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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원과 장동민을 바라보는 단상, 그들만 단죄한다고 끝일까?

너의길을가라 2015. 5. 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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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원과 장동민. 대한민국 예능계의 블루칩이었던 두 스타의 추락은 참담할 정도다. 귀여우면서도 솔직한, 톡톡 튀는 매력으로 남성 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예원은 '언니'들이 휘두른 정의의 칼에 고꾸라졌다. <더 지니어스3>에서 우승하면서 '브레인'으로 등극하고, <무한도전>에서 식스맨 최종 후보에 포함되는 등 전성기를 구가하던 장동민은 팟캐스트에서 막말을 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회'가 내려친 정의의 칼에 맞아 회복불가능한 지점까지 추락했다.



엄청난 사랑을 받았던 그들이기에 지금의 몰락은 더욱 안타깝다. 두 사람은 갖은 '욕'을 먹으면서도 방송 활동을 완전히 접지는 않았다. 대중들의 시선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보다 '악플'이라도 받으며 버티겠다는 결정인지 알 수는 없지만, 사실상 더 이상의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나락으로 떨어진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물론 앞으로의 일을 섣불리 예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새옹지마(塞翁之馬), 전화위복(轉禍爲福)과 같은 고사성어가 괜히 있는 건 아니니까.


이런 말이 다소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예원과 장동민은 결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별난' 사람들이 아니란 얘기다. 적어도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그렇다. 바람직하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지만, '언니에게 대드는 재수 없는 어린 것'으로 등극한 예원의 모습은 사실 '흔히' 볼 수 있는 우리들의 모습 중 일부가 아닌가? 예원처럼 '언니 나 마음에 안 들죠?' 라고 되바라지진 않더라도, 마음 속으로는 수없이 되뇌었던 말이 아니던가?



유출된 영상의 마지막 부분에 예원이 혼자 욕설('미친X'을 욕이라고 분류해야 하는지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을 하는 장면이 포착된 것도 따지고 보면,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짜증나는 상황에서 혼자 남게 됐을 때 구시렁거리듯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오히려 혼자 내뱉는 욕까지 단죄(斷罪)의 범위에 넣는 것은 지나치다고 여겨진다. 그 정도의 욕설도 하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을 해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팟캐스트 방송 전체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 전후사정이 명확한 장동민의 경우와는 달리 예원의 케이스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유투브에 MBC '띠동갑내기 과외하기'를 찍을 당시의 영상이 공개되면서 어느 정도의 상황을 파악할 수는 있게 됐지만, 여전히 우리는 영상에 담긴 몇 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대해서만 알게 됐을 뿐이다. 두 사람 간의 관계, 촬영 현장 전체의 분위기 등은 여전히 뿌옇게 남아 있지 않은가? 물론 '거짓 해명' 등 예원을 두둔하기 어려운 지점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막말 논란(혐오 발언이라고 해야 할까?)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장동민은 어떨까? 과연 그는 대한민국 남자 중에서 '특별히' 쓰레기 같은 인간일까? 다른 남자들에 비해 여성 비하가 심하고,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는 사람일까? 안타깝게도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의 발언들이 다소 과한 부분이 있었지만, 이는 대한민국 남성들의 술자리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수준의 내용이다.


물론 '코미디'를 직업적으로 하는 '개그맨'인 장동민에게 '비판'을 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다. 지난 2일 진중권 교수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장동민에 관한 단상. 광대는 질펀하게 쌍욕을 할 수도 있다. 다만 그 표적이 여성, 코디, 군대 후임 등 자신보다 사회적 약자일 때, 그저 웃기려는 의도와는 상관없이 개그가 언어폭력이 될 수 있다. 그의 발언에 대한 대중의 비판은 정당하다"





다만, 거기에서 그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장동민(을 비롯한 옹달샘) 사태를 바라보는 가장 좋은 시각은 이승한의 옹달샘만 하차시키면 된다? 는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만만한 상대'를 소재 삼아 놀리는,소수자·약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웃음을 핑계로 재생산하는 풍토를 이제 더이상 용인해선 안된다"는 지적처럼 손을 대고자 한다면 방송계에 만연해 있는 '차별적인 농담'들을 없애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장동민(옹달샘)만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 덜 자극적인 언어를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차별적인 농담들을 마음껏 구사하고 있는 대한민국 방송계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서 이런 언어들에 지나치게 익숙해진 혹은 관대한 대한민국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면 제2의 장동민은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한편, 연예인을 향한 거침없는 비난 속에 때로는 '자신을 위한 변명'이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이 포착된다. 예원을 욕하지 않으면 '너도 재수없는 어린 것'이라는 딱지가 붙고, 장동민을 비판하지 않는 남성에게는 '너도 저질스러운 놈'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전혀 개연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 전체가 '손가락질'이라고 하는 단편적인 접근에만 매몰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나는 아니야'라고 항변하는 수단이 그들에 대해 돌팔매질을 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건 씁쓸한 모습이다.


그들의 잘못을 확인사살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 않은가? 한낱 연예인에 불과한 이들에게 과도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문제다. "진정으로 세워야 할 정의는 권력에 대한 두려움 혹은 무력감에서 포기한 채, 위험하지 않은 대상을 향해서만 분노를 표출하다 보니, 공직자 검증의 엄격한 패러다임이 졸지에 연예인에게로 옮아가는 경향이 발생하"는 것이라는 진중권의 지적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손가락질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정당한 손가락질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대상에 대해서, 그 이유에 대해서 자신만의 이유를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손가락질의 파도에 휩쓸려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버린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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