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

새누리당이 세월호 특별법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본문

사회를 듣는 귀

새누리당이 세월호 특별법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4. 7. 22. 08:04


지난 5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의 면담을 가졌다. 뒤늦게, 그것도 겨우겨우 마련된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유가족에게 "관련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고 안전시스템부터 공직사회 개혁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처음부터 현장을 지켜본 유가족 여러분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모시게 됐다. 의견을 주시면 꼭 바로잡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유가족이 "책임 있는 관련기관과 관련자에 대해 행정적·정치적·도의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이 모든 게 이뤄지기 위해선 현행법이 아니라 특별법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특검이나 청문회가 필요하다"고 말하자 "저도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경 수사를 하고 있는 것 이외에도 진상규명을 (따로) 하고, 특검도 해야 된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유가족 여러분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던 박 대통령의 발언은 거짓이었을까? 유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 철저하고 투명한 진상 규명이다. 이를 위해서 유가족들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의 의견 대립으로 특별법 제정은 표류하고 있고, 이를 보다못한 유가족들은 단식에 돌입했다. 오늘(22일)로 9일 째에 접어 들었다.



"눈물로서 가슴 아픈 부모로서 호소 드린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원하는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힘이 돼 달라"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학생 8반 지상준 군의 어머니 강지은 씨)


쟁점이 여러가지이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조사위에 수사권을 부여할 것인지 여부이다. 유가족들은 조사위가 수사권은 물론 기소권까지 가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이를 일부 받아들여 수사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욕 먹을 각오하고 기소권을 양보하고 수사권만은 지켜야겠다고 생각해 수사권을 특별법안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꿈쩍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역시 문제는 새누리당인데, '민간인에게 어떻게 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이유로 특별법 통과를 반대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사법체계를 흔드는 그러한 것(수사권 부여)을 무슨 권한으로 받아들이겠나. 그 누구도 결정하지 못한다"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과연 새누리당이 조사위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을 극렬히 반대하는 이유가 고작 '민간인에 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일까?


새누리당은 '민간인'을 특별히 강조하고 나서서 이것이 마치 '사법체계를 흔드는 위험한 발상'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특검'도 '민간인'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굳이 조사위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만 두고 사법체계를 흔드는 것이라며 어깃장을 놓는 것은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물론 이것은 표면적인 이유에 지나지 않는다. 새누리당이 조사위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고 나서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박영선 원내대표의 말을 좀더 들어보자. "수사권이 부여되면 검찰이 첫째 두렵다. 그들이 수사를 받아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청와대가 수사받아야 한다. 그것이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버티고 있다"


박 원내대표의 지적은 그야말로 핵심을 찌르고 있다. 지난 7월 7일 세월호 국회 국정조사 청와대 기관보고에 출석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증언을 떠올려보자.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이하 박) :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님, '대통령께 세월호 참사가 있던 날 서면 보고로 10시에 했다'라는 답변이 있었지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하 김) : 예.
박 : 지금 이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이때 대통령께서는 어디에 계셨습니까?
김 : 그것은 제가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국가안보실에서 1보를 보고를 드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 : 그러니까 대통령께서 어디에 계셨는데 서면 보고를 합니까?
김 : 대통령께 서면 보고하는 경우는 많이 있습니다.
(중략)
박 : 그럼 대통령께서 집무실에 계셨습니까?
김 : 그 위치에 대해서는 제가 알지 못합니다.
박 : 비서실장님이 모르시면 누가 아십니까?
김 : 비서실장이 일일이 일거수일투족을 다 아는 것은 아닙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4월 16일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 첫 보고를 받았다. 그리고 오후 5시 10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했다. 그 사이의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은 행방은 묘연하다.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이에 대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그 위치에 대해서는 제가 알지 못합니다'라고 대답했다. 과연 이 대답은 성립 가능한 것일까?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위치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일까?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던 이병완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김기춘 비서실장이 모를 리가 있겠느냐. 이유가 뭐든, 사정이 있어서든 그냥 대외적으로 그렇게 얘기하기로 얘기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고, MB정부 시절 청와대 간부를 지낸 A씨는 "비서실장이 대통령 동선을 모른다는 것은 납득하기가 힘들다. 24시간 경호체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당연하게도 김기춘 비서실장의 증언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팟캐스트 방송 <노유진의 정치카페>에서 유시민이 지적한 것처럼, 김기춘 비서실장의 '모른다'는 대답은 정말 몰라서가 아니라 대답할 수 없는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 대답할 수 없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사고 당일 박 대통령이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밝혀지면 안 되는 이유라는 것이 무엇일까? 만약 아무런 꺼리낌이 없다면 명명백백하게 밝히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지난 21일,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원회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89개의 의혹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 의혹들 중에는 사고 발생 시각과 사고 원인 등에 대한 의혹을 비롯해서 해경이 '에어포켓'의 가능성이 낮은 것을 알면서도 보여주기식 구조 작업을 펼친 것에 대한 의문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 세월호 유가족들은 사고 당일 (박 대통령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하기 전까지) 단 한 차례의 대면 보고나 대통령 주재회의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대통령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이 부분은 핵심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조사위원회에 수사권 부여를 극렬히 반대하고 있는 것이리라. 여기에는 청와대의 심증이 반영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24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 째가 된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서 여야가 '바꾸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작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청와대는 '국가 개조'를 부르짖었지만, 거듭된 인사 참사를 자초하면서 동력 자체를 상실해버렸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임을 표명한 총리를 유임시키는 박 대통령의 독선은 그야말로 경악스러웠다. 여야는 각종 선거에 눈이 팔려 국회를 도외시했고, 그 결과는 긴 한숨만 나오는 제자리 걸음이었다.


급기야 세월호 특별법 합의가 실패하면서 7월 임시국회는 개점휴업 상태에 접어들었다. 앞서 살펴봤던 '수사권 부여'를 놓고 벌인 대립 때문이다. 결국 이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것은 청와대뿐이다. 박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모든 의혹들을 낱낱이 밝혀내고자 한다면, 그래서 진실을 파헤쳐내고자 한다면 '세월호 특별법'은 통과되어야 한다. 조사위에 수사권을 부여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을 밝혀낼 힘을 주어야 한다.



전례가 없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 세월호 참사 자체가 전례가 없던 일이 아니던가?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든다는 말도 변명에 불과하다. 이미 국가 체계의 근간이 흔들린지 오래다. 더욱이 검찰 등 사법 기관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한 지도 오래다. 세월호 참사에 있어서는 그들도 수사의 대상이 되어야만 한다. 진실을 두려워하는 자가 누구인가?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꺼려하는 자가 누구인가? 누가 '세월호 특별법'을 막아서고 있는가?


국민들은 묻고 있다. 사고 당일, 박근혜 대통령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사라진 7시간의 진실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왜 국민 앞에 떳떳하게 모든 것을 밝히지 못하는가?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