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황교익, 김영하, 정재승 그리고 유희열. 그들이 홍대의 한 카페에 다시 모였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출연진들을 다시 불러모아 '총정리'를 하는 시간이었다. 이젠 공식처럼 된 나영석표 애프터 서비스라고 할까. 그건 프로그램을 아껴준 시청자들을 위한 배려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출연진과 제작진을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하나의 의식과도 같은 일이다. 잘 마무리해야 다시 시작할 수 있기에. 그렇게 만난 잡학박사들과 유희열은 못다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마지막 토크가 시작됐다. 그들의 얼굴이 반갑다가도 더 이상(이 아닌 당분간이 되길..) 그들의 수다를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쉬움과 서운함이 뒤섞여 괜시리 심란했다.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이라는 기묘한 제목을 만들어 낸 양정우 PD는 개인적으로 소장해 두기엔 아쉬웠던 '뒷이야기'들을 대거 방출했다. 통영에서부터 시작됐던 여행은 순천, 보성, 강릉, 경주, 공주, 부여, 세종, 춘천을 찍고, 전주에서 마무리됐다. 두 달 간 국내의 10개 도시를 샅샅이 훑었던 짧고도 굵은 여정이었다. 


정치, 사회, 경제, 역사, 문학, 과학, 미식, 음악 등 모든 분야를 망라했던 말 그대로 지식(잡학)의 대축제였다. <알쓸신잡>의 '잡학박사'들이 알뜰살뜰 돌아다니며 느긋하게 '수다'의 꽃을 피우는 사이 텔레비전 안팎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고, 갸우뚱했다. 도전적이었고 모험적이었던 기획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나영석'이라는 이름값이 전제 됐고, 지식소매상 '유시민'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가 바탕됐지만, '아재들의 대화'라는 콘셉트는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어느새 시청자들은 아재들의 끝없이 펼쳐지는 수다에 귀를 쫑긋하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재들이 발산하는 '신비한' 매력에 푹 빠져 금요일 저녁만을 손꼽아 기다리게 됐다. 1회 5.395%로 시작했던 시청률은 최고 7.192%를 기록하는 등 평균적으로 5~7% 사이의 높은 그리고 안정적인 구간을 보행했다. 방송 중은 물론 그 후에도 관련 내용들이 실시간 검색어를 독차지했고, 포털 사이트의 인기 기사에는 어김없이 <알쓸신잡>에 대한 뉴스들이 랭크됐다. 


심지어 휴가철을 맞아 <알쓸신잡>의 여행지를 참고 삼아 국내 여행을 떠나는 이른바 '알쓸신잡 투어'를 따라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유시민 작가가 방문했던 관광지 및 유적지를 찾아가(서 부정확하고 왜곡된 정보들에 딴지를 걸어보)고, 황교익 맛칼럼니스트가 추천한 식당을 방문해 음식을 맛본 후, 김영하 작가가 보여줬던 불굴의 체험 정신을 본받는 식이다. 혹은 정재승 박사의 유행어 'OO하면 OO죠.'를 외치며 나만의 유니크한 여행 동선을 개척하는 것도 존중받게 됐다. 

 

 

"정말 빛나는 것들은 대화를 통해서 나온다. 이야기하는 중에 더 빛나는 것들이 많이 나왔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다양한 대화를 할 수 있는 다양한 형식들이 있었으면." (김영하)


이렇듯 <알쓸신잡>이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은 결국 '우리는 왜 <알뜰신잡> 속 아재들의 대화에 빠져드는가'라는 질문과 같은 것이다. 첫 번째 이유는 '알아두면 쓸데없는 잡학'의 향연이 주는 쾌감일 것이다. 각 분야에 정통한 네 명(엄밀히는 다섯 명이다. 유희열은 음악과 관련한 분야에서 누구보다 조예가 깊은 전문가니까)의 전문가들이 대화라는 방식을 통해 지식(잡학)을 전달하는데, 우선 양(量)에서 보는 이들을 압도할 뿐 아니라 그 질(質)도 매우 양질이었다. 


실제로 '잡학박사'들은 회당 평균 35개, 총 282개의 주제를 놓고 대화를 나눴다. 정해진 규칙 따윈 없었고, 금기나 제약도 두지 않았다. 여행을 하는 과정 속에서 보고 느낀 것들과 거기에서 파생된 여러 주제들을 자유롭게 이야기했다. 때로는 서로의 의견을 반박하는 진지한 토론이었고, 때로는 웃음기가 가득한 편안한 담소였다. 그들의 대화는 사피오 섹슈얼(sapio sexual, 똑똑하거나 지혜로운 사람 또는 성숙한 사람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사람
)들을 자극하기에 충분, 아니 넘쳐 흘렀다.

 

 

두 번째 이유는 좀더 본질적이다. 그 까닭은 초반에 이미 밝혀졌다. 2회 방송에서 김승옥의 『무진기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유시민과 황교익의 작품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자 김영하는 이렇게 말한다. "합의를 이뤄서 어느 작품에 동의하는 건 불가능하고, 어떻게 보자면 각자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에 소설이 가치가 있는 거예요. 생각의 다양성들을, 감정의 다양성들을 불러 일으키는 거예요." 여기에서 <알쓸신잡> 속 아재들의 대화가 기존에 우리가 접해왔던 아재들의 그것과 확연히 구별됐다.


우리는 <알쓸신잡>의 대화에서 서로의 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발견한다. 다시 말해서 <알쓸신잡>은 대화(그것이 수다이든 잡담이든 어떤 이름으로 불려도 상관없다)라는 행위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시청자들은 '(아재들의) 대화가 저렇게 유익할 수 있구나'를 넘어서 '저리 재미있고 가치있을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또, '저 대화의 현장에 나도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그런 장면들을 머릿 속으로 그려본 사람이라면, 스스로 그리 되고자 노력하게 되지 않았겠는가.

