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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율 0%의 비결? 신선했던 '1호가 될 순 없어', 콩트가 되면 곤란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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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율 0%의 비결? 신선했던 '1호가 될 순 없어', 콩트가 되면 곤란해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20. 6. 11. 17:10


재치있고 센스 넘치는 코멘트는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더 나아가 제목으로 발탁되기도 한다. 실제로 JTBC <1호가 될 순 없어>의 출발점은 박미선의 위트 있는 한마디였다. 지난해 JTBC <아는 형님>에 출연했던 박미선은 강호동으로부터 질문을 하나 받았다. 현재까지 개그맨-개그우먼 부부가 16호까지 나왔는데, 아직까지 이혼한 커플이 하나도 없는 비결이 무엇이냐는 내용이었다.

"금슬이 좋아서가 아니라 모두 다 자신들이 1호가 되길 주저하기 때문이에요."

금슬이 좋아서? 그리 답했다면 예능감을 의심했을 텐데, 박미선의 대답은 촌철살인이었다. '개그맨-개그우먼 1호 이혼'이라는 불명예를 떠안는 게 싫어서 다들 머뭇거리고 있는 거라는 답변은 유쾌하기까지 했다. 다들 눈치를 보면서 1호가 나오기만 기다리는 건가? 박미선의 농담 같은 대답은 개그맨-개그우먼 부부를 포괄하는 '설정'이 됐고, <1호가 될 순 없어>라는 프로그램으로 이어지는 발판이 됐다.

그렇게 탄생한 <1호가 될 순 없어>는 개그맨-개그우먼 부부 세 쌍을 카메라로 관찰한다. 탐구 대상이 된 커플은 팽현숙-최양락 부부(1호, 32년차 부부), 김지혜-박준형 부부(4호, 16년차 부부), 강재준-이은형 부부(12호, 4년차 부부)였다. 여기에 프로그램의 창시자(?)이자 (이봉원과 함께) 3호 커플인 박미선이 MC로 중심을 잡았고, 17호 커플을 꿈꾸는 장도연이 가세했다.


저들의 리얼한 '부부의 세계'를 들여다 보는 목적은 분명하다. 개그맨-개그우먼 커플 중 '이혼 1호'가 나오지 않는 이유를 집중 탐구하는 것이다. 농담처럼 시작한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이쯤되면 진짜 뭔가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해질 법 하다. 2019년 대한민국의 이혼 건수는 총 110,831건이었는데, 유독 개그맨-개그우먼 커플만 이혼율이 0%라니! 진짜 무슨 대단한 비결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

세 쌍의 부부는 생활력 강한 아내와 철부지 남편이라는 구도로 짜여졌다. 팽현숙은 카페와 사업, 강연 등으로 눈코뜰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반면, 최양락은 집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베짱이처럼 생활하고 있었다. 배우를 하겠다며 대책없이 라디오를 그만두기까지 했다. 바쁜 하루를 보낸 팽현숙은 귀가 후 남편을 위해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최양락은 준비 시간이 길다며 투정했다가 팽현숙으로부터 험한 말을 들어야 했다.

'갈갈이 삼형제'로 전성기를 누렸던 박준형은 현재 수입이 역전된 상황에 맞춰 집안일에 매진하고 있었다. 이렇게 살아갈 줄 몰랐다고 털어놓긴 했지만, 한편으론 홈쇼핑 쇼호스트로 활약 중인 김지혜가 든든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또, 이은형은 후배이기도 한 남편 강재준을 보살피며 살아가고 있었다. 시어머니가 결혼식날 고맙다고 홀가분해 했다는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강재준은 현재 활동이 활발한 아내를 보며 부러워했다.


그러나 관찰 카메라에 담긴 저들의 결혼생활은 딱히 남다를 게 없었다. 연예인(또는 비연예인) 부부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건 반복 중의 반복이다. 부부끼리 티격태격 싸우다가 어느 지점에서 웃음으로 상황을 뭉개고 흐지부지 넘어가는 장면은 여러 관찰 예능을 통해 숱하게 복습했던 그림이다. KBS2 <살림하는 남자들>, SBS <동상이몽>, SBS <자기야>, TV조선 <아내의 맛> 등 헤아리기 힘들 정도이다.

"개그맨, 개그우먼이 결혼하니까요 추억을 공유하는 게 너무 커요." (김지혜)
"내가 남편을 선택했던 가장 큰 이유는 공감대, 웃음의 포인트가 같았어요. 그게 너무 신나는 거야. 내가 개그를 설명하지 않아도, 눈빛만 봐도 너무 웃긴 거야." (박미선)

물론 <1호가 될 순 없어>에도 신선한 부분이 있었다. 관찰 카메라 속에서 갈등이 불거지거나 스튜디오에서 싸움이 벌어지려고 하면 MC와 출연자들이 "1호로 가나요?"라며 부추기는 등 흥미로운 상황을 연출했다. 그런 장면들은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했는데, 결코 불쾌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건 아마도 코미디언이라는 끈끈한 '동료의식'과 '연대감'에 기인한 친분이 만들어낸 편안함이었으리라. 또, 솔직하고 진솔함도 강한 무기였다.

문제는 결국 식상함이다. 출연자 구성과 설정 등이 처음에는 색다르게 다가왔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기존의 관찰 예능의 우를 답습하는 모양새였다. 점차 작위적인 소재와 설정이 눈에 띠었다. 셋째를 원하는 박준형이 병원에 찾아가고. 최양락의 배우 도전기를 왜 굳이 봐야하는지 의아했다. 강재준이 이은형이 준비한 산채 음식에 기겁하며 몰래 숨겨둔 골벵이, 소시지 등을 먹는 장면은 억지스럽기까지 했다.


아니나 다를까. 1회 3.221%(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였던 시청률은 2회 3.081%, 3회 2.917%로 주춤하더니 4회에선 1.977%까지 떨어졌다. 호기심을 가졌던 시청자들도 점차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1호가 될 순 없어>는 개그맨-개그우먼 부부의 이혼율이 0%인 비결이 그들이 갈등을 '웃음'으로 이겨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팽현숙-최양락 부부의 경우에는 웃어 넘기면 안 될 것 같은 장면이 여럿 보여 아찔했다.

앞으로도 '웃음'을 비결인양 개그맨-개그우먼 부부의 금슬만을 강조할 요량이라면 <1호가 될 순 없어>는 급격히 지루해질지도 모른다. 이미 2시간이 넘는 방송 시간도 부담스럽다. 소재의 한계에 봉착해 작위적인 콩트를 보여줄 거라면 미리 사양하고 싶다. 2019년 조이혼율(인구 1천 명당 이혼 건수)은 2.2건으로 0.22%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개그맨-개그우먼의 이혼율 0%도 좀전처럼 엄청 크게 다가오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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