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14살 딸과 9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싱글맘이 출연했다. 6년 전, 불의의 사고로 아빠가 세상을 떠나면서 엄마 혼자 두 자녀를 보살피고 있었다. 9살 아들은 집이 세상에서 가장 좋다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고, 14살 딸(금쪽이)은 집에 들어가면 숨이 막힌다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상반된 말을 하는 두 자녀,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금쪽이는 엄마와 거의 대화를 하지 않는 상태였다. 초5 때부터 대화를 차단해 관계의 벽이 쌓여 왔다. 단순히 사춘기 때문일까,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학교에서 귀가한 금쪽이는 집에 오자마자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휴대전화만 쳐다봤다. 엄마와 동생은 단란하게 식사 준비 중이었다. 엄마의 호출에 부엌으로 온 금쪽이는 눈치를 보며 머뭇거렸다. 본인 집이지만 불편해 보였다.
금쪽이는 밥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가 혼자 밥을 먹었다. 거실에는 엄마와 아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외롭게 홀로 밥을 먹는 금쪽이가 애처로웠다. 금쪽이는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지 않은 지 벌써 5년째가 됐다. 무슨 까닭일까. 한편, 이상한 점이 눈에 띠었다. 금쪽이는 손을 소매 속에 넣고 물건을 만졌다. 엄마는 그런 금쪽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은영 박사의 표정이 굉장히 심각해졌다. 엄마는 금쪽이가 어릴 때 동생과 각자 휴대전화로 영상을 시청하며 밥을 먹었고, 서로 소리가 겹치니 자리를 피한 이후로 혼자 식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쪽이는 쉬는 날 눈 떠서 눈 감을 때까지 휴대전화만 했다. 유독 채팅에 몰두했다. 한번은 오픈 채팅에서 만난 남자가 가출을 지시해 아찔한 상황에 빠진 적도 있었다.
물론 가스라이팅, 온라인 그루밍 등 위험성이 있는 오픈 채팅은 주의를 기울어야 하는 일이지만, 오은영은 금쪽이의 휴대전화 과다 사용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6년째 다니고 있는 미술 학원에 간 금쪽이는 학원 선생님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눴다. 안부를 물으며 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기도 했고, 풍부한 감정 표현을 하기도 했다. 집에서의 모습과 정반대였다.
앞서 보였던 결벽증도 달리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금쪽이는 '집에서' 손을 소매 속에 숨기고 물건을 만졌다. 화장실 문을 열고 닫는 것도 굉장히 조심했다. 심지어 수도꼭지도 팔꿈치로 터치했다. 하루에도 여러 번 손이 불어 터지도록 씻었다. 손 사용에 민감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은영은 오염 강박에 있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집에서만 그런 증상을 보인다는 점에 주목했다.
금쪽이는 학원에서는 손으로 물건을 만지는 데 전혀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그런데 유독 집에서만 예민하게 굴었다. 일반적인 오염 강박과 다른 양상이었다. 집에서만 보이는 강박 증상은 이유가 크게 2가지인데, 첫 번째 깔끔한 엄마의 영향으로 생긴 습관적 행동이다. 다시 말해 학습된 강박이다. 두 번째는 다루기 어려운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려는 강박적 행동일 수 있다.
엄마는 금쪽이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였다. 하루에 한 끼는 같이 식사를 할 것을 제안했다. 금쪽이는 "굳이?"라고 대답했지만, 그렇다고 거부하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세 식구가 다 함께 저녁 식사을 하게 됐는데,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들 간에 긴장감이 느껴졌다. 동생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무뚝뚝한 두 사람은 정적 속에서 식사를 했다. 어색함을 못 이긴 엄마는 TV를 켰다.
그밖에도 관계 개선을 위해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몇 마디를 나누자마자 엄마는 공격적인 말투로 금쪽이를 힐난했다. 금쪽이의 온라인 친구들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다. 대화가 잘 되지 않자 "그럼 여기 왜 사는데?"라며 몰아세웠다. 또, 금쪽이에게 서슴없이 욕설을 내뱉었다. "네가 엄마 하든가." 딸에게 그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엄마와 엄마만 힘드냐는 딸, 결국 금쪽이는 자리를 피했다.
