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집에서도 전기 생산, 정말 전기 요금 걱정 '끝'일까?

너의길을가라 2014. 7. 2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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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도 전기 생산..전기 요금 걱정 '끝'


지난 26일 <MBN>의 뉴스 제목이다. 홈쇼핑에만 과장광고가 있는 것이 아니다. 기자들은 자신의 기사를 팔기 위해 세일즈를 한다. 그 대표적인 방법이 '제목'이다. 사실 굉장히 섹시한 제목이 않은가? 전기 요금 걱정이 끝이라니?! 아마 그 제목에 혹해서 기사를 클릭한 사람들은 내용을 읽고 난 후 '그러면 그렇지'라며 실망했을 것이다. 그만큼 기사의 내용은 허술했다. 기사의 내용을 한번 확인해보자.


장마가 끝나고 나면 본격적인 불볕더위가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해마다 여름이면 전력 부족으로 온 나라가 난리인데,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보일러가 관심을 끕니다. 박통일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 청운동의 한 주택. 다용도실에 설치된 이 장치는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전기 발전 보일러입니다. 가스를 공급하면 발전기 엔진이 돌아가면서 전기를 만들고, 엔진이 돌 때 발생하는 열로 보일러 물을 데우는 원리입니다. 시간당 생산되는 전기 에너지는 1kw. 하루 3시간씩 한 달 돌리면 가구당 월평균 전기 사용량의 30%인 90kw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보일러도 돌리고 전기도 만드는 겁니다.


▶ 인터뷰 : 송민우 / 전기발전보일러 사용자
- "사용방법은 보일러랑 똑같은데,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주부로서는 전기 요금도 절약할 수 있고."


서울 성내동의 이 아파트는 전체 78가구 중 20가구가 미니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습니다. 가로 1미터, 세로 30cm 크기 패널 4장에서 한 달간 생산되는 전기 에너지는 25kw. 냉장고 1대를 한 달간 돌릴 수 있는 양입니다. 1년간 사용했을 경우 전기 발전 보일러는 44만 원, 미니 태양광 발전기는 22만 원의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 인터뷰 : 이은숙 / 아파트 주민
- "300kw를 넘으면 누진세가 붙기 때문에 그 선에 있는 분들은 상당히 도움이 많이 돼요."


비록 작은 양이지만, 전기 소비가 많은 도시에서는 전력에너지를 분담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 <SBSCNBC>에서 발췌 -



TV 뉴스로 만들어진 뉴스를 그대로 옮겨 적어놓은 기사이다. 물론 1분 30초라고 하는 시간적 제약이 있다고 하더라도 뉴스의 내용은 소략하기 짝이 없다. 아니, 소략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고 치더라도 전기 요금 걱정 끝이라던 제목과는 전혀 다른 내용에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다. (물론 이건 과장이다.) 기자가 소개한 것은 '전기 발전 보일러'와 '태양광 발전기' 두 가지인데, 전기 발전 보일러의 경우에는 1년에 44만 원(한 달 기준 36,666원)을 절약할 수 있고, 태양광 발전기는 22만 원(한 달 기준 18,333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과연 이 정도 '절약'으로 서민들의 전기 요금 걱정은 '끝'이 날 수 있을까? 당연히 턱도 없는 소리다. 특히 '전기 발전 보일러'의 경우에는 가스를 공급해서 하루 3시간 씩 가동을 해야만 90kw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요즘 같은 여름에 가스 보일러슷 3시간 씩 돌리는 가정이 있을까? 여기에서부터 이미 현실성이 없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정보인 '설치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1년에 얼마의 전기 요금을 아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설치비가 그보다 비싸면 '본전'을 뽑을 수 없게 된다. 내가 얼마동안 이 발전기를 돌렸을 때, 본전을 넘어 이득을 볼 수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다른 기사들을 검색해서 찾아본 결과, 경동나비엔이 출시한 전 기 발전 보일러(스털링엔진 m-CHP)의 경우에는 최초 출시가격이 1,320만 원인데, 상당히 고가이다. 1만 대의 양산 체제를 갖출 경우에는 500만 원대까지 낮출 수 있다고 한다. 결국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경동나비엔 측도 제품이 고가인 점을 감안해서 월평균 500KW 이상 전기를 사용하는 가정이나 상업용 시설을 우선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따라서 일반 가정집에서 '전기 발전 보일러'를 설치하는 것은 아직까진 요원한 일이다.



- <디지털타임스>에서 발췌 -


그 렇다면 '태양광 발전기'는 어떨까? 서울시 노원구는 아파트에 미니 태양광 발전기 설치를 지원하는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모델에 따라 조금 차이는 있지만 본인 부담금이 34~38만 원이라고 한다. <MBN의 보도처럼 1년에 22만 원을 절약한다고 하더라도 1년 6개월 가량은 지나야 본전을 뽑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1년에 22만 원을 절약한다는 것도 다소의 과장이 섞인 것으로 보인다. 날씨 등을 고려하면 월 7천 원에서 1만 7천 원 정도라고 하니, (1년 기준) 최소 8만 4천 원에서 최대 20만 원 원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전 기 발전 보일러의 경우에는 여름에는 실효성이 없으므로 본전을 뽑기에 더욱 많은 기간이 걸린다. 도중에 고장이 안 나라는 보장도 없다. 수리비까지 포함시키면 그 때부턴 계산조차 하기 어렵다. 태양광 발전기의 경우에는 설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일반 주택이라면 관계가 없지만, 아파트의 경우에는 설치가 다소 까다롭다. 태양광 패널 무게가 약 25kg이고, 부속 구조물까지 합치면 50kg에 달하는데 강풍이라도 불면 자칫 아찔한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물론 미니 태양광 발전기의 경우에는 이런 문제는 적겠지만, 문제는 역시 적은 발전량에 따른 부족한 효율이다.



'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고민 자체는 오히려 권장해야 할 일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목도하고도 여전히 원자력 발전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고 있는 대한민국에는 더욱 절실한 일이다. 다만, 이를 가정용으로 보급하기에 애쓰기보다는 상업용 시설에 보급하거나 대기업들이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 등에 활용하는 것이 훨씬 더 호율적일 것이다. 태양광 발전의 경우에는 공공기관 등에 적극 도입하고, 차라리 대여사업을 확대 · 강화시켜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서 울시는 2020년까지 '전기 발전 보일러'를 1만 대 보급하겠다고 밝히고, 경동나비엔과  '발전보일러 실증 보급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 '태양광 발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정책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는 서울시가 제시한 미래세대를 위한 서울시 에너지 정책인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의 일환이다.



이 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여전히 원자력 발전에 목을 메고 있다. 더 이상 원전을 가동하지 않더라도 여름철 전기 수급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정부는 새로운 원전을 계속해서 건설하려고 하고 있다. 여론조사 등을 통해 국민의 65.6%가 원전 추가 건설을 반대하고 있음에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밀 양과 청도 등에서는 송전탑 건설을 두고 첨예한 갈등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기 시작했고,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공권력에 의해 진압 당하고 강제 연행됐다. 무엇이 이런 충돌을 야기하는 것일까? 이러한 갈등 뒤에 이름도 유명한 '원전 마피아'가 자리하고 있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또, 생산된 전기를 판매해서 생기는 이득, 다시 말해서 자본의 논리가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 전기 발전 보일러'나 '태양광 전기 발전기' 등 자체적인 에너지 수급을 비롯해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지속가능한 에너지 대책을 세우는 일은 단지 우리 집의 전기요금을 아끼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결국 사회의 문제이고, 그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문제인 셈이다. 나를 넘어 우리를 고민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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