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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욱은 왜 가평 개 물림 사고 피해자를 만났을까?

너의길을가라 2021. 3.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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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그 자리의 피해자가 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알려주고 싶었어요. 위험한 일이라고. 아주 위험한 일이라고."

KBS2 <개는 훌륭하다>의 강형욱 훈련사는 지난 2월 28일 가평에서 발생한 개 물림 사고의 피해자를 만나기로 결심했다. 무엇 때문일까. 강형욱은 누구든 그 자리의 피해자가 될 수 있었다며 사람들에게 위험성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개 물림 사고의 경각심을 일꺠우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개 물림 사고는 하루 평균 6건이나 발생할 정도로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

피해자는 선뜻 인터뷰에 응한 까닭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020년 불광동에서 로트와일러가 반려견을 죽인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로부터 3년 전에 발생했던 개 물림 사고의 피해자가 "내가 조용히 넘어가서 또 사고가 생겼다."고 얘기한 걸 듣고 자신은 조용히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에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타날까봐 우려스러웠기 때문이다.

"저 같은 공포를 안 느꼈으면 좋겠어요. 살면서 제가 느꼈던 공포 중에 제일 큰 공포였던 것 같아요. 진짜 죽을 수도 있겠다는 그런 생각.."

강형욱은 조심스럽게 사고 당시의 상황을 물어봤다. 피해자는 아내와 평상시처럼 다트(피해 반려견)와 산책을 나갔다고 했다. 처음에는 아내가 리드줄을 잡고 있었으나 에너지가 많은 다트를 뛰게 하려고 자신이 리드줄을 바꿔 잡았고, 조금 뛰다가 멈췄을 때 어디선가 나타난 로트와일러가 다트를 발견하고 달려들었다. 피해자는 그 순간 몸이 얼어붙었다고 증언했다. 공포를 느낀 것이다.


가까스로 서너 발 가량 뒤로 물러선 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트를 끌어안고 뛰려다가 넘어지고 말았고, 그 순간 로트와일러가 점프해서 보호자를 덮쳤다. 말 그대로 순식간에 벌어진 끔찍한 사고였다.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로트와일러의 습성을 떠올린 피해자는 자신의 반려견인 다트를 구하기 위해 로트와일러의 입 속에 자신의 손을 최대한 깊숙이 집어넣었다고 했다.

뒤늦게 달려온 로트와일러 견주가 개를 잡았지만, 목줄이 없어 제대로 제어가 되지 않았다. 로트와일러는 견주의 손에서 빠져나와 다시 공격하기를 두 세번 반복했다. 다트를 공격하려던 로트와일러의 몸통을 잡았을 때, 피해자는 얼굴과 머리를 물리고 말았다. 하마터면 더 위험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상처는 뚜렷했고, 목소리는 여전히 떨렸다. 공포가 여전히 선명히 남아 있었다.

당시 상황을 듣기 위해 제작진은 동물병원을 찾았다. 다트의 치료를 담당했던 수의사는 피해자가 초기 대응을 잘했다고 답변했다. 반려견이 맹견의 공격을 받게 되면 대부분 사망에 이르는데, 다트의 경우에는 그래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였다. 또, 피해자가 자신도 출혈이 있는 상황에서도 반려견의 치료를 돕는데만 열중했다며 그 모습이 감동스러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전 진짜 그것밖에 없었어요. 다트를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

당시 로트와일러 견주는 피해자에게 줄이 풀렸다고 변명했지만, 줄이 풀린 것과 풀어 놓은 것은 보기에 확연히 구분되기 마련이다. 피해자는 뒤늦게 나타난 로트와일러 견주가 입마개와 목줄을 너무도 가지런히 손에 잡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사건 발생 5일 후 로트와일러 견주는 관할 경찰서에 자수했다. 피해자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게시한 다음날이었다.

제작진과 전화 연결이 된 로트와일러 견주는 늦은 시각이라 목줄과 입마개를 풀어줬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잘못된 것이라 인식하고 있다며 반성했다. 다만, 피해 사실을 몰랐다며 도망간 것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앞으로 로트와일러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계속 키울 예정이라고 대답했다. 잘못을 한 건 보호자인 자신이지 개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법적으로는 어떨까. 사람이나 다른 동물에게 위해를 끼칠 우려가 매우 높은 것으로 수의시가 진단한 경우에는 인도적인 조치, 즉 안락사를 시행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개 물림 사고가 발생하면 안락사를 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강제 사항은 아니다. 결국 보호자가 계속해서 키우겠다고 하면 말릴 방법이 없다. 위험 부담을 계속 안고 가야 하는 것이다.


"분명히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있어야 되고요. 제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면 얼마든지 할 거예요. 우리는 로트와일러 같은 친구들을 감당할 체계가 하나도 없어요."

강형욱은 안락사를 강한 어조로 언급했다. 독일의 경우, 안락사가 없지만 대신 아무에거나 맡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위험한 개들만 따로 모아두고 교화하고 훈련하는 곳이 따로 있어 사람들이 위험에 노출될 일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에는 개를 안락사시키지 말라고 하기 때문에 결국 사람이나 다른 동물을 문 개가 부주의한 보호자에게 되돌아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혹자는 안락사를 주장하는 강형욱을 비난하기도 한다. 허나 개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강형욱이 안락사를 언급하는 심정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그는 오히려 안락사를 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잇었다. 하지만 로트와일러 같은 맹견들을 감당할 체계가 마련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능력을 갖추고 환경을 다져야 가능한 일이다.

몸무게가 40kg에 달하는 로트와일러는 '드웨인 존슨' 정도의 다부진 체격을 가진 성인도 제어할 수 없다. 덩치가 큰 반려견이 공격하러 달려올 때 대처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맹견 보호자들이 경각심을 갖고 철저히 안전수칙을 지키는 방법밖에 없다. 목줄과 입마개 등 안전장치를 철저히 하고, 내 개가 언제든 사람과 동물을 향해 달려들 수 있다는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

또, 맹견 소유자 정기 교육을 이수하고, 동물보호법에 명시된 대로 맹견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반려견 천만 시대 공존의 해법은 결국 반려견 교육과 보호자의 책임의식이다. 또 다시 끔찍한 개 물림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강형욱이 제시한 안락사 문제에 대해서도 공동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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