 

이른바 '인문 예능'이라는 형식이 기존의 방송에서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알쓸신잡>은 강연 등의 방식이 아닌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인문학을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더욱 놀라운 건 이 과정이 단순한 전달을 넘어, 시청자들로 하여금 사유하는 법을 알려줬다는 것이다. "인문학을 한다는 것이 일리일 뿐"이라며 "내가 생각하는 것 외에 다양한 일리들도 존재한다."는 황교익의 말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래서일까. <알쓸신잡>은 그 어떤 '강박'도 없어 보였고, 그래서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저들의 대화를 지켜볼 수 있었다.

 

 

"어떻게, 또 모여서, 얘기 또, 해주세요. 저 듣게요." 



유희열은 말미에 '재회'를 이야기했다. 그건 유희열 개인의 바람인 동시에 제작진의 바람이면서 시청자들의 강렬한 희망이기도 했다. 2017년 상반기 최고의 예능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는 <알쓸신잡>이기에 당연히 시즌2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대중들의 요구와 바람이 지엄하기에 <알쓸신잡>이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돌아오길 기대한다. 김영하 작가의 말처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다양한 대화를 할 수 있는 다양한 형식들을 고민하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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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가 노래를 부른다. 눈을 감고 집중한 채 노래를 연주한다. 
키보드 건반을 능숙하게 누르기도 하고, 기타를 뚝딱뚝딱 치기도 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데 괜시리 미소가 지어진다. 예민하고 까칠한 듯한 모습 뒤에 "사는 이유나 존재 가치가 노래 말고는 없기 때문에 노래를 대충 해버리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닌 게 돼 버리는 거야."라는 존재론적 절박함이 자리잡고 있다는 걸 알게 되자 이번엔 먹먹해진다. 설명하기 힘든 감동이 몰려 온다.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소라는 그 자체로 '음악'이라고 말이다. 


유희열은 키보드를 친다. 절대 음감을 자랑하고, 귀로 노래를 듣고는 금세 코드를 따버리는 능력자다. 놀라는 제작진에게 '직업이잖아'라며 쿨한 반응을 보이는 시크한 매력도 지녔다. tvN <알쓸신잡>에서 '잡학박사'들에게 전해들은 잡학들을 쏟아내기도 하고, 영국 체스터의 숙소 거실에서 마성의 목소리로 <그럴 때마다>를 부르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가 돋보이는 장면은 리더십이 드러날 때이다. "방송에 안 써도 되니까 해볼래?"라며 이소라를 독려하고, 주저하고 머뭇거리는 윤도현을 자극하고 응원해 결국 무대 위로 올린다. 그는 '공감'이다.


윤도현은 기타를 친다. 물론 노래도 한다. 위의 두 사람보다 '버스킹(길거리 공연)'이라는 주제와 가장 잘 어울리는 가수이기도 하다. 실제로 과거에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른 경험이 있으니까. 그에게는 거리낌이 없다. <청혼>을 연주해야 했던 그는 '보사노바 주법'을 익히기 위해 연습에 몰두한다. 될 때까지 하는 그의 열정은 '버스킹'과 닮아 있다. 또, 어느 정도 준비가 돼야 노래를 부르는 이소라와 달리, 언제든지 그리고 어디서든 노래를 부른다. 처음 만난 낯선 버스커와 교감을 나누며 함께 기타를 치기도 한다. 그의 또 다른 이름은 '자유'다.

 

 

이소라, 유희열, 윤도현. 그들이 '음악'을 두고 고민하고, 치열히 부딪치는 모습이 좋다. 세 명의 뮤지션은 각자의 결대로, 또 각자의 방식대로 '노래'와 마주한다. 그러면서도 그 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룬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한다. 전혀 다른 스타일의, 그러나 결국 '음악'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저들이 어우러지는 과정과 결과가 신비롭기만 하다. 대중들의 판타지를 구현하는 것이 예능이 추구하는 수많은 목적 중의 하나라면, JTBC <비긴어게인>은 그 욕망을 제대로 꿰뚫어 본 프로그램이다.


은둔하고 있던, 그래서 더욱 궁금했던 이소라를 집밖으로 끄집어 내는 데 성공했다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거기에 같은 시대에 음악을 해왔던 동료와도 같은 유희열과 윤도현을 조합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서로에 대해 워낙 잘 알고 있는 그들이었기에 '음악'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고, 잡다한 곁가지들이 시청자들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았다. 또, 음악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는 그들이었기에 쓸데없는 '경쟁'이나 '갈등'이 개입되지도 않았다. 편안히, 몰입할 수 있는 '힐링 음악 예능'이 탄생한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뮤지션인 세 사람이 낯선 외국에 가서 자신들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 앞에서 버스킹을 한다는 건 '방송'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외국에 가서 우리나라 가수들이 버스킹을 한다는 콘셉트만 들고 무작정 아일랜드로 갔다."(<텐아시아>, '비긴어게인' PD "아일랜드 편, 시행착오의 연속"(인터뷰①))는 오윤환 PD의 말처럼, 이건 '무작정'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기도 하다. 방송사의 과감함만큼이나 빛나는 건, 역시 낯선 곳에서 새롭게 노래를 하기로 결심한 세 명의 뮤지션들의 도전 정신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무명의 가수들이 버스킹을 떠나는 그림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지적을 하지만, 이미 최고의 자리에 올라 있는 가수가 자신이 지닌 모든 어드벤테이지(advantage)를 버린 채 오로지 자신의 '실력'으로만 승부한다는 설정이 지닌 흥미로움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름만으로도 환호성을 자아내는 저들이 '이름값'의 울타리 밖에서는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지 시청자의 입장에서 궁금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음악'이라는 것이 인류가 '공감대' 속에서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가치인지 들여다보고 싶은 호기심도 있었다.


