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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편집된 광수와 순자, ‘나는 SOLO’ 제작진의 오판

너의길을가라 2023. 3. 2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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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울질 당하는 게 불편하면 빼달라니, 날 어떻게 생각하는 거지? '이 상황이 부담스러우면 빠져' 이 소리를 들으니 뭔가 어장관리 당하는 느낌?" (13기 영철)


어장 관리 기수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ENA '나는 SOLO' 13기는 혼란스럽다. 전체 일정의 중반을 훌쩍 넘어선 시점에도 출연자들은 좀처럼 마음을 정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무려 3명의 출연자(현숙, 옥순, 영자)에게 다리를 걸친 영수는 결국 현숙과 영자를 울리고 말았다. 데이트 신청에서 좋은 관계를 맺어왔던 현숙과 호감을 표현했던 영자 대신 옥순을 지목하며 혼란에 빠뜨렸다.

영숙은 두 남자(영식, 영철)를 저울질하며 경쟁심을 부추겼다. '결혼하기 좋은 남자' 영식과 안정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만, '당찬 연하남' 영철의 공세에 마음이 흔들리는 듯하다. 영숙은 영철에게 "나 약간 빌런될까봐 좀 두려운 게.."라며 두 사람에게 호감이 있음을 솔직히 털어 놓았다. 영철은 '어장 관리' 당하는 것 같다며 불편한 심정을 드러내면서도 영숙에 대한 마음을 거두지 않았다.

물론 '솔로 나라'의 특수성을 이해한다. 자신의 이상형에 가장 부합하는 상대를 찾기 위해 일정한 탐색은 불가피한 일이다. 시청자도 그러한 사정을 감안하면서 '나는 SOLO'를 시청한다. 다만, 상대방에게 '어장 관리를 당한다'고 느끼게 한다면 사정이 다르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태도는 불쾌감을 느끼게 한다. 그것이 '나는 SOLO' 13기를 보면서 드는 얹짢음의 정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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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었쪙. 뾰로롱." (13기 광수)


그럼에도 한순간이 빛은 존재했다. 22일 방송에서 광수는 데이트 신청을 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웬일인지 그는 '솔로 나라' 입주 초반부터 러브 라인을 형성했던 순자 앞을 지나쳤다. 영숙과 정숙도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광수 때문에 당황한 듯했다. 엉뚱한 광수의 캐릭터를 감안해도 의아했다. 하지만 광수는 '안녕'이라는 제그처를 취하며 장난스럽게 돌아섰다. 그리고 곧장 순자에게 향했다.

제작진이 남성 출연자에게 준 미션은 '보고 싶었어.'였다. 다른 출연자들은 목소리를 짐짓 내리깔고 분위기를 냈지만, 광수는 다른 느낌으로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했다. 그는 순자 앞에 서서 사랑의 총알을 쏘며 "보고 싶었쪙"이라고 귀엽게 말한 뒤, 손하트를 만들어 "뾰료롱"이라며 애교를 부렸다. 이 장면은 22일 방송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정도로 매우 인상적이었다.

광수의 데이트 신청이 유독 기억에 남은 까닭은 그 장면이 주는 유쾌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2회 분량 동안 사실상 소거됐던 광수와 순자의 로맨스가 너무 반가웠기 때문이다. 앞서 광수의 장난이 (시청자 입장에서) 당황스러웠던 건, 그동안 '나는 SOLO'에서 광수와 순자의 서사가 완전히 생략되어 그들의 러브 라인이 잘 유지되어 왔는지, 갈등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시청자들이 초반부터 핑크빛 분위기를 형성하며 사실상 커플로 자리잡았던 두 사람의 통편집에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자기소개 후 첫 데이트 이후 이상하리만치 등장하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까닭일까. 물론 그동안 '나는 SOLO'에 통협집이 없었건 건 아니다. 제작진은 중반 이후 러브 라인에서 비켜서 있는 출연자들의 경우 분량을 조절해 왔다.

하지만 로맨스가 진행중인 커플을 이 정도로 홀대한 적은 없었다. 광수와 순자는 단체샷에서 병풍처럼 등장하는 정도로 소비됐다. 광수의 오타쿠적인 모습과 독특한 매력, 자존감 높은 순자의 호탕한 에너지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기에 통편집은 더욱 이해하기 어려웠다. 두 사람의 러브 라인은 '나는 SOLO'의 방송 취지에도 부합했다. 둘의 빌드업은 시청자들의 주된 관심사였다.

"저도 분량이 적어서 아쉽군요. 하지만 제작진이 시청률을 위해 옳은 판단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솔로"는 짝짓기 예능이고 쟁탈전이 벌어져야 재밌기 때문에 그쪽을 중점적으로 보여 주는 듯합니다." (13기 광수)


통편집에 대해 광수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의 심경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살펴보자. 한 시청자가 광수의 인스타그램에 "지금 왜 광수님이랑 순자님 통편집 됐나요? 방송 보고 싶은데 안 나와서 너무 아쉬워요."라고 질문을 하자, 광수는 자신도 분량이 적어 아쉽다는 심경을 전하면서 "제작진이 시청률을 위해 옳은 판단을 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서 광수는 "쟁탈전이 벌어져야 재밌기 때문에 그쪽을 중점적으로 보여 주는 듯"하다고 했는데, 이를 통해 광수와 순자의 관계는 (다행히도) 순탄하게 이어져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경쟁자의 등장 없이 원만하기만 했던 광수와 순자의 러브 라인은 제작진 입장에서 재미가 없었던 것이고, '빌런', '쟁탈전' 등 자극적인 장면들을 위주로 편집을 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물론 분량 조절은 제작진의 몫이다. 다만, 이해하기 힘든 분량의 불균형은 의문을 자아내기 마련이고, 명쾌한 설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시청자들을 언짢게 할 수 있다. 또한 출연자에 대한 예의도 아닐 것이다. 이전에도 소위 '악마의 편집'으로 '빌런 만들기'에 몰두하며 화제성만 좇았던 '나는 SOLO' 제작진이 또 한번 우를 범하지는 않을지 염려스럽다.


한편, '나는 SOLO' 13기 공식 영상에 한 출연자가 학창시절에 집단 괴롬힘 및 학교폭력을 저질렀다는 내용의 댓글이 게시됐다. 여기에 다른 네티즌도 "댓글 내용 팩트"라고 호응하면서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진위 여부는 좀더 파악해 봐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앞서 '성병 폭로'로 한 차례 사과를 했던 '나는 SOLO' 제작진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제작진이 이번에도 출연진의 의혹에 대해서 입장을 밝힐까. 물론 밝힌다고 하더라도 원론적인 내용일 테지만, 뒷짐을 지고 있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 회에서는 광수와 순자의 로맨스가 편집되지 않고 제대로 방송될까. 즐겁게 응원하며 시청해야 할 연애 리얼리티를 보면서 이처럼 염려되는 일이 많아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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