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뜯어먹는 소리

존 콜리어, '레이디 고디바'

너의길을가라 2012. 8. 2. 00:48



  사실 저에겐 미지의 영역이 있는데요. 도서관으로 보자면, 600번대 책이 그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미술'과 '클래식'은 도저히 손을 댈 수조차 없는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번 건드려 보기로 했어요. '클래식'은 도저히 못하겠고, 그래서 시작한 것이 '미술'입니다. 

  뭐, 대단한 건 아니고 미술 관련 서적을 열심히 읽겠다는 거죠. 미술관도 좀 찾아다녀 볼 생각이고요. 사실 미술은 심미안이 없는 저에겐 참 어려운 대상이에요. '그렇다면 한번 읽어보자. 작가를 읽어보자. 그림의 배경을 읽어보자. 역사를 읽어보자.' 뭐, 그런 생각을 갖고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첫눈에 반한 그림은 바로 존 콜리어의 '레이디 고디바'였습니다. '고디바 부인'이라고도 합니다. 사실 이 그림은 영국 중부지방에 있는 코벤트리라는 도시에 전해 내려오는 '고디바 이야기'라는 전설을 담고 있는 그림인데요.
  
  그 전설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영국 중부지방의 코엔트리 영주의 아내인 고디바 부인은 지나치게 무거운 세금 탓에 예술에 관심을 갖지 못하고 사람들이 먹고 사는 것에 급급한 것이 보고, 남편인 영주에게 세금은 낮춰줄 것을 부탁합니다. 보통의 남편 같으면 아내의 부탁을 들어줬을 텐데요. 이 괴상한 남편은 아내에게 '옷을 다 벗고 시장을 한 바퀴 돌면 부탁을 들어주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정말 요상한 남편이죠?

 고디바 부인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요? 놀랍게도 고디바 부인은 남편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존 콜리어는 바로 그 장면을 그림으로 남긴 것인데요. 물론 여담이지만, 고비다 이야기에는 여러 판본이 존재하는데요. 마을 사람들은 고디바 부인이 옷을 다 벗고 시장을 도는 모습을 절대 보지 않기로 약속을 하고 모두 집에 들어가서 커튼을 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딱 한 명, 그 장면을 본 사람이 있었다죠. 톰이라고 하는 양복 재단사인데요. 그래서 '훔쳐보는 톰'이라는 말이 생겨났다고도 합니다. 훔쳐보다가 화살에 맞았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뭐, 전설이다보니 여러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고디바 이야기'라는 같은 주제로 '랜드시어'라는 작가는 전혀 다른 그림을 그렸는데요. '레이디 고디바의 기도'라는 제목의 그림입니다. 그림을 올리고 싶었지만, 구글에도 없더라고요. 글로 표현하긴 어렵습니다만, 일단 제목에서부터 경건함이 느껴지죠? 실제로 그림에는 교회의 첨탑이 그려져 있고, 고디바 부인은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강하게 그려졌습니다. 존 콜리어의 그림과는 전혀 딴판이죠.

  전설을 그대로 그려내고자 했다면, 고디바 부인을 영웅으로 표현한 랜드시어의 방식이 맞을 겁니다. 사람들 입장에서는 '구세주' 같은 대상이잖아요. 하지만 존 콜리어는 그런 방식을 거부한 듯합니다. 존 콜리어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측은함' 혹은 '수치심' 같은 것이니까요. 이를 두고 이택광은 '콜리어의 고디바가 상징하는 것은, 문화를 갖지 않은 상태에 있는 자연이다'라고 말합니다. '자연성의 노골적인 노출이야말로 인간에게는 가장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겁니다. 존 콜리어가 빅토리아 시대의 화가라는 점이 명확히 드러나는 지점이죠. 아, 어렵습니다. 갑자기-_-;; 

 계속해볼까요? 서양에서는 여성을 자연에 가까운 존재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좋은 뜻은 아니었다고 하는데요. 여자를 욕구에 충실하고 하등한 존재로 여겼던 것이죠. 문화는 남성이고, 자연은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빅토리아 시대의 작가들은 여성을 자연으로 상징화한 그림을 많이 그렸다고 합니다. 위에서 본 존 콜리어의 '레이디 고디바'는 바로 그런 작품의 전형이었던 것이죠. 

 어떤가요? 색채라든지, 선이라든지.. 그 장면이 주는 충격적인 느낌들.. 뭐, 그런 것에 압도된 듯한 느낌들.. 그리고 그 그림의 내용에 대한 접근을 통해, '이야기'를 통해 다시 그림을 읽는 과정.. 

  이래서 사람들이 '그림'을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뭐,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게 많은 것 같아요. 지금 정리가 안 되고 있는데.. 구스타프 쿠르베가 여성의 몸을 있는 그대로 그려냈잖아요? 그에 비하면 존 콜리어는 고디바 부인의 몸을 굉장히 이상적으로 그려낸 것 같습니다. 몸이 정말 예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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