실제로 세 명의 뮤지션은 '낯섦' 속에 놓인 채 여러가지 감정들을 느끼면서 거리의 관객들을 만난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노래를 들려주고, 그 순간에 몰입해 관객들과 호흡하고 교감한다. 컨디션이 조금 좋지 못하거나 목 상태가 나쁜 건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순수하게 '음악'에 반응하는 관객들에 의해 '낯섦'은 곧 지워지고, 늘 그래왔던 것처럼 그저 '음악'이 존재하고, 그 '음악'을 공유한다는 사실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이것이 <비긴어게인>이 진짜 들려주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혹자는 <비긴어게인>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하면서, '과연, 내 노래가 외국에서도 통할까?'라는 부질없는 의도만 남았다고 혹평하기도 한다. 심지어 이를 '사대주의'로 비약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낯섦'이라고 하는 환경적 요인이 프로그램의 의도에서 핵심적인 문제였다는 걸 감안하면 이러한 비판은 힘을 잃는다. 게다가 영화 <원스>의 감동을 느끼기 위해 아일랜드에 가고, 비틀즈의 나라 영국을 찾는다고 해서 이를 '열등감'으로 치환시킬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비긴어게인>은 여행과 음악을 접목시키면서 '음악'을 여행의 과정 속에 놓인 무엇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여행을 '삶'이라는 단어로 바꿔볼 수 있다면, 그 의미는 더욱 강렬해질 것이다. 저 세 명의 뮤지션들은 버스킹을 하면서 '열정'만으로 음악을 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아마도 '초심'이라든지 '오늘', '지금 이 순간'이라는 단어를 되새겼을지 모르겠다. 잊고 있던 무언가를 떠올리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으리라.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들도 같은 것들을 공유했던 건 아닐까. 


"오늘이 오면은 하고 싶었던 게 많았는데 궁시렁 궁시렁 핑계들만 늘어놓는 오늘을 보며 차가운 바람과 따뜻한 이불을 좋아하는 나의 모순을 되돌아보네." 싱어송라이터 이진아는 미니음반 <RAMDOM>의 수록곡 '오늘을 찾아요'에서 새로운 내일만 바라보는 자신을 돌아보며 '오늘을 살자', '오늘을 찾자'고 노래한다. <비긴어게인>도 같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낯선 곳에서 버스킹을 하고 있는 이소라와 유희열, 윤도현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아니, 그렇게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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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앵커와 배우 송중기가 만났다. 이번 주 JTBC <뉴스룸> 대중문화 초대석에는 영화 <군함도>로 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송중기가 출연했다. 
여러가지 의미에서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인터뷰이(interviewee)였다. <군함도>와 관련해 쏟아지고 있는 여러 논란들을 비롯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팬심'의 대상이었다는 '팩트'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중대사까지. 그야말로 인터뷰의 보고(寶庫)라 할 만 했다. 인터뷰어(interviewer)의 입장에선 참으로 반가운 손님이 아닐 수 없었다. 



"'철부지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른이 되시니까 어떻습니까?"

"아직 되진 않은 거 같고요. 되어 가는 과정인 거 같고요. 올해 큰일을 두 개나 앞두고 있어서 저에게는 최고의 여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아는데, 나머지 하나는 뭡니까?"

"개봉을 했고요. 하나는 또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아, 그건 알겠습니다. 개봉을 말씀하신 거군요? 어제 개봉했잖아요?"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손석희 앵커는 과거 송중기가 했던 발언을 언급하며 포문을 열었다. 가볍게 오고 간 질문과 대답, 어쩌면 간단한 '근황 토크'와도 같은 대화가 이어졌다. 그런데 혹시 <뉴스룸>의 시청자들은 눈치챘을까? 저 짧은 대화가 사실상 이번 인터뷰의 '성격'과 '방향'을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인터뷰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인터뷰이(송중기)와 인터뷰어(손석희)의 각기 '다른' 자세를 확인할 수 있다. 아무래도 송중기가 내심 바랐던 방향과 손석희가 이끌어나고자 했던 방향은 조금 달랐던 듯 싶다.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한 송중기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인터뷰를 '당해' 왔겠는가. 모르긴 몰라도 어떤 질문을 받더라도 '선수' 급으로 능숙하게 대처하는 법을 익혀 왔으리라. 섣불리 달려드는 인터뷰어를 되치기로 넘어뜨려 자신의 페이스로 끌어오는 방법도 익혔을 게 뻔하다. 기능 면에서는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온갖 스킬들을 내면화하지 않았을까. 오해하지 마시라. 이건 진지한 칭찬이니까. 그런 송중기라 하더라도 손석희 앵커의 내공에 비하긴 어려우리라. 


손석희가 누구인가. JTBC의 보도국 사장이라는 직함은 거저 얻어진 게 아니다. MBC 표준FM <손석희의 시선집중>(2000년~2013년)을 진행하며 수많은 산전수전을 겪어 왔고, 그 대상은 분야와 직종은 물론 나이와 국적마저 막론했다. 또, MBC <100분 토론>(2002년~2009년)에서는 드센 정치인들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며 토론을 원활히 이끄는 카리스마를 보여주기도 했다. 손석희를 두고 최고의 인터뷰어라고 말하긴 어려울 수 있지만, 적어도 인터뷰어로서 그가 쌓아올린 내공을 어찌 가볍다 하겠는가.

 

 

 


다시 대중문화 초대석의 인터뷰로 돌아가자. 송중기는 묻기도 전에 '큰일을 두개나 앞두고 있다'면서 자신의 결혼 소식을 언급한다. '떡밥'이었을까? 얼마 전 있었던 송중기와 송혜교의 결혼 발표는 연예계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뉴스였기에 다수의 시청자가 관심을 기울일 소재가 분명했다. 송중기가 '결혼'이라는 말을 언급했을 때,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던 시청자의 대부분이 귀를 쫑긋했을 게 분명하다. 보통의 인터뷰어라면 '이게 웬떡이야?'라며 '결혼'에 대한 질문들을 나열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으리라. 

 

"아, 그건 알겠습니다." 이게 웬일인가. 이토록 건조한 반응이라니! 손석희 앵커는 결혼을 언급하는 송중기의 대답을 애써 외면한다. 분명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회피로 보였다. 오히려 '결혼을 발표하셨죠?'라고 묻는 게 자연스럽다 여겨질 분위기였다. 그런데 손 앵커는 "개봉을 말씀하신 거군요? 어제 개봉했잖아요?"라면서 곧바로 <군함도>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버린다. 화제성과 시청률을 고려하면 송중기에게 '결혼' 혹은 그의 연인 '송혜교'에 대한 질문을 몇 개 던지는 편이 훨씬 유리했을 텐데, 손 앵커는 그런 쉬운 선택을 하지 않았다. 

