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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규를 물어버린 고민견, '개훌륭' 강형욱은 단호함을 강조했다

너의길을가라 2021. 3. 9.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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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개물림 사고 이슈가 있었다. 지난 4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은 맹견 로트와일러에게 공격받은 피해자의 글이 게시됐다. (사건 발생은 2월 28일) 얼굴을 10바늘이나 꿰매야 할 정도로 큰 사고였다. 강형욱 훈련사는 가해자가 죄에 맞는 벌을 받아야 한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가해자인 로트와일러 견주는 관련 보도를 접하고 경찰에 자수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가해자는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이라 입마개와 목줄을 풀어줬다가 사고가 난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계심이 부족했던 탓이다. 동물보호법은 맹견의 경우 외출할 때 의무적으로 입마개와 목줄을 착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사고를 미연에 막기 위해서다. 문제는 잘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다. 보호자들의 경각심이 요구된다.


"고쳐야지. 언제까지 그러고 살 거야."

이번 주 KBS2 <개는 훌륭하다>의 고민견은 줄여서 줄여서 셸티(Sheltie)라고 부르는 셰틀랜드 시프도그(Shetland sheepdog) 심바(수컷, 1살)였다. 스코틀랜드 셰랜랜드 섬에서 어린 양떼를 지키는 목양견으로 활약했던 셸티는 콜리와 소형 스패얼, 프메라니안 등과 교배돼 현재의 화려하고 늘름한 자태를 갖추게 됐다. 성격이 좋고 총명하지만, 경계심이 많은 편이기도 하다.

심바의 보호자는 체코 프라하에서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와 함께 심바를 키우다가 휴가차 한국에 오게 됐다. 영상 통화로 심바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보호자들의 표정은 굉장히 어두웠다. 영상에서는 멋지기만 한 심바였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보호자는 외부인이 방문하면 문제가 발생한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심바는 낯선 사람을 보면 격렬히 짖어댔다.

심바는 유독 남자에게 예민하게 반응하는데, 평범한 움직임에도 과민했다. 가장 걱정되는 건 입질이었다. 군대에서 휴가 나온 보호자의 남동생도 심바에게 물리고 말았다. 제작진도 예외가 아니었다.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았다면 아찔한 일이 벌어질 뻔했다. 갑자기 나타나는 심바의 공격성 때문에 보호자들은 늘 불안했다. 강형욱 훈련사의 표정은 급격히 심각해졌다.


그렇다면 심바는 언제부터 공격성을 띠게 된 걸까. 보호자는 프라하에서 산책을 하던 중 어디선가 들려온 소리에 깜짝 놀란 심바가 정신없이 뛰어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꼬리 척추가 골절돼 단미 수술을 받아야 했을 정도로 큰 사고였다. 그 이후 심바가 낯선 사람만 보면 공격성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몇 차례 훈련도 받았지만 효과가 미미했다.


보호자는 심바를 떠올리며 눈물부터 왈칵 쏟았다. 그저 미안하다는 얘기였다. 당시에 산책을 잘 시켰다면, 사고 이후 교육을 착실히 시켰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거라고 자책했다. 또, 자신이 심바를 입양하지 않았다면 더 좋은 보호자를 만날 수 있었을 거라고 울먹였다. 짙은 후회와 안타까움이 엿보였다. 보호자가 심바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강형욱은 심바의 경우와 비슷한 사례가 더러 있다며 입을 열었다. 사회성이 형성되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원치 않는 사고로 집에서 요양을 하다보면 사회화를 배우지 못하고 시기를 놓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안 그래도 경계심이 많은 셸티인데, 사회성마저 부족하니 문제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심바의 상태를 좀더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주 보호자가 방 안으로 들어가고 여동생이 목줄을 잡자 심바의 공격성은 눈에 띠게 감소했다. 빙글빙글 돌며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던 이전과 확연히 달랐다. 가족들이 모두 분리되자 훨씬 더 누그러졌다. 짖긴 해도 달려들진 않았다. 강형욱은 이경규에게 물리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보라고 했다. 그는 무는 시늉만 할 뿐 물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과연 그럴까?


정말이었다! 심바는 매우 온순해져 있었고, 이경규가 목줄을 잡아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보호자가 없자 애정결핍을 느꼈고, 그때 호의적인 사람에게 적개심을 낮출 것이라는 강형욱의 판단은 적중했다. 문제는 '습관'이었다. 보호자들이 다시 나오자 심바는 돌변했다. 보호자들과 동맹 관계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심바는 이경규의 다리를 꽉 물고 말았다.


"심바가 저를 보고 짖는 결정적인 이유는 보호자님하고 있으니까.."

이번에는 강형욱의 차례였다. 그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보호자로부터 목줄을 건네 받았다. 심바를 보호자와 분리한 후 차분히 진정시켰다. 심바는 어느새 얌전하고 차분해졌다. 훈련의 방향은 명확했다. 심바에게 '너의 짖음에 공감하지 않아.'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했다. 그동안은 말로 지적했다면 이젠 몸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보호자의 언어 대신 심바의 언어로 표현해야 했다.

방 안에 있던 엄마 보호자가 나타나자 심바는 다시 흥분하기 시작했다. 강형욱은 목줄을 놓아보라고 지시했다. 주저하던 보호자가 목줄을 놓자 심바는 강형욱을 항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강형욱은 침착하게 방어하며 심바를 당황시켰다. 심바는 보호자들의 지지와 동참을 얻기 위해 애썼지만, 원하는 반응이 없자 더욱 당황했다. 그러자 심바는 소파 밑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그 모습이 안쓰러웠던 엄마 보호자가 다가가려 하자 강형욱은 곧바로 제지했다. 올바른 보호자라면 때로는 반려견이 위축된 모습도 지켜볼 수 있어야 했다. 다음은 방석 훈련을 통해 심바의 경계심을 낮춰보기로 했다. 심바가 방석 위에 올라가 엎드릴 때마다 간식을 줘, 그 공간을 좋아하게끔 만들었다. 자신만의 공간 속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었다.

심바는 하루 만에 크게 나아졌다. 장족의 발전이었다. 강형욱은 보호자 가족들에게 당분간 애정을 끊으라고 당부했다. 또, 외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아빠가 귀국하면 둘만의 시간을 마련해줌으로써 관계를 쌓아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했다. 훈련은 주 보호자가 전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엄마 보호자와 동생 보호자는 심바가 적응할 때까지 한걸음 빠져 있으라는 뜻이었다.

"저는 개를 좋아합니다. 이 일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들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행복을 망친다면 더 이상 좋아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개이든 사람이든 말입니다."

한쪽에선 끔찍한 개물림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반려견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보호자도 존재한다. 나의 반려견이 행여나 다른 사람과 반려견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조심하는 이들 말이다. 강형욱은 자신은 개를 너무나 좋아하지만, 그 행복을 망치는 대상까지 좋아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우리 모두 곱씹어 봐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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