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바뀌지 않는 청소 노동자들의 현실, 멈추지 않는 눈물은 언제까지?

너의길을가라 2014. 11. 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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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당시 기숙사, 도서관, 강의실 등 어느 곳이나 청소 노동자가 있었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멀티플렉스에도 청소 노동자가 있었다. 책을 읽기 위해 찾은 시립 도서관, 각종 각공서에서도 어김없이 청소 노동자와 마주쳤다. 병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깨끗하게 청소된 공간을 이용하면서 (매번은 아니지만) 그 노고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곤 했다.



사실 '청소'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 않은가? 고작 몇 평의 방청소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닌데, 그 큰 건물의 구석구석을 청소한다고 하면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청소 노동자의 평균 연령이 58.2세(2011년 조사)라고 하니, 대략 아버지 어머니뻘의 연세다. 평생 고생만 하시다가 자녀들 뒷바라지 때문에, 혹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청소 노동에 뛰어드셨을 텐데 다리며 무릎이며 성한 곳이 있으실까.


1인당 담당해야 할 면적은 왜 그리도 넓을까. 평균 노동시간은 오버되기 일쑤다. 그렇다고 임금이 높은 것도 아니다. 게다가 화장실 등 타인의 오물이 묻어 있어 차마 손대기조차 싫은 곳까지 쓱쓱싹싹 청소를 해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청소 노동자'들은 자신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과도 마주해야 한다. 부당징계, 폭행, 폭언, 차별대우 등 이들이 감당해야 할 부당함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단 며칠 만이라도 청소 노동자가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대학은 쓰레기로 넘쳐 날 것이고, 세상의 화장실들은 우웩!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기로 하자. 모르긴 몰라도 끔찍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이처럼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분들이 바로 청소 노동자들이다. 하지만 청소 노동자와 관련된 뉴스들을 볼 때마다 언제나 마음이 아프다. 정말이지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다.


6일 고용노동부는 지난 8~9월 국·공립 대학교 60곳과 사립대 100곳 등 160개 대학에서 근무하는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160개 대학 중 청소용역 노동자에게 시중노임단가(6,945원)대로 임금을 지급한 곳은 몇 곳이나 될까? 결과는 0곳이었다. 물론 전혀 '놀랍지 않은' 결과다. "인건비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변명도 스테레오 타입이다.


다수의 대학이 용역업체와의 계약에서 부당하게 경영 · 인사권을 침해하고, 노동3권을 제한(191개 계약 중 121개 계약에서 244개 조항 발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 내용으로는 경영 · 인사권 침해가 87건으로 35.6%를 차지했고, 노동3권 제약이 69건으로 28.2%였다. 그 외에도 부당한 업무지시가 63건(25.9%), 과도한 복무규율이 23건(9.4%)이었다.



한편, 안전행정부는 12월에 문을 여는 정부세종청사 3단계 구역에 기존 1 · 2 단계 청소노동자를 각각 30명씩 차출하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기존의 인력을 차출하면서 당연히 청소노동자 1명당 담당하는 면적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세종청사 1단계 청소 노동자가 담당할 1,797㎡와 2단계 청소노동자가 담당할 1,849㎡는 다른 청사에 비해서도 30% 이상 많고, 한국건물위생관리협회 기준 990㎡의 1.8배에 이를 정도로 넓다.


애초에 근로계약을 할 당시 과업지시서에 1단계 혹은 2단계로 청소 구역이 명시되어 있었던 점에서 마구잡이로 업무 배치를 바꾸는 것은 부당한 처우라고 할 수 있다. 봉정선(52) 공공비정규직노조 세종지회장은 "항상 대기상태로 있다가 민원이 있을 때마다 청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일이 줄어들 수가 없다. 정부기관이어서 믿고 왔는데 개인기업보다 더 심하다"며 한숨을 내쉬었지만, 세종청사 측은 "실질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번에는 KTX와 일반 열차로 눈을 돌려보자. 한국철도공사는 2014년 4월 9개의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예산절감이라는 명분 아래 지나치게 낮은 단가에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에 응할 수밖에 없었던 용역 업체는 2013년에 비해 80~85% 정도의 운영비용을 받아야 했다. 당연히(!) 영업실적은 적자로 전환됐고, 이 몫은 고스란히 청소 노동자들에게 전가됐다.


그 결과 주 60시간의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객차 청소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인 5210원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으면서 일을 해야 했다. 한국철도공사 측은 "객차 청소용역업체들의 적자운영과 환경미화노동자 저임금 구조의 문제점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면서 "일정부분 (철도공사의) 책임에 대해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어렵다"며 뒷걸음질을 쳤다.


"60세 인생 평생 처음 가져본 정규직 직장입니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아 7개월짜리 직장이지만 그래도 너무 행복합니다." (서울시 서부공원녹지사업소의 황순봉씨)


"저 같은 나이 먹고 이런 사람들은 계속, 그전에 같으면 떠돌이잖아요. (이제는) 좀 안정되어있으 니까 우선 마음이 푸근하다든가, 심리적으로 상당히 안정되어 있고 좀 더 나은 거죠. 그 차이가 돈보다도 그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서울시뿐 아니고 사회 전반에서 전부 다 일용직이라는 개념을 좀 (없애줬으면 좋겠어요). 정말 사회 갈등의 원인인 것 같아요." (목동야구장 시설관리 및 주변청소 업무 담당 황인철 씨)


청소 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상황들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착취의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다. 일부 언론에서 이러한 실태를 계속해서 보도하고 있지만, 정작 달라지는 것이 별반 없다. 정부와 지자체, 각종 공공기관은 이를 단순히 '돈'의 문제로만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람의 가치'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


지난 2012년 5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의 비정규직 1,13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서울시 서부공원녹지사업소의 황순봉씨 포함)했고, 2013년부터 청소노동자 4,172을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물론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연세가 많으셨던 분들 중에는 정년 문제 등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규직 전환을 통해 임금이 오르고 처우가 개선된 것을 반기는 목소리가 압도적이다.



- 2011년 자료이지만, 결코 나아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더 나빠진 건 아닐까? -


물론 갈 길이 멀다.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청소 노동자들도 그런 엄청난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가슴 아프게도 이들은 '최소한의 것'들을 요구하고 있다. 법정 근로시간이 지켜지고, 최저임금(또는 시중노임단가)를 받는 것 말이다. 또, 폭행 · 폭언 · 차별대우 등을 받지 않는 '인간적 대우' 같은 것 말이다.


위에서 인용했던 서울시 서부공원녹지사업소의 황순봉씨나 목동야구장 시설관리 및 주변청소 업무 담당 황인철 씨의 '행복한 고백'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람의 가치'가 그 무엇보다 우선되는 대한민국을 꿈꾸는 것이 헛된 희망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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