 

 

사실 예상했던 일이었다. 손석희 앵커가 결코 송중기에게 '송혜교'에 대해 묻지 않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가 있다. 바로 6월 29일 대중문화 초대석을 찾았던 이효리의 인터뷰 때문이었다. 손 앵커는 이효리의 새 앨범 'BLACK'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했다. 인터뷰의 대부분을 '음악 이야기'에 할애한 것이다. 4년 만에 컴백을 하면서 여러 예능에 출연했으나 프로그램의 특성상 '톱스타 이효리(의 사생활)'에 포커스가 맞춰지는 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나 아쉬움은 남았을 것이다.


또, JTBC <효리네 민박>이 방송되면서 '남편 이상순'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이 커지고 있는 시점이라 이효리로서는 그 관심이 기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론 난감했으리라. 실제로 이효리는 "열심히 앨범도 만들었는데 사실 음악 이야기 할 프로그램이 없더라. 본격적으로 활동하면서 여러 프로에 나갔는데 앨범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도 없었다"며 헛헛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데 손 앵커가 '가수' 이효리와 '앨범'에만 집중해 인터뷰를 진행하니 얼마나 고마웠겠는가. 


손석희 앵커는 이효리와의 인터뷰와 마찬가지로 송중기와의 인터뷰에서도 그와 같은 기조를 철저히 유지했다. '영화 군함도'와 '배우 송중기'에 포커스 외에는 곁눈질도 하지 않았다. 물론 '인터뷰어는 대중들이 하고 싶은 질문을 (대신) 던지는 존재'라는 주장에 따르자면, 손 앵커가 썩 좋은 인터뷰어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인터뷰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그 판단은 전적으로 인터뷰어가 하는 것이리라. 사적인 부분 혹은 가십거리를 배제하고, 오로지 '작품'과 '정체성'에 대한 탐구만을 하겠다는 손 앵커의 인터뷰는 낯설지만 오히려 정도에 가깝다.

 

 

한편, 송중기는 어땠을까. 분명 그는 사려깊고 진중한 태도로 인터뷰에 임했다. 특유의 조곤조곤한 말투로 성실히 답변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웃음을 되찾으며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군함도>의 스크린 독과점(첫날 2,027개, 둘째날 1,961개) 논란에 대해 도망치는 듯한 인상을 풍긴 점은 아쉬웠다. "전문가가 아니라 말씀드리기 조심스럽고 관객 분들이 영화를 보고 평가해주실 것 같다."는 명쾌하지 않은 대답 때문에 손 앵커는 다시 질문을 해야 했고, 송중기는 동어반복에 그쳤다. 


워낙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웠으리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아쉬운 수준의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결혼' 이야기를 꺼내며 인터뷰의 방향을 조금 틀어보려고 했던 건, 앞으로 이어질 인터뷰의 무게가 워낙 무거울 거라 예측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송중기는 <군함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일본 정부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하는 등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제법 적극성을 띠었다. 손 앵커는 그런 송중기를 두고 "대답을 할수록 배우의 위상을 높이는 배우 같다"고 칭찬했다. 


손석희 앵커는 애써 영화 <군함도>와 '배우' 송중기에 포커스를 맞추려 애썼지만, 엔딩곡 '쉘부르의 우산'을 추천한 이유에 대해 송중기가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곡이라 장고가 필요했다."며 '사랑꾼' 면모를 과시한 덕분에 그 노력은 물거품이 돼 버렸다. 당장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송중기, '뉴스룸' 엔딩곡 소개하며 "송혜교가 좋아하는 곡"<조이뉴스24>'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떡하니 걸렸으니 이를 두고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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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애매하다. 


SBS의 새 월화 드라마 <조작>에 대한 첫인상은 '어중간하다'는 것이었다. 분명 가슴 뛰는 주제와 흥미로운 소재를 갖추고 있지만, 이상하리만치 '몰입'이 되지 않았다. 출연하는 배우들의 면면도 충분히 기대감을 불러 일으킬 만큼 매력적이었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지 않았다. 드라마의 톤은 전반적으로 산만했고, 두서가 없어 보였다. 더욱 심각했던 건, 기존의 여러 작품들이 '짜깁기' 됐다는 인상마저 풍겼다는 것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계속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아쉽고, 안타까웠다.

 



한마디로 무엇 하나 특별하지 않았다. 이렇게 좋은 '재료'들을 가지고 평범하다 못해 맛없는 요리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원인은 무엇일까. 대답은 오히려 쉽게 발견됐다. 그건 아무래도 역설적으로 '재료'에 대한 과신이 아니었을까. <추적자>, <펀치>, <피노키오>, <피고인>, <귓속말> 등 SBS 사회극은 불패 신화를 이어오고 있던 터라 '사회 부조리에 맞서 진실을 추구하는 기자'라는 주제가 일정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반드시 사로잡을 것이라 믿었을 것이다. 


거기다가 1회부터 '성완종 리스트'를 떠올리게 하는 사건을 전면 배치하면서 현실과의 접점을 높였다. 극중에서 민영호 C&C 회장(김종수)이 자신이 돈을 건넨 유력 인사들의 리스트를 남긴 후 숨진 채 발견된 장면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신이 로비를 벌였던 정계 인사들의 목록을 남긴 채 자살했던 사건과 판박이였다. 다수의 시청자들은 '어? 저거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잖아!'라며 반가워(?) 했을 것이다. 제작진은 분명 이와 같은 설정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초장부터 사로잡을 수 있다고 자신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조작>의 '진짜' 비장의 무기는 따로 있었다. 이름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환호성을 불러일으킬 만큼 출중한 내공을 지닌 배우들이다. KBS2 <김과장>에서 열연을 펼치며 '믿고 보는 배우'로 등극한 남궁민의 존재는 드라마의 가장 큰 버팀목이었으리라. 그뿐이 아니다. 연기파 배우인 유준상과 엄지원, 그리고 8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문성근도 무게감을 더했다. 자신의 공백을 '저럼한 세력이 만든 불행한 일'이라 규정한 그의 한마디는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더욱 끌어올리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뜨거운 기대와 관심은 다행스럽게도 높은 시청률로 돌아왔다. <조작>은 1회 11.6%, 2회 12.6%, 3회 10.5%, 4회 12.5%를 기록하며 경쟁작인 MBC <왕은 사랑한다> (7.2%), KBS2 <학교 2017> (4.1%), tvN <하백의 신부> (3.465%)를 압도했다. 하지만 이 경쟁의 승리는 '꿀잼'의 결과라기보다는 '볼 게 없어서..'에서 기인한 것이라 봐야 할 듯 싶다. 드라마의 '만듦새'로 얻어낸 성취라기보다는 '재료'들의 기대치로 얻어낸 착시라고 보는 게 정확한 평가다. 물론 경쟁작들의 부진은 <조작>의 앞길에 탄탄대로를 열어주겠지만 말이다.

