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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 없는 식당? <식벤져스>의 색다른 도전을 응원한다

너의길을가라 2020. 7. 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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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마다 그 엄청난 양에 놀라곤 한다. 살뜰하게 꽉꽉 채워진 봉투가 어찌나 묵직한지. 악취를 뚫고 힘겹게 분리수거함을 열면 그런 봉투들이 수북히 쌓여 있다. 거기에 내 것을 하나 보태고 나면 돌아오는 발걸음이 썩 유쾌하지 않다. 버렸는데도 가벼워지지 않은 느낌이다. 찜찜하고 꿉꿉하다. 그러면 한 가지 질문이 한동안 머릿속을 요란하게 맴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음식물이 버려지는 거야?'

가정집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가 이 정도인데, 식당은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가정집과) 70만 개에 달하는 식당에서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를 합치면 그 양이 얼마나 될까. 쉽사리 가늠이 되지 않는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올리브 예능 프로그램 <식벤져스>에서 찾았다. 놀라지 마시라. 대한민국에서 하루에 버려지는 식재료가 무려 1만 5900톤이라고 한다.

'제로 웨이스트 레스토랑'을 지향하는 <식벤져스>는 '다 쓰지 못하고 방치된 식재료가 지구를 병들게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최근 들어 하나의 트렌드로 떠오른 '제로 웨이스트'는 Zero와 Waste의 합성어로 쓰레기를 없애는 운동이다. 가령, 일회용 종이컵이나 플라스틱을 쓰는 대신 텀블러를 사용한다거나 장바구니를 활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공유 라이프'를 실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잉여자원을 최대한 없애거나 순환시켜 낭비 없는 삶을 영위하자는 움직임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음식물 쓰레기에 대해서는 사회적 관심이 덜했던 게 사실이다. 베를린, 런던, 로마, 뉴욕 등에 '제로 웨이스트 레스토랑'이 있지만, 대한민국에는 아직까지 그런 식당이 없었다. 그래서 <식벤져스>는 최초로 음식물 쓰레기 제로 식당을 열었다.

이를 위해 뉴욕 미슐랭 별 3개짜리 레스토랑 출신 양식 셰프 송훈과 중화요리 4대문파 중 아서원파 출신의 중식 셰프 유방원, 컨템퍼러리 한식 셰프 김봉수가 의기투합했다. 여기에 배우 봉태규와 문가영, 아이돌 그룹 '아스트로'의 멤버 문빈이 합류했다. 이들은 광장시장의 명물인 육회 거리로 나섰다. 그곳에서 발생하는, 폐기될 운명의 음식물을 기부받기 위해서였다.

육회 거리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는 그 양이 충격적이었다. '육회 낙지 탕탕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는 낚지 대가리와 달걀 노른자였는데, 그 말은 그걸 제외한 다른 부위는 쓸모가 없다는 뜻이었다. 다시 말해서 버려진다는 의미다. 광장 시장 내에 육회 가게가 총 22개인데, 한 달 평균 11만 마리의 이상의 낙지 대가리가 폐기처분 되고 있었다. 달걀 흰자는 연 평균 200만 개가 버려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밖에도 간의 질긴 부분, 육회 손질 후 남은 자투리 고기도 버려졌다. 이 또한 한달 평균 500kg이나 됐다. 엄청난 양이다. 물론 달걀 흰자의 경우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지만, 워낙 많은 양이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통에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차에 폐기될 음식물을 싹쓸이해 가겠다는 <식벤져스>가 나타났으니 얼마나 반가웠을까.

낙지 머리 약 700개
소고기 자투리 부위 26kg
달걀 흰자 약 17L
열무 뿌리 8kg
각종 채소 자투리 10봉지

<식벤져스>가 육회 거리에서 기부받아 온 식재료는 어마어마했다. 기부받은 식재료로 제로 웨이스트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일이 처음인 셰프들은 상당히 혼란스러워했다. 처음에는 의견충돌도 생겼다. 송훈 셰프는 식재료를 더 구입하더라도 손님들에게 선보이고 싶은 음식을 만들자는 의견이었고, 유방원 셰프는 그렇게 하면 제로 웨이스트의 의미가 퇴색된다고 맞섰다.

일촉즉발의 갈등을 빚었던 두 사람은 이내 힘을 합쳐 최선의 답을 찾아갔다. 유방원 셰프는 송훈 셰프가 달걀 흰자를 쳐서 만든 머랭에 낙지 마리를 다져 만든 속을 채워 '머랭 만두 튀김'을 완성했다. 육즙이 가득하고 '겉바속촉'의 식감을 살려내 감탄을 자아냈다. 송훈 셰프는 낚지 머리를 삶아서 전채 요리를 선보였고, 김봉수 셰프의 메뉴는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분명 셰프들에게 '제로 웨이스트'는 큰 제한일 것이다. 식재료를 마음껏 쓸 수 없으니 얼마나 답답할까. 유방원 셰프가 느꼈던 압박감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제약은 창의성의 발판이기도 하다. 벌써부터 기발한 메뉴들이 탄생하지 않았던가. 이처럼 <식벤져스>의 셰프들은 주어진 상황을 차근차근 극복하면서 점차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시청률 0.7%(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로 첫발을 내딛은 <식벤져스>는 기존의 요리 예능과 차별점을 보여줬다. 단순히 '요리를 하는 것'을 넘어 그 이후까지 고민하게 했다. 예능적 재미는 크지 않았지만, 사회적 이슈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앞으로 셰프들의 캐릭터가 잡혀 나가고 봉태규, 문가영, 문빈이 얼마나 프로그램 속에 녹아드는지가 관건일 것이다. 본격적으로 식당을 오픈할 2회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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