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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똑같아." 베트남쌀국숫집 사장님의 소박한 꿈이 이뤄지려면..

너의길을가라 2021. 3. 1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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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가게 나오면 밤늦게 들어가는 게 가장 힘들어요. 회사를 나온 이유도 아이들하고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어서 그랬던 거거든요." 

어떤 꿈은 소박해 보이지만, 이루기가 참 힘들다. 가령,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지금보다 좀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자영업자의 바람이 그렇다. 누군가는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 단출한 꿈은 현실의 벽에 부딪쳐 맥없이 고꾸라지고는 한다. 결국 벌이는 실존의 문제이고, 우리는 누구나 그 앞에서 쉽사리 꿈을 말하기 어렵다. 

요식업(뿐만 아니라 모든 업종)은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상황으로 인해 대위기를 맞았다. 손님이 확 줄었고, 당연히 매출이 급감했다. 베트남쌀국숫집 사장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굳이 따지자면 그는 상당한 모범생이었다. 창업 준비를 허투루하지 않았다. 가게를 계약한 후 5개월 동안 훈련에 돌입했고, 유명한 쌀국수 맛집들을 찾아다녔다. '맛'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아무런 준비없이 요식업에 뛰어들었던 연어새우덮밥집(지금의 마장덮밥집) 사장님과는 사뭇 달랐다. 심지어 베트남 현지답사까지 다녀올 정도로 열정적이었고, 자신의 메뉴에 대한 연구열이 높았다. 창업 입문자들의 정석이라고 할까. 게다가 성실함까지 탑재해서 하루 14시간 동안 가게를 지킬 정도였다. 아마도 그건 가족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으리라. 


베트남쌀국숫집 사장님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과의 첫 만남에서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이 부족해 항상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었다. 아무래도 하루에 절반 이상을 식당에 붙박이로 있다보니 가족들과 함께 할 시간은 적을 수밖에 없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했던 까닭은 아이들과 보낼 시간을 확보히기 위해서 였는데, 자영업의 현실은 더욱 깝깝하기만 했다. 

백종원은 사장님이 늦게 퇴근하는 원인을 '육수' 때문이라고 봤다. 사장님은 육수를 12시간이나 끓이고 있었다. 물론 거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원가 절감을 위해 고기를 육수를 내기보다 오래 끓여서 맛을 내는 뼈 육수를 택했던 것이다. 백종원은 가격을 좀더 올려서라도 경쟁력 있는 퀄리티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고기 육수로 바꾸자는 애기였다.

몇 주에 걸쳐 솔루션이 착착 진행됐다. 고기로 육수를 내자 조리 시간도 훨씬 줄어들었다. 원래 잠재력이 있었던 만큼 사장님은 수월하게 국수 맛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 지난 4일, 게스트로 출연한 쌀국수 마니아 이선빈은 "국물이 맑은데도 진"하다고 감탄했고, 소비자 입장에서 8천 원이라는 가격도 만족스럽다며 친구들을 데리고 오겠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장님, 요새 몇 시에 퇴근하세요?"
"하하.. 퇴근이 기존하고 똑같습니다."

그렇다면 사장님은 좀더 일찍 퇴근할 수 있게 됐을까. 그토록 원하던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을 조금이라나 확보했을까. 사장님의 대답은 'NO'였다. 퇴근 시간이 동일하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분명 조리 시간을 대폭 줄이도록 솔루션이 진행됐는데, 어째서 퇴근 시간이 제자리걸음일까. 심지어 출근 시간이 앞당겨져 오히려 일하는 시간이 늘었다고 했다. 

백종원은 평균 품절 시간을 물었다. 사장님은 18시 30분이라고 대답했다. 그건 좀 이상했다. 왜 그렇게 늦게까지 국수가 남았던 걸까. 사장님은 하루 100그릇 판매를 목표로 세웠는데, 육수가 남아서 고기를 더 넣어 파는 바람에 100인분 이상을 판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육수 맛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냥 버리기 아까워 육수를 활용했던 것이라는 얘기였다. 

백종원은 사장님의 방식대로 장사를 하게 되면 판매량은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단기간에 판매량을 늘리는 것보다 하루 100인분 최적화를 목표로 쌀국수의 퀄리티를 신경쓰는 게 더욱 중요했다. 또, 육수의 양을 줄이면 국물이 더 진해질 거라며 맛의 측면에서도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사장님이 지치는 게 문제였다. 


"사장님이 장사 패턴을 못 바꾸면 끝까지 변화 안 돼요. 나중에 사장님이 지쳐요."

판매량을 계속해서 늘려 나간다면 근무 시간은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사장님이 얘기했던 가족과의 시간이라는 꿈은 절대 이룰 수 없다. 백종원은 앞으로 100인분 판매에 적응을 해서 마감 시간이 단축된다면 그때 가서 손님들을 위해 장사 시간을 연장하는 건 괜찮지만, 당장 판매량을 늘려 쉴 새 없이 일만 하면 자칫 건강에 무리가 올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백종원은 오래 사랑받는 맛집이 되기 위해 15시 30분이나 16시를 품절 마지노선으로 잡으라고 말했다. 그건 적절한 영업 시간을 통해 사장님의 삶이 안정되어야 장사도 잘할 수 있다는 말처럼 들렸다. 무조건 오래 일한다고 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 건 아닐 것이다. 정직하고 성실한 사장님이 장사와 가족과의 시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지혜를 발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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