 

 

 

 

<조작>은 '거대 언론에 맞서 사회 부조리에 대한 현실을 파헤치는 기자들의 치열한 삶을 담은 드라마'이다. 기자들의 세계, '언론'을 주무대로 삼아 은폐된 '진실'을 밝혀내고,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적폐'를 청산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기획 의도에서 밝힌 "진실을 좇고 '제대로' 취재하는 기자가 여전히 세상에 존재한다는 희망. '제대로 된' 기자는 여전히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안내하는 훌륭한 조타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것 말이다. 


물론 그와 같은 주제와 소재는 매력적이었지만, '정의'를 기점으로 선과 악을 칼로 무자르듯 (지나치게) 선명히 갈라버린 구도는 너무 뻔하게 다가온다. 스스로를 '기레기'라 자처하는 한무영(남궁민), <대한일보> 소속의 정의로운 기자 이석민(유준상) 그리고 '선을 넘은' 검사 권소라(엄지원)가 연대해 '어르신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적폐들과 한통속인 구태원(문성근) '대한일보' 상무와 대결하는 것이 뻔히 그려지는데 그 과정과 결과가 그다지 궁금하지 않다.


구도와 캐릭터가 단조롭다보니 배우들의 연기도 평면적이다. 캐릭터를 해석할 여지가 없다보니 자연스레 배우들의 고민도 줄어들었다. 유준상과 엄지원은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평이한 연기에 그치고 있고, 문성근의 아우라도 생각만큼 발산되지 않는 듯 하다. 특히 남궁민은 '기레기로 위장취업한 김 과장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전작의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못한 연기로 고전하는 분위기다. 대놓고 웃겨도 되는 <김과장>과는 달리 적당한 무게감이 뒷받침돼야 할 <조작>에서 약간 겉도는 느낌이랄까.

 

 

 

 

'하늘은 어찌하여 이 주유를 세상에 내고도 ​제갈량을 내셨단 말인가'


이런저런 말이 많았지만, <조작>에 대한 아쉬움의 가장 큰 이유는 사실 다른 데 있었다. 바로 tvN <비밀의 숲>이다. 연출, 대본, 연기 등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는 시점에서 그와 비슷한 뉘앙스의 드라마는 철저히 비교를 당할 수밖에 없다. <비밀의 숲>의 경우에는 선과 악을 섣불리 규정하지 않는 인간 내면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견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물 설정과 묘사에 심혈을 기울인 티가 팍팍 난다. 반면, <조작>은 세밀함과 깊이가 한참 뒤쳐진다.


어쩌면 <조작> 제작진은 그것이 케이블과 지상파의 차이라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선과 악이 명쾌하게 갈려 응원하고자 하는 대상에 확실히 감정 이입이 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배우들의 연기도 더욱 '오버'스러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비밀의 숲>의 경우처럼 작가(이수연)를 검사 출신으로 착각할 정도의 현실감 있는 설정과 묘사에 이르지 못한 건 어찌할 생각일까. 왠지 모르게 어설프고 장난스러워 보이는 건 한없이 진지할 수만은 없었던 지상파의 한계란 말인가.

 

어찌됐든 <조작>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방송 첫 주에 동시간대 1위라는 든든한 전리품을 얻었으니, 5회부터는 좀더 안정감을 갖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 수 있을까. 전형적이라는 평가를 뒤집고, 긴장감 있고 몰입도 높은 이야기를 펼쳐보일 수 있을까. 첫 주에 받았던 이 '애매함'에 대한 결론은 다음주가 돼면 결론이 날 것 같다. <조작>을 계속 시청해야 할지, 미련을 버려야 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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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검사(신혜선)
가 죽었다. "선배님, 지금 시간 되세요? 잠깐 뵀으면 해서요." 윤세원 과장(이규형)의 오른쪽 어깨에 새겨진 문신을 보고 김가영(박유나)이 말했던 '07'의 비밀을 알아 챈 영은수 검사는 황시목 검사(조승우)에게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다. 하지만 사라진 김가영에 정신이 팔린 황시목은 영은수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끊어버린다. 그리고 김가영의 집에서 세 번째 희생자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황시목은 황급하게 김가영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현장에 도착한 황시목은 시신을 덮고 있는 흰 천을 들춰 세 번째 희생자의 얼굴을 확인한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싸늘한 시신은 바로 영 검사였다. 예상을 뛰어넘는, 아니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던 전개였다. 시청자들의 섣부른 추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수연 작가는 과감한 진행을 선보였다.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영은수의 죽음'이라는 파격적인 수를 던진 이수연 작가에게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나?'라고 따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무엇이 이윤범을 두렵게 했습니까. 제가 하겠습니다. 저 주시죠."

"평생 소명이라고 생각한 일이기 때문에 가족들 힘들게 했어. 내 식구들한테 해준 게 없어. 소명이고 일이고 다 사라졌어."