"엄마는 금쪽이가 미우세요?" (오은영)
"아니요, 밉지는 않은데.." (엄마)
"근데, 아이를 미워하는 것 같아요." (오은영)
오은영은 "엄마가 왜 저렇게 딸을 미워하지?"라는 느낌이 들었다며, 금쪽이도 그렇게 느꼈을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오은영은 엄마의 절대적인 사랑은 아이 입장에서 당연히 와야 하는 것이라며, 엄마라는 이유로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고 나무랐다. 아이가 엄마의 사랑을 못 느낀다면 자신에게 이유를 찾게 되고, 그리 되면 아이가 너무 힘들게 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오은영은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고 가장이 된 엄마의 어려움을 이해하지만, 아이의 힘듦을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오은영은 조심스럽게 엄마가 '일진 언니'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공격하고, 비난하고, 욕하고, 서운해했다. 엄마로서 아이에게 사랑을 주기보다 '네가 나를 이해하고 사랑해줘야지.'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그것이 마치 미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친구와 만난 금쪽이는 차라리 기숙사에 들어가고 싶다며 위험한 생각을 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친구는 가족들이 슬퍼할 것 같아서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대답했고, 금쪽이는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자신의 엄마나 동생은 별로 안 슬퍼할 것 같다고 쓸쓸히 말했다. 그런 후, 세상을 떠난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나도 누구랑 저렇게.. 말하면서 밥 먹고 싶기도 하고.. 서럽고.." (금쪽이)
금쪽이의 속마음은 무엇일까. 집에서 손을 가리는 이유에 대해 엄마랑 동생의 손이 닿은 것을 만지면 찝찝해서 그런다고 이유를 밝혔다. 아빠가 생각나는 순간은 언제일까. 금쪽이는 이질감과 소외감을 느낄 때마다 아빠 생각이 난다고 대답했다.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왈칵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많이 사랑하고 다음 생애에는 지켜주고 싶어."라며 오열했다. 아빠를 그리워하는 건 어린 동생도 마찬가지였다. 소원이 있냐고 묻자, "아빠가 옆에 있는 거"라고 대답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평소에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은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삼키고 슬픔을 참아왔던 것이다. 가장 그리운 건 온기로 가득했던 네 식구의 집이었으리라. 신애라는 가족들이 함께 나눴어야 할 이야기들을 각자 혼자 하고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서로 엉키고 엉킨 갈등으로 불통이 지속됐던 모녀, 오은영의 금쪽처방은 '페이스 투 페이스'였다. 하루 최소 20분이라도 눈을 바라보고 소통을 나누라고 조언했다. 대화할 때는 잔소리, 지적, 지시, 화내기, 욕설은 금지였다. 만약 대화가 원활하지 않을 때는 제3의 중재자와 함께 대화를 해보라고 조언했다. 아이를 잘 아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하라는 뜻이었다.
이때대화의 주제는 칭찬 거리가 좋다. 긍정적인 대화로 물꼬를 터야 한다. 엄마는 금쪽이가 등을 맞댄 채 대화를 시도(1단계)했다. 차분란 분위기가 어색했으나 금쪽이는 할 말이 있다며 "사랑해."라고 말한 뒤 울음을 터뜨렸다. 두 사람의 관계는 회복된 걸까. 물론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여전히 금쪽이는 혼자 밥을 먹기를 원했고, 엄마는 같이 식사하기를 강요했다.
한 차례 위기를 겪은 후, 엄마는 금쪽이의 친구를 초대해 다시 대화를 시도했다. 편안한 분위기가 형성되자 그네를 타며 나란히 앉아 대화에 나섰다. (2단계) 엄마는 금쪽이와 아빠에 대한 이야기, 연애 시절 에피소드를 나누며 조금씩 관계를 회복해 나갔다. 또, 둘만의 SNS 계정을 만들어 소통했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노력을 기울인 끝에 마주보며 속마음을 터놓기에 이르렀다. (3단계)
평소 소외감에 어두운 생각을 많이 했던 금쪽이는 엄마와의 관계 회복을 통해 변화했다. 마치 '일진 언니' 같았던 엄마도 부드럽고 따뜻한 엄마가 되어 주었다. 금쪽이는 앞으로 밝은 생각을 많이 할 거라며 미소를 머금었다. 앞으로 금쪽이네에 온기가 가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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