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국회 비판에 여념 없는 언론, 왜 숨겨진 이면에는 침묵하는가?

너의길을가라 2014. 9. 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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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서 언론은 국회에 대한 비판에 매우 적극적이다. 국회를 바라보는 필자의 시선 또한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 언론이 보여주는 공격적인 태도는 다소 과잉됐다는 인상을 준다. 게다가 그 '의도'가 '세월호 국면'을 겨냥하고 있기에 더욱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어찌됐든 언론은 각종 지표를 동원해 논리를 갖춰가고 있고, 이는 상당히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강조되고 있는 것이 '법안처리율'이다.



19대 국회, 법안처리율 27.1%..중간성적표 역대 최악 <뉴시스>


<뉴시스>의 보도에 따르면, 19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27.1%라고 한다. 발의된 법안 1만 1,647건 중 처리된 것이 3,157건이다. 이는 같은 기간의 16대 국회(34.7%), 17대 국회(34.7%)와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숫자이고, 한 · 미 자유무역협정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등으로 여야 간의 극렬한 대립이 있었던 18대 국회(37.5%)에 비해서도 매우 낮은 수치다.


물론 법안처리율이 낮은 것은 국회가 '놀고 있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여지도 충분히 있다. 도대체 (발의된) 1만 1,647건이나 되는 법안이 필요한 것일까? 그 법안들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그 법안이 통과됐을 때 나타날 현상들에 대한 엄밀한 분석이 이뤄진 것일까? 무분별한 법안 통과는 오히려 사회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철도 비리와 입법 로비 혐의로 구속된 새누리당의 조현룡, 박상은 의원과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입법로비로 구속된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재윤 의원의 사례는 국회에서의 법안 발의와 통과가 얼마나 허투루 이뤄지는지 온 국민이 다 알게 되지 않았던가? 그뿐만이 아니다. 불체포특권의 가호를 받은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철도 비리)과 새정치민주연합신계륜(입법 로비) 의원도 마찬가지다.


'불체포특권'을 통해 자신들의 특권을 지키고자 하는 태도 등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 법안 처리율'이 국회 비판의 근거로서는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생긴다. 무조건 법안을 많이 통과시키는 것이 '대한민국'과 '국민'들에게 이로운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옥석을 가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비리와 로비로부터 자유로운 법안의 통과율이야말로 국회에 대한 온당한 평가일 것이다. 따라서 다소 '선동적인' 언론의 국회 비판은 조금 가려서 수용할 필요가 있다.



국회 비판에 그 어떤 언론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건 <문화일보>다. 의도는 뻔하다.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혐오감을 확산시키는 것 동시에 '세월호 특별법'이 국회 정상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야당과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압박을 통해 세월호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처럼 보수적 색채의 언론들은 130일이 되도록 법안 통과 기록이 '0'으로 남아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 이면의 진실을 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법안 통과가 '0'이라는 숫자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법안 통과가 '0'일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무엇이 국회를 마비 상태에 이르게 했는가? 그것은 바로 수사권 · 기수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킬 수 없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는 정부와 새누리당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실종자인 황지현 양의 어머니 심명섭 씨는 매일 아침마다 버스를 타고 팽목항으로 향한다. 아직까지 뭍으로 돌아오지 못한 딸의 아침밥을 챙겨주기 위해서다. 추석인 8일에도 심 씨는 어김없이 팽목항으로 향했고, 딸에게 아침 밥상을 차려주었다. 세월호 참사는 끝난 것이 아니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한편, 서울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단식 농성장에는 '세월호 가족과 함꼐 하는 국민 한가위상' 행사가 치러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면서 "유가족의 슬픔이 멈추는 날까지 그분들과 함께 하겠다. 대통령께서도 유가족을 마음으로, 가슴으로 끌어안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숫자에 근거한 언론의 비판들은 오히려 본질을 감추는 측면이 있다. 법안 처리가 '0'이라면 왜 그러한지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물론 법안 처리가 100%라고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무엇이 국회의 기능을 정지하도록 만들었는가?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결국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한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키는 것이 해법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시급하고도 중요한 사안이 아니던가? 만약 이 문제가 또 다시 흐지부지 넘어가게 된다면, 똑같은 일들이 타이틀만 바꿔가면서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진실'을 가로막는 것은 누구인가? 국회를 정상화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진실'을 밝히는 일에 다 함께 동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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