이수연 작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영은수의 죽음'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한조그룹 이윤범 회장(이경영)의 '비밀'을 알고 있는 영일재(이호재) 전 장관을 움직이려면 그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가족'을 무너뜨러야 했을 테니까. 자신의 목숨보다 사랑하고 아끼는 딸의 죽음이야말로 '침묵'하고 있는 영일재를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카드였을 게다. 만약 영은수가 부상을 입는 정도에서 그쳤다면, 영일재의 두려움은 더욱 커졌을 테고 침묵은 한층 깊어졌을 것이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나락으로 떨어진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영은수의 죽음은 그래서 더욱 가슴이 아팠다. 자본의 힘을 바탕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거머쥐고, 그 힘으로 국가를 좌지우지하는 재벌 회장과 그와 결탁한 권력 기관들의 추잡한 모습들. 부패와 비리라는 더러운 껍질이 표면에 덕지덕지 들러붙어 역겨운 냄새가 진동하지만, 그 권력의 힘은 날이 갈수록 공고해지기만 한다. '진실'에 한걸음씩 다가서려 했던 사람들은 영 검사처럼 죽임을 당하거나

됐다.  

 

 


"왜 보고만 있었습니까! 왜 싸우지 않으셨습니까? 왜 그 긴 시간을 숨어만 있었습니까? 법을 무기로 싸우라면서요? 정작 본인은 뭐하고 있었습니까? 그게 가족을 위해서였습니까? 본인이 두려우셨던 게 아니라?"


청와대 수석비서관으로 영전한 이창준(유재명)이 영 검사의 장례식장을 찾아오자 영일재는 "네 놈이, 감히 여길! 나가, 이놈아! 네가 내 딸을 죽였어"라며 화를 쏟아낸다. 이때 황시목은 오히려 영일재를 향해 일갈한다. 별다른 감정 표현 없이 덤덤한 모습만을 보여줬던 황시목의 분노라 더욱 강렬하게 뜨겁게 다가왔다. "왜 보고만 있었습니까! 왜 싸우지 않으셨습니까?"라고 따져묻는 황시목의 항변에 영일재는 고개를 숙일 뿐이다. 저 악귀와도 같은 이윤범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고 싶었던 그의 마음을 왜 모르겠는가. 


그러나 진실을 향한 발걸음은 어느 한 사람이 멈출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특정한 누군가의 침묵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영일재에게는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계속해서 침묵으로 일관하며 딸을 만류한다. 그렇게 하면 벗어날 수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영은수는 멈추지 않고 '진실'을 향한 자신만의 싸움을 계속한다. 직접적으로 영은수를 살해한 건 윤 과장과 그를 사주한 이윤범 세력이겠으나, 한편으로는 '침묵'과 '방조'로써 이 거대한 '비밀의 숲'이 유지되는 데 일조한 영일재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닐까. 

 


'영은수의 죽음'은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단순히 예상 범위를 뛰어넘는 전개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죽음이 내포하고 있는 메시지가 워낙 강렬하기 때문이다. 영은수의 죽음은 기실 그의 아버지 영일재의 업보였음을 깨닫는다. 눈앞의 불의와 싸우지 않고 회피하려 했던 영일재의 두려움과 비겁함이 결국 자신의 후대까지 이어진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불의는 더욱 커지고 강력해진다는 점이다. 뒤늦은 싸움은 더 많은 희생을 가져올 뿐이다. 


비록 우리가 모두 황시목이나 영은수처럼 검사가 아닐지라도, 그래서 법을 무기로 저들과 싸울 수는 없을지라도, 우리는 우리의 자리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로 싸워나가면 될 일이다. 우리 앞에 놓인 짐을 다음 세대로 넘기지 말자. 우리는 싸워야 하고, 그 최고의 적기는 바로 '오늘', 지금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영은수를 만들어 내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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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정녕 전쟁이었다. 평화를 갈구하던 자에게도, 욕망을 갈구하는 자에게도, 전쟁은 불가피했다."


반환점을 돈 JTBC <품위있는 그녀>의 제2막이 시작됐다. 만인(萬人)의 워너비(wannabe)로 등극한 그녀, 우아진(김희선)은 철없는 남편 안재석(정상훈)의 무개념 행동에 결국 이혼을 결심하고 새출발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욕망을 향해 거침없이 돌진했던 박복자(김선아)는 대성펄프 집안의 안주인 자리를 공고히 하면서 기업 운영에 참여하기에 이른다. 한편, 첫째 며느리 박주미(서정연)은 박복자를 향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고, '브런치 모임'의 상류층 사모님들은 대차게 한판 붙은 뒤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역시 전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품위있는 그녀>는 기존의 드라마들과 달리 선과 악이라는 일차원적인 구도를 탈피하고 있다. 초반에는 '박복자 대 대성펄프 집안'이라는 대결 구도를 만들면서 박복자를 '밉상'으로 묘사하는 듯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싸움은 박복자 대 박주미의 것으로 축소됐다. 박복자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자 적으로 예상됐던 우아진은 오히려 그 진흙탕에서 한 발 물러서버렸다.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위한 싸움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우아진은 박복자의 '롤모델'로 자리잡았고, 날이 갈수록 우아진의 진면목은 더욱 도드라졌다. 

 

 

"타격을 감수하고 정직하게 사과하는 방법이 가장 좋습니다. … 손해를 감수하시더라도 정면 승부하세요, 아버님. 그래야 살아요. 제품 특성상 이미 소비된 물품에 대해선 어쩔 수 없지만, 최대한 교환 환불처리하고 소비자들의 마음부터 달랠 필요가 있어요. 영수증이 없더라도 제품만 가지고 오면 처리가 가능하도록 조치부터 취하세요."


