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우리 이혼했어요' 톺아보기

진정성 보여준 박재훈-박혜영, '우리 이혼했어요'의 해답이었다

너의길을가라 2020. 12. 1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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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에게는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부부라는 관계를 유지하는 게 고달픈 일이다. 그 힘듦의 정도가 불편이나 갑갑함을 넘어 죽을 만큼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또, 연애에서 비롯된 뜨거운 감정이 사라진 폐허를 채울 무언가가 없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는 사회적 시선 때문에 주저앉고, 누군가는 자녀에게서 답을 찾는다. 하지만 그럴 수조차 없는 사람들도 있다.

그때 그들은 이혼을 결정한다. 스스로 살아가기 위해서, 상대방을 더 이상 힘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 결정의 선택권이 있고, 이를 행사한 사람들에게는 '다음'이 있다. 재결합과 같은 복원이 아니더라도 친구 등의 다양한 관계로 다시 재회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에 합류한 3호 커플 박재훈-박혜영은 바로 그런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이혼 6년차를 맞은 두 사람은 처음에는 서로 어색해 했지만, 이내 대화의 물꼬를 열었다. 연결고리는 역시 자녀였다. 이혼 후 남편과 아내의 관계는 끝이 났지만, 아빠와 엄마의 역할은 계속 이어나가야 하므로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박혜영은 방송 출연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었는데, 아들 준성이가 "놀라긴 했지만 괜찮"다는 반응을 보여 한시름 덜었다고 털어놓았다.


두 사람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박재훈은 이혼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이 없었다며 운을 뗐고, 박혜영은 "우리 결혼은 방송으로 시작해서 방송으로 끝난 거 같"다고 대답했다. 과거 SBS <자기야>에 출연하면서 '박재훈의 아내'로 알려진 후 이혼을 했음에도 사람들이 결혼 생활에 대해 물어올 때마다 곤혹스러웠다는 얘기였다. 만나는 사람마다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충분히 이해가 됐다.

박혜영은 그럴 때마다 대충 얼버무려 왔지만, 마치 "(거짓말을 해서) 사람들을 농락하는 거 같았"다며 차라리 방송을 통해 제대로 공개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며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박재훈은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결혼 생활을 언급하며 미안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에 대해 박혜영은 연예인이라는 직업적 특성을 이해한다며 박재혼의 마음을 위로했다.

오히려 박혜영은 결혼 생활 내내 자신이 박재훈을 외롭게 만들었다며 사과를 건넸다. 그 말을 꼭 하고 싶었다면서 "내가 이기적이고 그래서 애들한테 미안해서 더 잘하려고 하는 게 강한 거 같"다면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박혜영은 아들과 자주 만나라고 권유했고, 박재훈은 "이 세상에 당신 같은 사람 없어. 정말 착하고 좋은 사람이야."라며 고마움을 내비쳤다. 진심이 오고갔던 대화였다.


"결혼이라는 걸 하지 말았어야 해. 나이 먹으니까 이제서야 나를 알잖아. 나는 결혼이 안 맞는 사람이구나. 멀쩡한 남자를 조사(?) 놨구나. (저 때문에) 살면서 되게 고통스러워 했거든." (박혜영)

"생활에 대한 문제가 가장 크죠. 배우 생활이 녹록지 않잖아요. 고생을 많이 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래서 이혼을 더 빨리 결심했을 수도 있어요. 빨리 (전 아내를) 놓는 게 낳겠다는 생각을 했죠." (박재훈)

두 사람은 이혼이라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좀더 차분히 들여다 볼 수 있었고, 그들의 결혼 생활도 객관적으로 되돌아 볼 수 있었던 모양이다. 물론 고통스럽고 힘든 일들이 많았겠지만, 그것이 마냥 독이 되지 않고 약이 된 케이스로 보인다. 실제로 그들은 상대방의 단점을 들추고 아쉬웠던 점을 꼬집기보다 오히려 자신이 미안했던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이혼했어요>는 선우은숙-이영하, 최고기-유깻잎을 통해 화제를 끌고, 그들의 활약(?)에 힙입어 프로그램을 띄워 왔다. 하지만 여전히 고통스러운 관계인 그들을 계속 보여주는 건 모두에게 가슴 괴로운 일이다. 과거의 상처가 선명히 남아 있는 선우은숙과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영하를 연결짓고자 애쓰는 제작진의 속내는 예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또, 이혼한 지 몇 개월 지나지 않아서 상처가 아직 채 아물지 않은 최고기-유깻잎의 이야기는 보는 사람도 고통스럽게 만든다. 예물을 돌려두는 문제로 벌어진 최고기와 장모와의 갈등은 리얼하긴 했지만, 저렇게까지 아픔을 전시할 필요가 있었나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리고 의문을 갖게 됐다. 도대체 <우리 이혼했어요> 제작진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그러던 중 등장한 박재훈-박혜영 커플은 이혼 후에도 지속가능한 관계에 대한 하나의 이미지를 심어줬다. 그들은 부부로서의 관계가 끝났지만, 그럼에도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진솔한 대화를 통해 진심을 전달할 줄 알았다. 그러니까 어른 같았다. 비록 앞선 두 커플처럼 자극적인 맛은 없었지만, 프로그램의 (잊힌) 취지를 가장 잘 드러냈다.

<우리 이혼했어요>가 우리 사회에 가치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롱런하려면 이런 출연자들을 계속 섭외할 수 있어야 한다. 웃기고 울리는 것도, 화제성을 끌어올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가꾸고 지켜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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