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한 배우 커플의 결혼식이 있었는데요. 저희 맞게 찾아온 거 맞나요? 식장 앞에선 때 아닌 검문이 한창이었는데요. 대체 누구의 결혼식이길래 했더니, 바로 이상우 · 김소연 씨가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지난 13일, SBS 연예 정보 프로그램 <본격 연예 한밤>(이하 <한밤>)은 방송 중간에 9일 결혼한 김소연 · 이상우의 비공개 결혼식에 대한 소식('하객은 아무나 하나')을 전달했다. 결혼식이 '비공개'였던 만큼 <한밤> 측에서도 내부로 들어갈 수 없었기에 결혼식장 입구에 진을 친 채 촬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취재 방식은 간단했다. 카메라로 결혼식장 외관을 한번 훑고, 개인 차량을 타고 결혼식장으로 진입하려던 스타들(이상윤, 송창의, 이민우 등)의 모습을 찍는 것이었다.

 

<한밤> 측은 하객들이 '청첩장'을 소지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결혼식장 관계자와 여기에 응하는 스타들의 모습을 담아 코멘트를 담았다. "검문 받는 표정이 다들 익숙지가 않아요." 대중들에게 얼굴이 알려진 스타들도 '출입국 심사'를 방불케 할 만큼 엄정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는 뉘앙스였다. 그러면서 '검문소 분위가 물씬', '청첩장 찾느라 교통체증(?) 일으키는 사람 누굽니까?!'라는 자막도 달았다. '얼굴이 알려졌다'는 개념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굳이 '비공개 결혼식'까지 쫓아간 취재도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여기까지는 이해할 만 했다.

 

 

"그런데 이민우 씨처럼 시간이 걸려도 이렇게 청첩장이 나오면 다행인데요. 바로 이 하객처럼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습니다. 개그우면 이은형 씨인데요. 청첩장은 안 가져와서 난감해하더니 결국 입장 실패, 그대로 유턴해야만 했습니다. 결코 아무나 참석할 수 없었던 이번 결혼식, '뉴스 마스터'에서 살짝 공개하겠습니다."

 

<한밤> 측은 '이은형이 청첩장을 지참하지 않아서 돌아가야 했다'고 설명했고, 이 장면을 지켜보던 MC들과 패널들은 '안타까움'을 각종 의성어로 표현했다. 물론 엄청난 악의(惡意), 예를 들면 김소연 · 이상우 커플에 대한 비난 의도가 있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저열함'은 느껴졌다. 어떤 점이 그러했는가. 앞서 이상윤, 송창의 이민우의 출입 장면을 보여주면서 그들이 드라마에서 맡았던 '배역'과 '친분'을 설명하는 등 제법 공을 들인 반면에 이은형에 대해서는 그러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개그우먼'이라는 직업을 강조했는데, 이는 앞서 언급했던 세 명의 '남자' '배우'들과의 대비(對比)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그러면서 '결코 아무나 참석할 수 없었던 결혼식'이라는 코멘트를 더했다. 께름칙하고 찜찜한 기분이 가시질 않았다. 물론, 이 '기분'은 지나치게 예민하게 상황을 해석한 탓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밤> 측의 보도와는 달리 사건의 진상'에 대해 알고 나면 이러한 생각이 단순히 '기분 탓' 때문에 생긴 오해가 아니라는 게 좀더 명확해진다.

 

 

'청첩장을 지참하지 않아서 돌아가야 했다'는 <한밤> 측의 설명과는 달리 이은형은 애초에 김소연 ·  이상우과 친분이 없었고 청첩장을 받지도 않았다고 한다. 어라? 이게 무슨 말일까? 이은형은 자신의 인스타그램(www.instagram.com/melong416/)에 게시한 사진에 달린 '카톡 게시판에 청첩장 없어서 결혼식 못 갔다고 봤어요. 정말 못 가셨나요'라는 내용의 댓글에 다음과 같은 대답을 남겼다. "전 그냥 근처에 필라테스 수업받고 맹승지 데리러 간 건데 찍힌 거예요. 아 웃겨. 표정 너무 웃기다."

 

정리하자면, <한밤>의 보도는 정확한 사실 관계조차 파악하지 않고, '추측'에 기반한 것이었다. 더 엄밀히 말하자면, 자신들의 '의도'에 끼워맞춘 어거지 보도였다. 이은형의 소속사(제이디비엔터테인먼트)에 문의한다거나 아니면 당사자인 이은형에게 직접 확인해보면 간단한 일이 아닌가. 그럼에도 그 절차를 생략한 채 보도를 내보냈다는 건 앞서 말했던 '께름칙한 기분'을 더욱 강하게 환기시킨다. 만약 그가 좀더 '유명한' 배우나 가수였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이처럼 대충, 그리고 얼렁뚱땅 방송을 내보낼 수 있었을까?

 

'유난을 떤다'는 눈총을 받아야 했던 김소연 · 이상우은 소속사(나무엑터스)를 통해 "당사자들에게 확인을 해본 결과 지인이 아니며 경호업체에서는 청첩장이 없다하더라도 한 분 한 분 친절하게 응대하며 다 들여보내줬다고 하더라"고 해명하면서 "적어도 보도를 하려면 팩트 체크는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데, <한밤>에서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이제 막 결혼해 행복해야 할 신혼 부부인데 이 같은 상황이 벌어져 안타깝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불필요한 오해를 받아야 했던 상황에서 당연한 반응이다.

 

 

<한밤> 측은 나무엑터스 측과 오해를 풀고 있는 중이라면서 다시 보기를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정 방송'은 하겠지만, '사과 방송'까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당연히 '정정'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신실한 '사과'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오보'이자 '악마의 편집'에 대한 온당한 책임을 지는 길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그칠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인 이은형을 기억해야 한다. 그는 이 상황 속에서 애써 웃어넘길 수밖에 없었다.

 

<한밤> 측은 위의 장면을 방송에 내보내기 전에 '이은형 씨, 우리가 이런 장면을 방송에 내보내려고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문의를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을 테고, 이런 불필요한 논란은 애초부터 없었을 것이다. <한밤> 측은 이은형에 대해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은 아닐까? <웃찾사>를 폐지하는 등 자사가 채용한 코미디언조차 내팽개치는 방송사를 상대로 '을'의 입장인 그가 대놓고 불쾌감을 드러내거나 과감히 들이받는 일을 하는 건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그 사과를 대신 요구한다. <한밤> 측은 김소연 · 이상우에 대한 사과를 하는 동시에 이은형에 대해서도 진지한 사과를 해야 한다. 부디 그들의 사과(를 할지도 분명치 않지만)에 '차별'이 숨겨 있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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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