대성펄프 화장지에서 '형광 표백제'가 다량 검출됐다는 뉴스가 보도되자 안태동(김용건) 회장은 망설임 없이 우아진을 호출한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전전긍긍하는 다른 이들과 달리 우아진은 침착하다. 명쾌한 상황 분석과 대처법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그 답안이 완벽하다. '타격을 감수하고 정직하게 사과하라', '손해를 감수하고 정면 승부하라.' 이를 듣고 있던 안태동 회장과 박복자가 고개를 끄덕였던 것처럼, 시청자들도 우아진이 얼마나 현명한 인물인지 다시 한번 탄복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안태동 회장은 우아진에게 전권을 맡기며 위기를 해결하라고 요청하지만, 이혼을 결심하고 있었던 우아진은 회사 문제에 나서지 않겠다고 못을 박으며 이혼 하겠다고 선언한다. 마음이 다급해진 안 회장은 "안 된다. 내가 사과할 테니까 이혼하지 마"라며 붙잡아보지만, 우아진은 통쾌한 카운터 펀치를 날린다. "아니요, 전 제 가치를 지키고 싶습니다. 저, 그 남자랑 살기 너무 아까워요." 안 회장은 다시 한번 매달린다. "재석이 회사에서 내치고, 재석이 주식 지분, 널 다 줄게" 우아진은 그 '매력적인 제안'마저도 걷어차고 자리를 떠난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비싼 음식을 먹고, 백화점에서 명품 쇼핑을 하는 등 그야말로 '돈'으로 행할 수 있는 최상의 것들로 자신의 삶을 도배하고 있는 강남의 상류층들(만을 겨냥한 건 아니지만). '돈'이 지상 최고의 가치로 자리매김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들의 삶은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과연 거기에 '품위'라는 게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대답은 'NO'에 가까울 것이다. <품위있는 그녀>는 '돈'이 곧 '품격'이라 여기는 저들의 '천민자본주의'를 까발리며, 그들의 민낯을 화끈하게 드러낸다. 


한편, 우아진은 독특하면서도 상징적인 캐릭터다. 속물적인 상류층들과 어울리면서도 '천박함'에 물들지 않았다. 사람들을 대하는 데 있어서도 예의를 갖추고 정중히 행동한다. 결코 함부로 하는 법이 없다. 매사에 똑부러지고, 흐트러짐이 없다. 그 판단력과 영민함은 감탄스러울 정도다. 우아진이 보여주는 모습들은 정말이지 그의 이름처럼 '우아하다'고 표현해야 마땅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게 된다. 심지어 천하의 박복자마저도 우아진만큼은 인정하고 조심스러워한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슬라보예 지젝의 주장처럼, 이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뒤집어 버리지 않는 이상 지금의 세상에서 삶을 모색해야 한다. 아마도 우리는 '사람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정도의 대안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에 희망은 있는가?'라는 과격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코웃음'칠 일이지만, 어찌됐든 그 '따뜻한 자본주의'라는 것이 지금의 인류가 향하고 있는 목적지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불성실한 타협점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건 참으로 소박하다.

 

 

사회의 부를 틀어쥔 상류층이 최소한의 도덕 의식을 갖고, 상식적인 행동을 바라는 것이다. 우리들이 점차 심화되는 부의 불평등을 감수하(면서 약간의 불평을 늘어놓는)는 대신 너희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행하라고 요구하는 것 말이다. 정말이지 소박하지 않은가. 그래서 영리한 기업과 부유층들은 기부와 선행으로 '선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대중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그건 저들에게 그리 어려운 요구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인심 쓰면서 칭찬받는 일 아닌가.


<품위있는 그녀>의 우아진을 보면서 감탄하다가도 한편으로 씁쓸한 이유는 그 때문일 게다. '우아진'은 소위 상류층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상냥한 부유층이라면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라고 말하는 듯 하다. 또, 누구라도 '나도 우아진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매력적인 '이상향', 워너비로 반짝반짝 빛난다. 박복자조차도 우아진에게 빠져들고, 그처럼 되기 위해 벤치마킹을 하지 않았던가. 이처럼 '우아진'은 우리 사회가 제시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타협점일 것이다. 


"엄마가 그랬어. 상대방이 부족하다고 내가 그 사람을 함부로 대하면 내가 더 부족한 사람이 되는 거라고." 우아진의 딸 지후는 이렇게 말한다. 우아진이 다른 상류층들과 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한편으로는 '상대방이 부족하다'는 기준과 판단의 근거가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품위있는 그녀>의 스토리가 '실화'라는 설이 제기되는 것처럼, 워낙 말도 안 되는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기에 우아진이 빛나는 건 당연하지만, 그만큼의 그림자가 나타나지 않고 감춰지는 건 분명 씁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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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흔히 '꿈(dream)'이라는 단어는 청소년이나 청년과 쉽게 달라 붙는다. 중년으로 넘어가면 벌써 낯설고 어색하다. 그런데 '꿈'이 '세대(혹은 나이)'의 제한을 받을 이유는 전혀 없다. 누구라도, 언제라도, 무엇이라도 허용되는 것이 바로 '꿈'이라는 녀석의 본질 아니겠는가. 그래서 노년에 접어든 나이에도 젊은 시절부터 가슴에 품었던 꿈을 간직하거나 새로운 꿈을 키워나가는 이의 모습은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그 꿈을 실제로 이뤄냈다면 그 감동이 얼마나 크겠는가. 

 

 

"제가 원래 기자를 꿈꿨다. TV조선 입사 조건으로 '다른 자리는 싫으니 평기자로 입사하겠다'고 했다. 평생 꿈꿔 온 직업이 몇 개 있는데, 그중에 시인과 변호사는 해봤으니 기자를 이제 하게 됐다. 죽기 전에 영화감독도 꼭 해보고 싶다. (웃음) 결국 기자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TV조선에 입사해 앵커를 맡게 된 셈이다." (CBS 노컷뉴스)


전원책 변호사는 앵커가 됐다. 오랜 꿈을 이뤘다. 만 62세에 거둔 성취다. 열심히 산 덕분이다. tvN <썰전>을 통해 과격한 입담을 과시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고, TV조선 <전원책의 이것이 정치다>에서 진행자 역할을 하며 가능성을 타진했다. 결국 문이 열렸다. TV조선은 지난 7월 1일 하계 개편을 단행하면서 메인뉴스의 방송 시간을 19시 30분에서 21시로 조정했다. 그리고 주중 앵커로 전원책 변호사를 내세웠고, 전 변호사는 TV조선에 기자직으로 입사했다.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기자 경력이 전혀 없는 비전문가를 앵커로 발탁하다니!


시청률 면에서'만' 본다면 출발은 괜찮았다. 전원책 앵커가 처음 진행을 맡은 <TV조선 종합뉴스 9> 7월 3일(월) 방송의 시청률은 1.327%(닐슨코리아)로 1.310%였던 7월 2일(일) 방송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주중 방송인) 6월 30일(금)의 0.900%보다는 확연히 높은 수치였다. (그래봤자 도토리 키재기지만, 도토리에겐 '자존심'이 걸린 일이기에 굳이 지적하지 않도록 하자.) 지난 19일에는 1.659%까지 상승했으니 적어도 시청률 면에서는 전원책 영입이 뚜렷한 성과를 거둔 셈이다. 샴페인을 터뜨려야 할까? 

