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은 온정이 아니라 복지다

너의길을가라 2014. 11. 9. 23:42
반응형


치열한 경쟁 속에서 뒤쳐지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여념이 없다. 주위를 돌아볼 여유 따윈 주어지지 않는다. 그런 사치를 부리다간 나도 언제 나락으로 추락할지 모른다. 자본주의가 만들어가는 세상은 그렇게 차갑기 그지 없다.



'기부(寄附)'는 얼굴 없는 자본주의에 '따뜻한 낯빛'을 더해준다. 자본주의를 유지하고, 자본주의를 영속화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빌 게이츠의 '창조적 자본주의'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빌 게이츠는 '기업이 선행을 통해 더 큰 경영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소득층을 고려한 제품을 늘리고, 기부와 봉사활동을 늘리면서 경쟁력을 오히려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핏 기업에 대한 일종의 회유책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결국 빌 게이츠가 주장하는 '창조적 자본주의'는 '어떻게 하면 자본주의를 더 굳건히 지속할 수 있느냐'에 대한 대답일 뿐이다. 기업들이 앞다퉈 기부를 하고 봉사활동에 앞장서는 것은 결국 그들의 '이미지'를 '사업'과 연결시켜 더 큰 이득을 남기려는 경영 전략에 불과하다.


이를 뻔히 알면서도 우리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런 기업들을 '착한 기업'이라고 칭찬하고, 콩고물이 떨어지는 순간만을 주구장창 기다릴 수밖에 없다.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훌륭한 기업'이라며 그들의 '선행(?)'에 박수를 보내는 것, 그것이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비천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다.



지난 9일 MBC에서는 '연탄 후원 '뚝' 식어버린 온정'이라는 제목의 뉴스를 보도했다. 월세 10만 원의 단칸방에서 살아가는 이춘자 할머니(92)는 다가오는 겨울이 걱정이라고 한다. 정부 지원금만으로 살아가는 형편에 한 달 연탄값 6만 원은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늦은 봄까지 때려면 700장은 돼야 하는데 말도 할 수 없죠"라고 말하는 안순남 할머니(90)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연탄은행에 들어온 후원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연탄은행은 매년 3만 5천여 가구에 연탄을 무료로 지원해 왔는데, "연탄 2만장 후원했던 기업이 만장으로 줄여 만장만 하다보니까" 연탄 지원에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MBC 뉴스는 올해 연탄값이 없어 난방을 못하는 저소득층이 10만여 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하면서 리포팅을 마쳤다.



이렇게 묻고 싶어진다. '그래서 뭐 어쩌자는 것인가?' 식어버린 온정을 다시 따뜻하게 덥히자는 것일까? 연탄은행의 사례는 '온정'에 기대고 있는 사회의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기업들은 사정에 따라 '기부'를 줄이게 되어 있다. 개인들도 마찬가지다. 삶이 팍팍해질수록 어려운 이들을 위한 도움의 손길은 가난해지기 마련이다.



물론 MBC 뉴스는 이러한 사정만을 보도할 뿐 그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답이 하나뿐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온정'이 아니라 '복지', 누군가에게 비굴하게 구해야 하는 '온정'이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복지' 말이다.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은 저소득층을 비롯한 취약 계층이 최소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복지'를 강화하는 것이다. 적어도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이 난방을 하지 못해 추위에서 오들오들 떨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또한 기업에 요구해야 할 것은 '온정'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에 따른 합당한 만큼의 '세금'이어야 한다. MB 정부 시절부터 이어져온 '재벌 · 대기업 ·부자감세' 기조를 뒤집어야만 한다. 이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고, 국민들을 위한 복지 시스템을 확충해나가야 한다. MBC 뉴스는 '감히' 정부의 책임을 묻지 못했지만, 우리는 물을 수 있어야 한다. 국가의 존재 이유, 정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