.

한편, 최고기는 은근히 선을 넘는 농담도 건넸는데, 이미 첫회에서 "내 20대를 갈아넣었다. 유효기간 끝났다"며 선을 그었던 유깻잎은 단호했다. 철벽 그 자체였다. 이어 최고기의 여사친인 배수진과 그 아들이 방문하자 분위기는 급격히 어색해졌다. 그들이 유튜브 방송을 찍는 동안 유깻잎은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느낄 수 있었던 건 이혼 후 보다 벌어진 거리감뿐이었다.


<우리 이혼했어요>는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사실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이나 의도를 명쾌히 파악하기 힘들다. 이혼에 대해 좀더 '쉽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다면 그건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혼한 부부를 향한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을 바꾸거나 그들이 받는 심리적 압박을 덜어주는 역할도 어느 정도 수행할 수 있으리라. 일단 이혼 부부에게 발언권을 주는 건 확실하니까.

하지만 어떤 고민을 나누고 싶었는지를 묻는다면 갸우뚱하게 된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이혼 후에도 친구처럼 지내는 게 멋져 보인다면서도 애써 갈라선 이들의 '재결합'을 바라는 뉘앙스도 조금 불편하다. 출연자에게 감정이입하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로맨스 드라마를 보는 것마냥 리액션하는 건 지나치게 가볍다. 애써 중립을 지키려는 MC 신동엽의 스탠스도 보기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우리 이혼했어요>에 아무런 교훈이 없는 건 아니다. 그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내린 당신의 결정(이혼)은 틀리지 않았고, 그 결단에 이르기까지 켜켜이 쌓였을 수많은 이유들이 결국 옳았다는 것이다. 사람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갈라서기로 했다면 뒤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시간이 지나도 상대방은 변하지 않을 테고, 당신의 기대는 번번이 어긋날 것이다.


예고편에서 이영하는 지인을 또 불러들였다. 이번에는 단체손님이었다. 집 안에서 술자리가 벌어졌고,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선우은숙은 다시 소외됐다. 혼자 침대에 앉아 눈물을 흘리는 선우은숙의 모습이 안쓰럽기만 했다. <우리 이혼했어요>의 2회 시청률은 9.288%도 첫회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여전히 화제성은 컸지만, TV조선의 기대치만큼은 아니었다.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뒷목을 잡게 만드는 상황들이 이어지고, 굳이 여사친을 불러 유튜브 방송을 촬영하는 작위적인 설정이 시청자들을 금세 피로하게 만들었던 게 아닐까. 한마디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영하는) 오해를 풀고 싶은 마음이 있나? (최고기는) 사과를 할 생각이 있나? 저들은 도대체 왜 <우리 이혼했어요>에 출연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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