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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지도 울지도 마!' 강형욱이 정색하며 말한 까닭

너의길을가라 2021. 11. 1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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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00년 전부터 중국에 살았던 토착견 '차우차우'가 지난 15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고민견으로 찾아왔다. 차우차우는 사자 갈기처럼 풍성한 털과 보라색 혀가 특징인데, 보호자에게는 충성하지만 낯선 사람에게는 경계심을 쉽게 풀지 않는 성향을 지녔다. 또, 지배 성향이 있어 훈련이 필수인 견종이다. 이미 22회(2020년 4월 6일)에서 한 차례 등장한 적이 있다.

차우차우 믹스 차웅이(수컷, 4살)는 일반적인 차우차우와 달리 날렵한 체형을 지녔는데, 생김새는 달라도 차우차우의 기본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차웅이가 첫 반려견인 보호자는 평소 강형욱 훈련사의 영상을 열심히 챙겨보며 기본적인 훈련은 모두 마스터했다. 차웅이는 켄넬 훈련은 물론 입마개 훈련까지 척척 소화했다. 도무지 문제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하니 사연을 보냈을 터, 차웅이의 문제는 산책 중에 발견됐다. 보호자는 낮 산책을 할 때마다 친구의 도움을 받았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산책 중 다른 개를 만나자 차웅이는 돌변했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극도의 흥분 상태를 보였다. 거칠게 몸을 흔들어댔다. 다른 개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보호자 혼자 통제하기가 버거워 보였다.


차웅이의 공격성, 그 이유는 무엇일까. 보호자는 차웅이가 생후 6~7개월 무렵 한강에서 프렌치 불도그에게 물린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개를 보면 공격성을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개물림 사고가 발생한 적도 있었다. 차웅이가 공장에서 지낼 때의 일인데, 자신을 향해 계속 짖는 노견 푸들에게 달려들어 죽이고 말았다는 것이다. 당시 천으로 된 목줄은 차웅이의 힘을 견디지 못했다.

보호자는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혹시나 큰 사고나 날까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낮에는 친구의 도움 없이는 산책이 어려운 상황이고, 밤에는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대에 산책을 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친구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했다. 보호자는 차웅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우선, 이경규와 장도연이 방문해 차웅이의 가능성을 살폈다. 낯선 사람이 나타나자 차웅이는 몸부림을 치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외부인과 접촉 경험이 없는 탓에 더욱 예민한 듯했다. 보호자의 말을 따르면서도 시선은 제자들을 집요하게 응시했다. 이경규는 간식을 주며 친해지기를 시도했다. 여전히 경계심을 보였지만 차츰 안정감을 찾았다. 다행히 가능성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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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웅이와 당장 친해지는 것도 중요한데 제가 왔다 간 다음에도 좋은 영향이 있어야죠. 지금 당장 친해지려면 간식을 주면 돼요." (강형욱)


보호자는 차웅이가 겁이 많은 개라서 방어적인 공격성을 보인다고 생각했지만, 친구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놀려고 한다기보다 목표를 정해서 달려드는 느낌을 받는다며 얘기했다. 강형욱은 과연 어떻게 분석했을까. 차웅이는 강형욱을 보고도 어김없이 짖어댔다. 강형욱은 차웅이가 경계를 풀기를 한참동안 기다렸다. 그는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정공법을 선택했다.

간식을 주면서 친해지는 방법은 장기적으로는 좋을 수 있지만, 한 번 정도 만나는 경우라면 얘기가 다르다는 게 강형욱의 생각이었다. 차웅이가 외부인을 경계하고 심지어 공격성까지 보이는 까닭은 집을 지키겠다는 의지였다. 따라서 차웅이의 비위를 맞춰가며 훈련을 진행할 게 아니라 오히려 이 집의 주인이 차웅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었다.

강형욱은 야생에 살던 개가 반려견이 되면서 생긴 특이한 점이 바로 '포식적인 공격성'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의 개가 되면서 먹기 위한 사냥이 아닌 오락을 위한 사냥을 하게 됐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사냥의 의도가 생존이 아닌 놀이로 변했고, 좀 섬뜩하게 들리지만 살생 그 자체를 즐기게 됐다. 쥐를 잡아도 먹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현대에 필요 없는 성품이다.


다른 개에 대한 공격성은 아이에 대한 공격성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건 강형욱의 오랜 지론이다. 또, 이는 다시 약자에 대한 공격성으로 나아가기 마련이다. 교육을 통해 교정하지 않으면 자연 강화로 심각한 문제로 악화될 우려가 매우 높다. 강형욱은 차웅이 같이 공격성을 띠는 개가 공원에 있으면, 아빠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강형욱의 냉정한 쓴소리에 보호자는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저런 개를 왜 키우냐'는 주변의 냉담한 말과 차가운 시선을 견디며 마음 속에 생채기가 났던 것이다. 그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강형욱은 반려견과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기대한다며 보호자에게 희망을 제시했다.

강형욱은 차웅이를 야외훈련장으로 데려갔다. 몸무게 23kg의 차웅이를 제어하기 위해 목줄을 교체하기로 했다. 차웅이의 경우 다른 개를 보면 공격성을 보이기 때문에 헬퍼독이 투입됐다. 아니나 다를까, 차웅이는 헬퍼독을 보자마자 튀어나가며 공격성을 드러냈다. 급기야 입마개를 벗으려 시도했다. 강형욱이 목줄을 건네받아 제지했지만, 좀처럼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보호자님이 울면 다른 사람들이 더 피할 거예요. 왜? 무능력하게 보이니까." (강형욱)


한참 후에야 차웅이는 진정됐고, 강형욱은 목줄을 보호자에게 건넸다. 앞으로 흥분하는 차웅이를 통제하는 건 오롯이 보호자이 몫이었다. 강형욱은 보호자에게 웃지도 말고 울지도 말라고 따끔하게 충고했다. 진지하게 훈련에 임해달라는 주문이었다. 강형욱은 보호자에게 (차웅이보다) 더 강항 포식자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음을 굳건히 가지라는 뜻이었다.

훈련은 계속 이어졌다. '헬퍼독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 걷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차웅이는 어느 순간부터 헬퍼독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걷는 일에, 보호자와 보폭을 맞춰 걷는 일에 집중했다. 다음 단계는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였다. 이를 위해 헬퍼독을 한 마리 더 투입했다. 새로운 개를 보자 차웅이는 다시 흥분했지만, 조금씩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차웅이는 입마개를 벗은 상태에서도 침착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도저히 달라질 것 같지 않았던 차웅이의 변화에 보호자는 감격했다. 강형욱은 3달 정도 꾸준히 훈련하면 훨씬 좋아질 거라며 보호자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앞으로 보호자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분명 차웅이는 냉담한 시선을 받지 않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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