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쿠시니치 미국 전 하원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너의길을가라 2014. 7. 30. 10:33
반응형

 

5일 간의 방콕 휴가를 맞이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미국으로부터 편지 한 통이 날라왔다. 미국 대선에 두 차례나 출마했던 데니스 쿠시니치 전 하원의원이 보낸 공개 편지다. 그 내용부터 확인해보자.

 

 

-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한국 박근혜 대통령님에게 드리는 공개편지

 

친애하는 대통령님,

 

지난 16년에 걸쳐 미국 하원의원으로 한미 우호관계를 환영하고 미국내의 한인사회와 깊은 유대관계를 유지해온 사람으로서 저는 유감스럽게도 반민주적인 귀하 정부의 정책, 그래서 우리 미군이 오래전 한국을 지키기 위해 바친 희생을 헛되게 하는 정부 정책에 대해 근심을 표명하며 이 편지를 씁니다.

 

귀국 국회의 선출된 구성원인 이석기 의원이 내란죄의 혐의로 체포되고 구속된 사실에, 정치적 견해가 많이 다른 어떤 정부를 비판할 때 닥칠 수 있는 개인적, 정치적 위험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미국 하원의원들이 주목하게 될 것입니다. 반대 정당을 해산시키려는 귀하의 노력, 국정원을 귀하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한 사실, 국정원에 대한 조사에 있어서 귀하의 내각이 범한 공무집행 방해, 귀하 정부와 다른 의견을 가진 모든 사람을 국가에 불충하다고 낙인 찍는 행위, 민간인에 대한 불법사찰, 귀하의 정책에 대해 합법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을 냉전시대의 논조로 공격하는 행위, 국가의 소셜 미디어를 포함한 공식적인 자원을 이용해서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친 행위 등은 귀하가 과연 민주적 가치를 지킬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정당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오늘 7월 27일 일요일, 나는 워싱턴 DC의 다른 사람들, 그리고 미국 타주 및 전세계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한국 정전 협정 61주년을 기념합니다. 한국에서 자신들의 목숨을 바친 33,686명, 그리고 전쟁중 실종된 8,176명의 미군들이 귀하의 정부 아래에서 자유를 파괴하는 귀하 자신의 자유를 지켜주기 위해 희생을 한 것은 아니기를 나는 바랍니다.

 

오늘날의 세계에서 항상 서로의 관심사들이 만나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미 하원의원들이 귀하의 정책들을 알게 됨에 따라 귀하는 민주주의의 원리, 자치, 권력의 분립과 인권을 약화시키는 모든 관행을 중단하여 귀하의 방침을 수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임을 아마 알게될 것입니다.

 

휴전을 기리며, 미국이 수호하기위해 귀국을 위해 싸웠던, 그 가치들을 지켜나가겠다는 귀하의 의지를 온 세계가 함께 경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데니스 J 쿠시니치

미 하원의원, 1997-2013

 

번역 감수 : 임옥

외신번역 전문매체  <뉴스프로> 기사 (월, 7/28) URL    http://thenewspro.org/?p=5853

허핑톤포스트 기사 (월, 7/28) 원문 URL    http://huff.to/1plVhVD

 

쿠시니치 전 의원은 한국전쟁 정전협정일인 7월27일에 이 편지를 공개했는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고 있다. 머나먼 땅 미국에 있는 그가 누구보다도 대한민국의 상황에 해박하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놀라웠다. 게다가 그의 지적은 하나같이 송곳처럼 매서웠고 날카로웠다.

 

쿠시니치 전 의원이 가장 먼저 언급한 내용은 내란음모 혐의로 항소심 결심공판을 앞둔 이석기 의원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의 성격을 정부와 정치적 견해가 많이 다른 사회 구성원들이 받는 압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을 미국 하원의원들이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견들이 있지만, 검찰의 기소가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반대 정당을 해산시키려는 귀하의 노력'은 통합진보당 해산에 대해 언급한 것인데, 이 사안은 결국 이석기 의원에 대한 재판과 맞물려 있다. 만약 내란음모죄가 인정된다면, 헌법재판소로서도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물론 '통합진보당=이석기'라는 공식이 성립될 수 있는지는 논의의 대상이지만, 현재 박근혜 정부가 취하고 있는 입장을 고려하면 이 두 가지가 맞물려 움직이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밖에도 쿠시니치 전 의원은, 

 

▶ 국정원을 귀하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한 사실

국정원에 대한 조사에 있어서 귀하의 내각이 범한 공무집행 방해

귀하 정부와 다른 의견을 가진 모든 사람을 국가에 불충하다고 낙인 찍는 행위

민간인에 대한 불법사찰

귀하의 정책에 대해 합법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을 냉전시대의 논조로 공격하는 행위

국가의 소셜 미디어를 포함한 공식적인 자원을 이용해서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친 행위

 

등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귀하가 과연 민주적 가치를 지킬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정당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상당히 강경한 어조의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쿠시니치 전 의원이 조목조목 일목요연하게 지적한 내용들을 천천히 살펴보면서,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쉬게 됐다. 그리고 이내 부끄러워졌다. 지난 MB정부 시절부터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위와 같은 일들은 매우 일상적으로 버젓이 행해졌다. 이러한 헌법파괴적 행위가 몇 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겪어오다보니 사람들은 더 이상 놀라지 않는다. "또 그랬어?" 정도의 반응만 보일 뿐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의 기억을 갖고 있는 미국에서 연방하원직을 역임(오하이오주, 1997~2013년)하고, 대통령 선거 경선에 두 번이나 출마(2004년, 2008년)했던 쿠시니치 의원으로서 한 국가의 정부가 마음대로 민간인 사찰을 행하고, 국정원이 정부의 입맛에 따라 정치 공작을 시도하는 반(反)민주적인 일들이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따라서 그가 이런 공개 서한을 보낸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MB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자행하고 있는 '짓'들은 헌법파괴적인 행위이며 반(反)민주적 행위이다.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하지만 지역주의 혹은 여야의 대립이라는 좁은 틀에 갇혀 있는 우리는 정작 '대한민국'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진영논리에 갇혀버린 탓에 부감적 사고를 할 의지도 여력도 없다.

 

쿠시니치 전 의원의 공개 서한은 제3자적 관점에서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한지를 깨닫게 한다. 혹자들은 쿠시니치 전 의원이 민주당 내에서도 진보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들어 그 발언의 무게를 애써 폄하하고자 할 것이다. 그의 정치적 경력을 떠올리는 것으로도 부족하다면, 쿠시니치 전 의원이 지난 2007년 미국 하원에 제출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의 공동 발의자였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는 것은 어떨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