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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깬 '비긴어게인 코리아', 일상을 잃은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였다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20. 6. 8. 09:59

'평소'와 같았다면 '인천국제공항'은 그저 거쳐가는 장소였을 것이다. 공항은 원래 그런 곳이니까. JTBC <비긴어게인 코리아>에 참여한 7인의 가수(수현, 이소라, 적재, 정승환, 크러쉬, 하림, 헨리)에게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좀더 의미를 부여한다고 해도 버스킹을 하기 위해 낯선 외국으로 향하는 출발점 같은 곳, 그 이상의 의미를 찾아내긴 어려웠을지 모른다.

평소와 같았다면 인천국제공항은 수많은 인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을 것이다. 여행에 대한 저마다의 설렘으로 가득했으리라. 2019년 기준으로 연간 방문자가 약 700만 명에 달했던 곳이니까. 2023년에는 여객 1억 명 돌파가 예상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인천공항에서 버스킹을 하게 될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아니, 버스킹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허나 '코로나 19'는 그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내고야 말았다. 예상을 넘어섰고, 상상을 뛰어넘었다. 코로나 19 이후 인천국제공항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하루 여객의 수가 4000명 미만으로 떨어졌다. 개항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결국 공항은 사용하지 않는 활주로를 폐쇄하고, 탑승동의 운영을 중단했다.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음악은 침묵을 깨 주는 힘이 있기 때문에 (음악으로) 그 침묵을 깨는 것만으로도 이어서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거든요." (하림)

이렇듯 허전해진 공항이지만, 여전히 그곳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방역의 최전선에서 끝이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는 이들 말이다. 입출국자의 수는 현격히 줄어들었어도 방역의 강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기 때문에 업무 강도는 오히려 더 세졌다고 했다. 위로가 필요한 그들을 위해 <비긴어기엔 코리아> 팀은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그곳이 목적지였다.

포문은 하림과 크러쉬가 '출국'으로 열었다. 출국길이 막힌 시국에 듣는 출국이라는 노래는 왠지 모르게 먹먹하게 다가왔다. 이어 크러쉬와 헨리가 달달한 목소리로 비지스의 'How Deep is Your Love', 마이클 잭슨의 'Love Never Felt So Good'을 연달아 부르며 분위기를 신나게 바꿔주었다. 방역 수칙에 따라 띄엄띄엄 자리를 잡은 공항 직원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다음엔 수현과 적재가 '별 보러 가자'를 불렀다. 텅 비어 있던 쓸쓸했던 공항에 달콤함이 가득 들어찼다. 그리고 수현과 이소라가 강수지의 '보랏빛 향기'를 들려줬다. 세대를 뛰어넘는 환상의 하모니였다. 마지막은 정승환이 장식했는데, 영화 <원스>의 'Falling Slowly'을 열창했다. 공연이 끝난 후, 이소라는 "공항이 예전처럼 가득 찰 때까지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며 관객들의 마음을 끌어안았다.


인천공항에 이어 <비긴어게인 코리아> 팀이 향한 곳은 서울 상암동의 문화비축기지였다. 과거 석유비축기지로 사용됐던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서울의 대표적인 친환경 및 재생의 아이콘이다.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 19의 여파로 모든 공연 일정이 취소되거나 연기돼 텅 비어 있었다. 과연 이 곳에서 어떤 방식으로 버스킹을 열 수 있을까.

제작진이 들고 온 카드는 바로 관객들이 자동차 안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드라이브 인 버스킹'이었다. 비대면 문화가 일상화된 뉴노멀 시대에 맞춘 이색적인 공형 형태였다. 정승환은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면서 자동차 공연에 놀라워 했다. 또, 수현은 "(드라이브 인 버스킹은) 들어본 적도 없"다면서 "지금 아니면 평생 못 할 버스킹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심정을 전했다.

제작진은 간호사,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겪었던 청년 농부, 신혼여행을 취소한 신혼부부 등 특별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초대해 공연의 의미를 더했다. 파이브 세컨즈 오브 서머의 'Youngblood'를 선곡한 헨리는 과감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수현과 정승환은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로 분위기를 촉촉하게 만들었다.


이소라는 '청혼'으로 당일 결혼한 신혼부부를 축하했고, 크러쉬는 'Beautiful'로 대체불가의 음색을 선보였다. 이어 수현과 현리, 크러쉬, 정승환은 'All For You'를 함께 부르며 버스킹의 묘미를 만끽하게 했다. 관객들은 (박수와 환호도 보냈지만) 경적과 하이빔으로 화답했다. 정승환이 '너였다면'을 부르고, 이소라와 크러쉬는 '그대안의 블루'로 합을 이뤘다. 낭만과 로맨틱이 가득했다.

마지막 곡은 퍼렐 윌리엄스의 'Happy'였다.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헨리의 바람이 담긴 노래였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은 오랜만에 경험한 무대에 깊은 위로를 얻었다는 인사를 건넸다. 아마 TV를 지켜봤던 수많은 시청자도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음악은 침묵을 깨 주는 힘이 있다는 하림의 말처럼, <비긴어게인 코리아>가 들려준 노래들은 굳어있던 사람들의 마음을 녹여 울림을 만들어냈다.

이제 우리에게 '평소'라는 말의 의미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리고 코로나 19 이전으로 돌아가는 게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일상'에 적응해야 한다. 모두에게 힘겨운 시기, 그럴 때 음악은 단단한 지지대가 되고, 강한 힘을 불어넣는 지렛대가 된다. 정승환이 말했듯, 결국 우리는 표현해야 하는 존재이다. 침묵이 깨어진 자리에 사람들은 저마다의 소리를 채워넣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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