 


- 7월 19일 기준

▶ JTBC <뉴스룸> : 5.629%

▶ MBN <뉴스8> : 2.368%

▶ TV조선 <종합뉴스 9> : 1.659%

▶ 채널A <종합뉴스> : 1.101%


'보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전원책 앵커의 높은 인지도가 화제성을 견인하고, 그 결과가 시청률의 상승으로 나타난 건 분명하다.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룸>의 아성을 넘보기는 역부족이지만, 적어도 채널A <종합뉴스>를 넘어서고, MBN <뉴스8>을 추격하고 있는 모양새는 분명 고무적이다. 전 앵커를 영입하는 파격을 선보였던 TV조선의 입장에서도 당연히 반가운 일이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노(老) 앵커로서는 어깨에 힘이 들어갈 법하다. 그러나 노년에 이룬 꿈을 축하하기엔 섣부른 감이 있다. 


'앵커'로서 처음 시청자를 만난 전원책 앵커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팩트를 전달하겠지만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를 지키는데 결코 소홀하지 않겠다. 어둔 길을 밝히는 등불 같은 역할을 하겠다."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마치 손석희 앵커가 MBC에서 JTBC로 자리를 옮긴 후 시청자들을 향해 "약 70년 전 <르 몽드> 지의 창간자인 뵈브 메리는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을' 다루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저희들의 몸과 마음도 그만큼 가벼워지리라고 믿습니다. 그렇게 노력하겠습니다."고 약속했던 것처럼 말이다. 


각계각층에서 쏟아졌던 우려와 달리 손석희 앵커는 '오직 진실을 다루겠다'는 신념을 지켜냈다. 쉼없이 몰아치는 격랑 속에서도,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심해의 공포 속에서도 굳건히 '닻[anchor]'을 내려 버팀목이 됐다. 하지만 전원책 앵커의 경우는 어땠을까. 고작 2주가 조금 지났을 뿐인데, 벌써부터 <종합뉴스9>는 휘청이고 있다. 그 흔들림의 정도가 생각보다 심해서 이대로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역시 문제의 원인은 전원책 앵커다. 그의 '편파적인 앵커 코멘트'가 논란의 출발점이다.

 

 

"어제 정유라가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꿔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출석했느냐는 겁니다. 특검은 본인 뜻에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새벽 5시에 비밀 작전하듯 승합차에 태워 데려온 것부터 석연치 않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사회부 기자들에게 검찰과 정씨 간에 뭔가 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 취재 좀 잘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아직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7월 13일, 전원책 앵커의 오프닝 코멘트)


"정권이 바뀌었다고 전직 대통령의 우표 발행을 취소하는 것은 너무 옹졸한 처사입니다. 저세상에서 요즘 몹시 마음이 괴로울 박정희 전 대통령님, 송구스럽다는 말씀 올립니다. (7월 13일, 전원책 앵커의 클로징 코멘트)


바로 전 앵커의 '편파적인 앵커 코멘트' 때문인데, TV조선 기자들이 여기에 반발하고 나서면서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5일, TV조선 기자 80명은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전 앵커의 코멘트가 TV조선 보도본부 전체를 모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앵커가 결론을 정해놓고 취재 지시를 하고 있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 우표와 관련한 발언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 또, 전 앵커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내부 구성원과 아무런 논의도 없었던 사실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일방적이었다는 것이다.


한편, 더욱 흥미로운 사실이 한 가지 더 있다. TV조선의 주용중 보도본부장은 "오프닝과 클로징 모두 전원책 변호사가 아닌 내가 쓴 것"이라 해명을 했다고 한다. 주 본부장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전원책 앵커는 '앵커'로서의 역할을 하기보다는 그저 적어주는 대로 읽기만 하는 '앵무새'에 불과하다는 뜻이 된다. '그 의견이 내 의견과 같았을 따름이오.'라고 변명을 하더라도 적잖이 실망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뉴스를 편집 ·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앵커로서의 신뢰가 깡끄리 무너져 버린 상황이나 다름없다. 

 

 

공정성과 신뢰성이 무너져버린 뉴스를 생산하고, 편향되고 왜곡된 언어들이 난무하는 종합편성채널. 지난 19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종편 의무재전송 4개는 너무 많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TV조선의 기자들은 "우리는 지난해 어렵게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이와 더불어 개편을 하면서 달라지리라 희망했다. 편향되며 공정하지 않은 이 정체성을 지키고자 언론인으로서 지켜야할 자존심은 물론 재승인 탈락이라는 '생존권'까지 위협받아야 하는지 답해달라"고 울상을 지으며 분개하고 있다. 


전원책 앵커로부터 불거진 논란은 TV조선의 처참한 민낯을 한층 더 도드라지게 만들고 있다. 감동스러워야 할 '노년의 꿈'이 예기치 않은 후폭풍을 낳고 있는 셈이다. 부정확한 발음과 부족한 전달력보다 더욱 아쉬운 건 '앵커'로서의 자질과 역할에 대한 몰이해다. "외람되게도 수많은 선배 언론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하게 됐다."던 전 앵커에게 묻고 싶다. 앵무새가 되기 위해 평생의 꿈인 기자가 되고 앵커 자리에 앉은 것인가? 아니다 싶으면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와야 하는 것 아닐까? 적어도 그 정도의 자존심은 있는 사람이 아니었던가? 


과거 자유선진당에 합류한 후 대변인 역할을 맡았지만, 당의 방침과 자신의 신념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퇴하고 탈당을 했을 만큼 당당했던 전원책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러기엔 노년에 이룬 꿈이 너무도 달콤한 걸까? 전원책의 꿈과 도전, 그 자체에 대한 응원과는 별개로 아무런 준비되지 않은 도전이 가져온 씁쓸함은 뒷맛이 참으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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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